일본교환학생2018_삶3

후쿠오카의 가을

by 시골쥐 아무개

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 10. 8. 22:18의 글




최근들어 포스팅이 조금 뜸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곧,
학생의 삶이란 학교 집 학교 집이지 뭐,
하는 생각에 금방 내 위기감은 수그러 들었다.
언제나 하루하루가 특별할 순 없으니까.



2019.10.04


2번째 꽂꽂이 수업.



꽃꽂이를 배우는 오래된 집의 내부



내부는 정말로 그 포항 일본식 가옥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게 이곳은 일본이고
포항의 그 집도 일본식으로 지은 집이니까
water is wet





매번 수업 시간보다 일찍와서 창문을 열어 놓고
테이블을 셋팅하고, 에코백에 담긴 자기를 가져와서 준비를 해야한다.




다음엔 여기가 원래 무엇 때문에 지어졌고
어떻게 쓰이다가 지금에 이르렀는지 물어봐야겠다.
정말로 누가 살았던 집인 것 같다.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꽂꽃이는 생각보다 지친다.
꽤나 많은 집중력을 요하기도 하고
꽃은 한 번 자르면 되돌릴 수 없어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작품


선생님도 아마 와서 꽃을 처음 보시는 것 같은데
어쩜 뚝딱뚝딱 금방 작품 하나를 완성해 버리신다.




내 작품,,


내 작품이라고 부르기엔
선생님에게 엄청난 수정을 당해버렸다.

사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꽃꽂이의 미의 법칙과
내가 생각하는 미의 법칙이 조금 다르다.
당연히 선생님의 미의 기준이 꽂꽂이 세계에선 교과서이다.

선생님께서는 사방에서 봤을 때 꽃이 전체적으로 겹치지 않게 보이는
그런 시각을 추구하시는데
나는 정면으로 봤을 때 하나의 꽃다발 처럼 보이는 시각을 추구했다.

그래서 옆으로 봤을 때 꽃들이 전부 겹쳐져서 하나하나 보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선생님이 보시기에 좋아보이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총공사가 들어가버린 것이다.


인간은 어쩜 어떤 것이든 당장 보이는 한 면 만 보게 되는 것인지.


사야콜렉션에 또 다시 놓여진 다른 꽃들


물을 제때 제때 갈아 주지 않으니 금방 썩어버렸고
잘 관리해주어야지 하던 찰나에
다른 유학생 친구에게 엄청난 것을 들었다.

"새 꽃을 놓을 때 마다 방에 벌레가 많아져."

방 안에서 자주 벌레들에게 뺨도 맞았던 터라
아쉽지만 방 안에 꽃을 장식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린과의 데이트 어게인.

린이 같이 백화점에 가자해서
금방 알았다 했다.

보통 밖에 나가는 사람이 아닌데,
여기에 있으면 그냥 기숙사 안에서 꿍하게 있고 싶지 않아서 누가 어디 가자 라고 하면 예정이 없는 이상 금방 예스맨이 된다.
지금 딱 나가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는 이 때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만다.


예정대로라면 우리는 종점인 다자이후역에서 타서
후츠카이치라는 역에서 갈아타 아사쿠라가이도라는 역에 내려 이온이라는 백화점에 갈 예정이었다.

당시 나는 두번 정도 가본 적이 있고 꽤나 자신있게
린을 리드했다.
그리 복잡한 길이 아니기도 했고,

그런데 린은 폰으로 지도를 보는 상황이었고
당근 나의 뭔소린지 모르는 일본어보다는 구글 맵이 더 신용이 됐을터,,

어찌저찌하다가 우리는
급행을 타고 (급행을 탈시 중간의 자잘한 역은 다 지나쳐 버린다)
구루메라는 역까지 가고 만다.


대충 이렇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구루메 역



전철이 너무 빠르고
내가 가본 바 이렇게 역과 역 사이가 멀지 않았고
가면서 처음 보는 광경들이 펼쳐져 이게 뭐지 하다가 뒤늦게 잘못 탄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린이 핸드폰으로 잽싸게 구루메 역 주변을 탐색했고 큰 백화점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해서 그곳으로 향했다.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횡재다 외쳤던 가게



일단 우리는 저녁시간에 도착을 했고
배가 너무 고파,
역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지하 상가를 서성이며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더이상 고민이 귀찮아 질 즈음
그냥 여기 가자 하고 들어갔던 곳이 생각외로 너무 맛있어서 그날 종일 이 곳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게다가 이 가게 학생할인도 된다.


