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환학생2018_나가사키여행中

군함도에 가다

by 시골쥐 아무개

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 11. 5. 2:07의 글



2018.10.27


나가사키 여행


군함도-메가네바시-모기마을-숙소




대망의 군함도.



사실 나가사키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학 전 부터 이곳만은 꼭 가기로 결심했었고.



하지만 막상 가려니 여러 고민에 빠졌다.

일본은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만드려고 하고 있고

나 역시 군함도에 돈을 내고 간다면 그것에 일조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봐야 일본 더 좋으라는 일 아닐까?

하는 고민이다.




게다가 군함도에 가는 배편은 꽤 비싸다.

4000엔(약 4만원)


그래서 난 이곳에 가서 얻으려는게 무엇인지.

이러저러 고민을 하다.



직접 눈으로 보자.

그리고 그 현장을 기억하자

라는 결심끝에 배편을 예약했다.



배편만 4000엔에 착륙 300엔까지해서

총 4300엔짜리 패키지를 예약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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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패키지 회사에서 날아온 메일

최근 붕괴가 심해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

결국 착륙은 못했다.


그렇게 군함도 출항의 날이 밝았다.



아침의 게스트 하우스는 전 날 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숙소 바로 앞이 바다가 펼쳐져 아침해를 볼 수 있었고,

창이 커서 아침해가 엄청 따뜻하게 내리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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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교통편 진짜 별로네 하며 툴툴거렸던

내 입을 쳐냈다.



image.png?type=w773 해안 도로에 덩그러니 있는 게스트 하우스


꽤 이른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전 날 추천받은 빵집으로 가 샌드위치를 사먹으러 나섰다.

아침이라 꽤 쌀쌀해서 목티를 챙겨오길 잘했다며 백만번은 외쳤다.


image.png?type=w773 빵집 가는 길


날이 밝자 그제서야 보이는 모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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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그리고 역시나 무덤




image.png?type=w773 마을 곳곳에는 아침밥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있다



image.png?type=w773 그리고 이 집이 맛집인 듯 하다



마을 곳곳에 있던 고양이들.

다들 아침 일찍 부터 밥을 찾아 집 앞에 하나하나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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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바로 뒤엔 묘지가 있다.


마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마을이다.


image.png?type=w773 아롱 빵집



이것 저것 구경하고 빵집에 도착하니 어렴풋 했던 햇빛이 제법 강해졌다.

빵집 내부는 촬영 금지라 그냥 빵 좀 구경하고 추천받았던 샌드위치(단돈 300엔!)를 사고

나오려니, 커피가 있다며 커피를 받았다.


image.png?type=w773 갈 땐 추웠지만 돌아갈 땐 아니란다


그대로 쭉 길을 따라 나가니 바닷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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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게스트하우스 부라부라 전경


image.png?type=w773 아롱에서 산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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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전 날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팜플렛 및 지도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그러다가, 이런 시골에는 버스 배차 시간을 보고 가야한다는 걸 깜빡한채

그저 수퍼 앞에서 하릴없이 기다리는데

전 날 저녁 늦게 도착한,

돌 겨우 넘어 보이는 아기를 포대기에 싼채 거대한 짐과 유모차를 가지고 홀로 여행하는

여성분과 만나 인사를 하니


"이 정류장 보다 저쪽 정류장이 더 차가 많이 와요!"

라며 따라오라며 같이 길을 나서게 되었다.


나는 얼떨결에 그 분을 따라갔고

거대한 짐과 아이를 들쳐 업은 채 유모차를 끄는 모습에

유모차는 내가 끌겠다며 손을 내밀었는데

단호히 괜찮다며

시간이 촉박하니 조금 뛰자고 그대로 헐레벌떡 뛰어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이는 그런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는게 꽤 익숙한지

버스에서도 단 한번 울지 않았다.



