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환학생2018_삶6

by 시골쥐 아무개

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 10. 23. 0:43의 글




묘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금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일본 취업을 하지않을 참이다.
그래서 사실 이제 일본에 있는 것에 대한 의미가 조금 희미해 진 상황이다.
일본이 '싫어서' 는 아니지만 어딘가 일본에 대해 이질감이 들었던 탓일까.
난 이제 일본어를 왜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노는 건 즐겁고,
그들을 알아가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것만으로 된 것일까 싶기도 하다.


어찌됐든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아마, 내가 욕심이 많은 성격이기 때문인지.




image_6313347781540210127715.png?type=w773 기숙사 근처 굉장히 사이버펑크한 미용실



여전히 저녁식사 이후의 산책은 기분이 좋다.
제법 쌀쌀해 져서 더 좋다.
금목서의 향기는 이제 끝났지만
이제 이곳도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슬슬 하는 것 같다.



image.png?type=w773 수업 중 나타난 무지개




학교가 산에 둘러쌓였고, 사진 속 교실 창문으로는 정말 산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느 날 엄청난 물안개가 산을 뒤덮더니 한번에 싹 없어짐과 동시에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진 속으론 잘 안보이지만 무지개가 엄청 커 수업 중에 학생들이 전부 창문에 붙어 구경했다.
가끔 나타나는 이런 순간들이 더욱 이곳에서의 생활을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image.png?type=w773 내 인생은 플라스틱 컵과 함께 오랜지 이즈더 뉴 블랙이다



다들, 왜 일본 유학 중일까.
일본이 좋아서?
일본에 취업하려고?

어찌 됐든 나같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일본에 있을 이유가 없다.
그냥 즐거운 걸로 된 걸까.





image.png?type=w773 일본에 놀러온 한국 귀신



뭐 이런 사진 찍으면서 노는 걸로 충분히 즐거우니까 됐다.



2018.10.17
가라오케




대만인 친구가 가라오케(노래방)에 가자고 했고 그로 인해 4명정도 모여서
처음으로 가라오케에 가게 되었다.
음료 무제한 제공에 약 4시간, 인당 5천원 대였으니 꽤 싸게 논 편이었다.



image.png?type=w773





정말 길에 뜬금없이 있는 가라오케.




image.png?type=w773





음료 무제한.
무제한이래봤자 3번 정도 밖에 안마셨다.
그리고, 담배냄새 겁나 난다 여기.



image.png?type=w773



그래도 즐겁게 놀았다.
K-POP, 대만곡, 일본곡, 미국 팝 국제적인 가라오케의 현장이었다.
사실 다들 국적이 다른데 괜찮을까 했는데
몰라도 모르는 대로 즐겁고,
그 나라의 노래를 듣는 것도 재밌었고
일본 노래는 다들 알고 있는 곡이었고 해서 큰 문제는 없었다.



image.png?type=w773 세카오와는 지브리 다음으로 나를 벅차오르게 한다.



image.png?type=w773 사이버펑크한 가라오케


image.png?type=w773







사야



사야는 요새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준다.
나를 좋아해줘서 정말로 고맙고
더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인데
언제나 부족한 인간이라 미안한 마음이다.


image.png?type=w773 사야가 만들어준 거울




image.png?type=w773 사야 콜렉션이 채워진다.



한국이었으면 더 잘해줬을 텐데 라는 생각도 했지만
여기서도 여기 나름대로 잘해줄 수 있으니까
라는 생각도 한다.

여러가지로 참 사랑스러운 아이다.






2018.10.18
꽃꽂이



꽃꽂이는 전에도 말했지만, 여러모로 흥미가 많이 떨어진 수업이었는데.
선생님은 굉장히 좋아하는 수업이다.
그래서 꽃꽂이를 끝내고 짧게 짧게 선생님 말씀을 듣는게 조금 즐겁다.

image_7961520001540215415883.png?type=w773 같은 꽃으로도 여러 작품이 나오는 꽂꽃이



선생님이 작품을 만드시는 순간, 모두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그 순간.
나는 그 순간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 날 부터 선생님에게 꽃이 배당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생님이 더더욱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학생들의 작품을 손봐주셨다.