린이 시킨 뭔가 술 안주 같은 콩과 두부


린이 시킨 뭐시기 콩과 두부인데
콩의 이름은 몰라도 정말 고소하고
향이 좋았다.
근데 아마 술 안주용으로 메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야채덮밥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하나 더 있었는데
린은 야채동(野菜丼,야사이동)을 주문하고 나는 새우튀김덮밥(えび天丼,에비텐동)을 시켰었는데
둘 다 위에 계란을 올려 뭐가 뭔지 구별이 잘 안가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냥 점원이 주는 대로 먹었고
먹다가 왜 새우가 없지..? 하던 찰나에 바뀐 것을 깨달았다.

근데 뭐 가격도 똑같고,
맛있기도 했고 바뀌어도 바뀌었거니 하고 먹었다.
린의 새우랑 나의 정체모를 채소랑 바꿔먹기도 했고.



멀지만 다시 오고 싶어질 가게다




멀지만, 나온 김에 뽕은 뽑아야지 싶어서
필요했던 세제와 섬유유연제, 공책 등을 샀다.
다 필요해서 샀긴 한데 원해서 산 것이 아니라 그닥 기쁘지 않아서 이건 도대체 무슨 소비일까 했다.


돌아가는 길에 전철을 기다리면서 본 철도의 풀



철도에 난 풀은 무슨 이유인지 어떻게든 생명력을 내뿜고 있다.

전에 삐뚫어 질 때까지 삐뚤어진 시절엔
저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지,
뭘 위해서 저렇게 까지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굳이 사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싶다.
사는 건 사는 대로 의미가 있고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풍경에 시간이 지나감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그 삶은 충분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굳이 애써서 이유를 만들려 하지 않아도
모든 삶에는 가치가 있음을 조금은 깨달은 것 같다.


커피젤리


일본에 오기 전에 방학 때 엄청 열심히 봤던 애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사이키쿠스오의 재난.
그곳에서 쿠스오라는 주인공이 좋아하던 디저트가 커피젤리.

젤라틴만 있으면 뭐든 젤리로 못 만들겠냐만은
한국에서 커피젤리를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저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애니메이션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디저트인지(만화 자체가 비현실적이므로) 싶었는데
일본에는 잘 알려진 디저트 였다.

그러다 어떻게 마트에서 발견했고
한 번 먹어보자 해서 샀는데
정말 이름 네자 그대로의 맛이다.
커피맛 젤리.


자잘한 이슈들.

룸메이트 사야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가끔 시간 날 때 마다 조금조금씩 알려줬는데
나는 딱히 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아심오한 문법보다는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용어, 혹은 한국의 유행 그런 것들 위주로
알려줬다.
그런 걸 더 좋아하기도 했고


그런데....







사야의 인스타 스토리






난 어쩌면 안될 짓을 한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귀여운 한국어도 쓴다..다행히도



+
위의 김치에 대한 코멘트를 잠깐 하자면
로손에서 파는 김치며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맛은,,한국의 공장 김치 맛이고
일본 김치는 전부터 한국보다 달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괜찮을까 걱정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대신, 한국보다 맵다!



가을이 옴.




최근들어 부쩍 가을이 옴을 느낀다.
우선 하늘이 매우 예쁘고
바람에서 나는 냄새가 바뀌었다.
확실히 가을 같은 냄새가 난다.

덕분에 밤낮 온도차가 심해서
늘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하지만
산책하기는 너무 좋다.
벌레 소리도 너무 좋고.





2019.10.08


새로운 곳의 발견.





슬슬 텐만구의 풍경이 질려갈 즈음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



호롱박?



텐만구 뒤쪽에 작은 언덕 수준의 산이 있는데
그 산에 가는 길에 작은 신사나 기념물들이 많았다.
대개 사람들은 그 곳을 잘 모르고 그냥 돌아가는 듯 사람이 텐만구 앞 쪽 처럼 많지는 않았다.



뒤쪽에도 우메가에모찌(매화찹쌀떡) 가게가 굉장히 많았다.

상점가



매화 나무도 많아서 봄에는 참 예쁠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이 곳을 떠나고 나면 꽃이 필 듯하다.




