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하루를 보내는 방법
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 10. 13. 23:44의 글
거의 매일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실에 가면 완벽하게 혼자 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고
그곳에서 내가 아무리 난폭하게 소음을 만들어 내도
밖에서는 그 소음이 잘 들리지도 않을 뿐 더러
누가 만들어낸 소음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수업이 끝난 오후면 자주 피아노 실로 향한다.
자주가 아니고 최근엔 매일 간다.
완주하고 싶은 곡도 있고
하늘이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요즘이다.
가을인 탓인지 낮이고 밤이고 언제든 하늘이 예쁘다.
하지만 사진으로 찍어도 담기지 않아 못내 아쉽다가
눈으로 라도 열심히 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요새는 땅보다는 하늘을 많이 보며 산다.
어느날 저녁을 먹기 위해서 1층으로 내려왔다가 창문이 새빨간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 나가려는데
사감 선생님이 옥상으로 올라가라고 하셔서
후다닥 뛰어가 찍었다.
후쿠오카 이곳은 높은 건물이 많이 없기 때문에 노을을 이러저러 보기 힘들었는데,
이 날 처음 올라간 7층짜리 옥상이 후쿠오카에 와서 처음 본 야경과 노을을 보여주었다.
날씨 덕에 저녁 먹고 친구와 함께 자주 동네 산책을 하게 된다.
자주 같이 산책하는 친구 '린'은 호기심이 많아 항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
그 친구와 함께면 항상 몰랐던 곳을 알게 된다.
항상 무언가 궁금하면 궁금해 하는 걸로 끝내지 않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항상 멋있다.
이 친구와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사실 지금의 나는 중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사람을 대하곤 하기에
이런 만남이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고 단정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이 마음 먹기 나름이지
내가 여태 너무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너무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한다.
비록 둘 다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의사소통은 서툴지만
작은 표정, 행동 등으로 그 친구에 대한 것을 알아 간다.
그로 인해 더 세심한 배려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린과 만나서 참 다행이다.
그렇게 요즘은
사소하지만 큰 즐거움을 주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세번째 꽂꽂이는 조금 다른 형식의 꽂꽂이 였다.
평소 같았으면 기록하지 않고 넘어 갔을 텐데,
매번 색다른 수업이었고 매번 다른 감상을 갖게 되는 수업이라
기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꽂들이 전부 화분에 담겨 있었고
직접 우리가 잘라서 병에 넣는 형식이었다.
병에 꽂는 것이 아니라 병에 넣는 것
꽃들이 모두 하양, 보라, 옅은 분홍 등 가을 느낌이 나는 꽂들이었다.
전부 처음 보는 꽂이기도 했고.
이렇게 세팅해놓고 가위로 잘라서 병에 꽂아 넣었다
사실 이 날은 꽃꽂이가 조금 힘들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고 창작하는 것은
그림과 다를 것이 없지만
이 꽃꽂이는 이미 틀이 정해져 있는 창작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힘들었다.
그 말은, 병의 디자인에 맞춰서 내가 꽃을 배치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기도 귀찮고 이러저러 지쳐 있던 상황이라
처음으로 선생님을 먼저 불러서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사실 한 번 피를 보고 나니까 가위가 조금 무서웠다.
그렇게 완성된 선생님의 작품
그런데 열심히 자르고 쳐내고 나니
책상엔 무수히 많은 꽃들이 버려져 있었다.
초반에 선생님이 강조하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저 많은 꽃들을 버려야만 한다.
그래서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따로 꽂았다
난 어쩌면 이 쪽이 더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다.
너흰 버려진 것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 수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슬슬 지루하다...
일본에서 타코야키 파티를 주로 타코파(タコパ) 라고 부른다.
이 날, 국제교류센터에서 타코파를 주최해 주셔서
유학생들과 몇 버디들과 함께 열심히 타코야끼를 만들어 먹었다.
무려 김치도 있었다.
근데 김치 넣으니까 꽤 맛있더라.
난 그 때 체육 수업 후였기 때문에 매우 배도 고프고 지켜있는 상태였고
만드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꼭 한 테이블에 한 두명은 있는 나서서 해주는 친구들의 작품을 열심히 먹어댔다.
다음 타코파는 조금 더 이타적인 인간이 되어 참석하기로 하고.
대만 친구는 김치를 못먹어서 내용물이 김치면 꼭 나한테 버렸다..
첫번째 판엔 너도나도 덤벼들었지만 두번째 판부턴 다들 얌전히 먹기만 했다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누가 만들어 준다면.
그리고 이 후 타코파 참여 했던 사람들 몇명 모여서 따로 카페에 갔다.
어찌 보면 2차 인데..
다들 1,2학년이었고
도쿄올림픽 이후 졸업할 세대인데 그 때가 되면 급격하게 경기가 나빠질 것이고
그렇게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리고 이럴 때 항상 내게 일본 취업할거냐고 물어오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고민 중이라고 대충 흘려보낸다.
다들 힘내자.
난 내년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