내 것도 역시 손봐주셨는데, 그 때 전부터 품었던 의문에 대해 여쭤볼 수 있었다.
"저는 조금 꽃다발 같은 형태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건가요?
추구하는 미의 형태가 다르면 안되는 건가요?"
이 것보다는 덜 무례하게 질문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꽃다발과 꽂꽃이는 형태가 전혀 다르다.
그러니까 꽃다발은 모이는 형태가 되고 꽃꽂이는 앞에서 보는 사람을 위해 앞으로 향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둘은 전혀 다르다.

그냥, 종목이 달랐던 것이다.
추구하는 미의 기준이 달랐던 것이 아니였다.

내가 내 나름 고집을 부렸던 것 같다.

사실, 미술을 조금 하면서 어딘가에 대한 예술성에 대해서는 이상하리 만큼 고집이 있다.
아마 자만심이 아닌가 한다.
내가 꽤나 예술성이 있는 인간이니까. 내가 한 것이 이상하게 보일리가 없다 하는.
그런 고집이 내 인생에 있어서 성장을 크게 방해하는 것 같다.
이제 미술도 하지 않는데.
너무도 과거의 영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진 놈이 되어버렸다.
여러모로 미술은 내 인생을 망쳐버렸다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


image.png?type=w773



기모노에 대해 질문하자 굉장히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
집에 있는 기모도가 전부 몇벌인지도 가늠이 안될 정도로 기모노가 많으신 듯 했다.
이 날 파란 기모노는 유독히 선생님의 달빛같은 은발에 어울렸다.

어울린다고 말씀드리니 굉장히 수줍게 고맙다고 하신 선생님.


image.png?type=w773 끝을 준비하시는 것인지 학생 한명한명을 카메라에 담던 선생님



image.png?type=w773 흔한 카네이션이 특별하게 보인 순간



image.png?type=w773 나 반, 선생님 반



첫 시간에 함께 했던 도자기와 또 만나서
반갑지만 다음엔 그만 봐도 되지 않을까.





2018.10.20
사야랑 스시로



사야랑은 늘 밤 중에 배고프다 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러던 중 스시를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 주말에 곧장 나왔다.



image.png?type=w773 하늘이 참 에뻤던 이 날



하늘이 너무 에뻐 핸드폰으로 찍어대자
사야가 한국인들은 전부 하늘을 자주 찍네 라고 말한다.

그러게 여기 하늘은 뭔가가 특별하게 느껴져서 자꾸만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


image_832883731540215415839.png?type=w773 스시로
image.png?type=w773



노란 접시는 100엔, 다음이 150, 200
100엔 스시도 충분히 맛있었다.
정말 간만에 사야랑 나왔으니까 여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먹어야지 했는데
둘다 역에서 엄청 걸었기 때문에
먹기만 해댔다.


image.png?type=w773



퀄리티가 꽤 높았고,
일본와서 가장 만족한 식사였다.
10접시+가을의 차왕무시(계란찜)+아이스크림


image.png?type=w773



그리고 충격적인 오쿠라스시.
진짜 너무 충격적이라서 두번이나 뭐 이런게 다 있냐고 했다.
도대체지 오쿠라는 뭘까.
고추모양이지만, 그닥 그런 향도 없고 맛은 더더욱 無맛이다.
그런 주제에 낫또같이 이상한 액이 나온다.
뭐 특별한 요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간장이나 가끔 가쓰오부시를 얹을 뿐.
그래서 유학생 특권으로 오쿠라 진짜 맛없다 라고 말하면
많이 먹으면 미인이 된다구요~ 라는 뭔 이상한 소리나 듣는 채소.
일본에 있는 동안 엄청 만난다.
그만 좀 보자.
낫또 다음으로 싫음