길을 따라 쭉 저런 빨강, 하양 깃발과 빨간 토리이(신사 입구의 문)들이 세워져있다.


다 오르고 나서 찍은 사진



그리고 길을 따라 쭉 가면
이런 말도 안되는 경사길이 나오는데 이곳을 올라가면 또 다른 신사가 나온다.

신사


텐만구랑 똑같이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일지..

신사가 돈을 버는 방법



이녀석은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름모를 신사를 지나 더더 걸었다.


입구를 지키는 어떤 동물

그리고 그 입구에 세워져 있는 어떤 동물 동상


그리고 그곳에 올라가면 뭔가 또 다른 기도하는 곳이 나온다.




바로 이곳.
아주 작고 좁은 동굴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기도를 한다.
무슨 신인지는 모른다.


아주 작은 원숭이 상 앞에 쌓인 동전들.




세상은 기브앤테이크다.
그것이 설령 신이라 할 지라도.
우리는 신에게 기도를 드리며
내 바램을 말하며 돈을 바친다.

신마저 기브앤테이크 시스템인데
하물며 인간관계는 어떤가.
무언가를 받았을 때 그것을 꼭 은혜로 값는 예의가 필요함이다.
개소리입니다






그리고 신사를 조금 지나가니 어디서 신나는 비명소리가 들리기에 봤더니
뒤에 놀이공원이 있었다!
별거 없어 보이지만
다음에 시간이 나면 가보면 좋을 것 같다.
굳이 안간단 소리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적이 아예 없는 산길을 걸었는데
아주 낮은 언덕 수준의 산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 주말에 태풍이 온 탓에 이곳저곳에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바닥에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어서
걷기가 조금 힘들었다.



또한 그 때문에 도토리들이 엄청 많이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마치 믿는 신이 없는 순례자들이었다.
아무도 기도를 하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도달한 어느 조용한 마을.

한국은 집은 이층집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던데,
일본은 이층집이 꽤 많다.
이 곳에서 집하나 지어서 파트너와 함께 살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 조차 보이지 않았던 한적한 마을


난 다른 때 보다 이런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과 조우한 순간에
일본에게 많은 매력을 느낀다.

마을 귀퉁이에 있던 작은 놀이터







마을을 벗어나니 보이는 넓은 논.
한국은 이제 추수철인데
일본은 아직 파랗다.

아직 파란 논


가을을 맞이한 수국


그렇게 또 한창을 걷다가
이제 돌아가자 하며 제대로된 길을 걷다가
어떤 빵집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친구가 들어가보자 해서 들어가 봤는데
들어선 순간 이 빵집과는 운명이다 라는 것을 직감했다.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은 케익들


정말이지 매주 월요일은 꼭 이곳에 와야지 했다.
빵들이 전부 그리 비싸지 않았고
퀄리티도 굉장히 높았다.
나는 이곳에서 룸메이트에게 줄 푸딩을 하나 샀다.





마카롱 엄청 고민하다가 그냥 안샀는데
역시 인간은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야한다.
지금도 후회된다.

아기자기한 가게


일본은 할로윈을 꽤 크게 지내는 것 같다. 어딜 가도 할로윈 장식



유통기한까지 적혀있다


그렇게 걷다보니 학교가 보였다.

등굣길은 언제나 등산







일본에서 본 감


감을 보니 가을이구나 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돌아오니
사야가 고기만두를 주었다.

먹다가 퍼뜩 찍었다




정말 맛있었다.
만두는 한국이랑 맛이 다를 것이 없구나 하고
다음에 가서 사먹어야지 싶었다.

사야 선물을 사서 참 다행이다.


사야는 매번 문득문득 내게 무언가를 준다.
무언가를 살 때 마다 그 상대를 생각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사야는 그만큼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것인데.
언제나 참 고맙다.












가을이 되니 마을 이곳저곳에 금목서 향이 끊이질 않는다.

덕분에 향수를 따로 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길이며 모든 것이 향기롭게 느껴진다.



한국에도 금목서는 많지만

이곳 처럼 많은 곳은 처음 봐서

등교길이며 장보러가는 길이며 산책길이며

가을이 즐겁게 느껴진다.



가을 다음, 이곳의 겨울은 과연 어떨지

또 다시 기대가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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