2018.10.21
나카스 포장마차


텐진 쪽에 있는 나카스에 포장마차가 유명하대서 한 번 가봤다.
밤에 큰 번화가에 가는게 꽤 오랫만이라 엄청 두근두근하면서 갔다.
전에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게 요새는 왜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지.
익숙해 졌나보다.



image.png?type=w773 밤시장






image.png?type=w773




image.png?type=w773



저 배에는 남녀 커플과 피아니스트, 뭔가 사회자 같은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아마 프로포즈 같은 걸로 전세 낸 것이 아닌가 했다.
다들 좋겠다~ 하면서도 저거 전세내는거 얼말까? 하는 말을 한다.

다들 무언가를 보면 좋겠다 하고싶다 라는 말 전에 얼말까? 라는 말을 먼저 한다.
당연하지만 슬픈 이야기.


image.png?type=w773 꽤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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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들어갈 뻔 했던 라면집
뭔가 이상꼬릿한 냄새가 났다.




image.png?type=w773




그리고 난 결국 또 야끼소바.
야끼소바에 대해서 또 할 말이 있는데,
사실 보이는 것 만큼 맛있진 않다.
정말로.
사람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야끼소바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인지 이런 시장이나 축제에 오면 야끼소바를 철판에 볶는 모습을 보고 사버리고 만다.
정말이지 야끼소바 뫼비우스의 띠다.


image.png?type=w773





그래도 갓 볶은 건 맛있다.
컵라면은 정말이지 못먹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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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보면서 먹으니 운치있고 좋았다.
추웠지만



image.png?type=w773 종일 알바하고 같이 따라와준 린




린은 원래 저녁을 잘 안먹는 친구이기 때문에
그날도 다들 라면을 먹을 때 홀로 오뎅을 먹으러 갔었다.
혼자 보내기엔 조금 미안해서 같이 따라가서
나는 야끼소바 린은 오뎅을 사왔는데,
이 친구 또 내 몫의 오뎅과 마실 것을 사왔다.

늘 무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하지만,
아르바이트를 두개나 하면서 피곤해 하는 모습이 마음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은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모습이
전에도 언급했지만 참 멋있는 친구다.


image_5836638101540222831658.png?type=w773 지쳐 잠든 린과 함께 찍은 사진(린쨩 힘내)








최근 유학생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다 보니,
작은 말 한마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때 많아졌다.
신경이 꽤 곤두서 버린 것이다.

그러던 중,
오늘 발표 수업의 선생님께서 발표 원고를 검토해주시는 도중에
"00(내이름)상은 미래에 무슨 일 할 거야?" 라고 갑자기 물으시길래
어물쩡 어물쩡 거리다
"아마 프로그래밍 쪽으로 취업할 것 같아요." 라고 했더니
아깝다.
회사를 직접 만들어 볼 생각은 없나
라고 하셨다.
나는 당황해서,
있기는 있다. 지금은 능력이 없어서 안되지만,
미래에 자신의 회사를 세우고 싶다. 라고 했더니
그래 그렇게 해. 아니면 아까워.
라고 하셨다.
나의 뭘 보고 그렇게 말씀해 주셨을까.
선생님은, 이 분야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하셨으니까
글로써 사람이 보이는 것일까.
무심하게 말씀하셨지만 정말이지 지금의 유학생활에 많은 힘을 보태주는 말씀이었다.
나에게 그런 가능성이 보이는 걸까.


image.png?type=w773





날 높게 쳐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라는 생각 뿐이다.
여러모로 많은 힘을 주시는 선생님이다.
내 인생에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몇 없었기에.
그런 선생님을 만난 것만으로도 내 유학생활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음을 느낀다.
설마 이런 타국에서 만날 줄은.
유학와서 참 다행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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