겨우 숨을 고르고 어디서 오셨냐고 물으니

카나자와라는 도쿄 근처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곧 타마고산도(계란샌드위치)를 먹으러 어딘가로 간다고 했는데

그곳이 어디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아기 이름이 치후미 였던 건 기억한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어쩌다 그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분의 미소가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리고 또 다시 어느 여행지에서 만나면

밝게 웃으며 곤니치와(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낼 것 만 같다.

지금도 여행을 하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무사히 여행을 마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그대로 그 이름모를 여행자와 헤어지고

또 다시 나가사키 역에 내렸다.

그리고 다시 원 데이 패스를 500엔 주고 구매했다.


image.png?type=w773 한번에 120엔이지만, 원데이 패스는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그리고 군함도 출항이 10시 반이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커피라도 마시자며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더 일정을 확인 했다.



image.png?type=w773 여행 중에 갖는 커피타임이 얼마나 소중한지


시간이 되고 나는 다시 군함도행 배를 타러 갔다.

어제 다녀온 미술관 근처에 있어서 꽤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날 군함도 패키지 회사에서 출항 전 확인 전화를 했었는지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갔던 군함도행이 그 쓸데없는 서비스 전화 때문에

기숙사 사감선생님 모두에게 알려지고 말았다.

딱히 속시끄럽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진짜 쓸데없는 친절 고마워서 눈물난다



image.png?type=w773 다시 만난 노면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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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낯익은 길을 지나서 또다시 도착한 항구

그곳에서 착륙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다시 듣고

티켓을 구매한 후, 영어와 한국어로 된 팜플렛을 받고

(무려 한국어 팜플렛이 있다고)

배에 올라탔다.

보니,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주는 명찰 색이 다르다.

외국인은 빨강, 내국인은 파랑인듯 했다.


보니 나 빼고 다 일본인 같았다.

일본인들과 함께 온 백인 몇 명.

그리고 나 빼고 다들 환하게 웃고 있는 걸 보니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출항이 생각보다 빠르게 되어 10시 15분 쯤에 출항하게 되었다.

배가 출발할 때부터 도착할 때까지 정말 한시도 설명을 멈추지 않더라

일단, 출항하는 항구에 미쓰비시 중공업이 있어서 중공업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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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선 전범기업이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애국기업이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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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더욱 더 가까이서 보는 여신다리


그렇게 배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가는 길은 험했고

소문대로 파도는 엄청났다.

그 날, 밑 쪽에서 태풍이 오는 중이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는 정말 검푸르고 거셌다.

이 곳을 빠져나가기란 정말로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렇게 슬슬 속이 안좋아질 때 즈음,

열심히 설명하던 사람이

"드디어 군함섬이 보입니다" 라는 말을 하니

저 멀리 어렴풋이 폐허가 되어버린

그들에겐 과거의 영광

우리에겐 과거의 아픔

군함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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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거셌고,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정말 붕괴도 심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을씨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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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들으니

당시 이곳은 도쿄도의 6배에 달하는 인구밀도를 형성했으며

파칭코, 미용실 등등 그야말로

한국인 강제징용노동자들의 인권 빼고 다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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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엄청났고,

바다 색은 무서울 정도로 검푸르고

그 때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것 만 같은 섬은

정말로 무섭게 느껴진다.



그리고 전에 무한도전에서 본

강제징용당했던 할아버지의 눈빛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보고 나면,

여러가지 감정 반, 강한 파도 반으로

속이 굉장히 메스꺼워진다.


실제로 파도가 너무 쎄서 여기저기서 구역질을 해대는 바람에

나까지 속이 안좋아진다.



배에서 구토용 봉지를 나눠주지만,

보고 있으면 같이 구역질이 나니

타기 전엔 꼭 약을 먹고 타길 바란다.


나도 속이 안좋아서 돌아오는 길에는 그냥 강제로 잠을 청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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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이 영광이 섬이 될지, 부끄러운 과오의 섬이 될지에 대해

지금의 세대가 정함에 따라 달라지다니 어이가 없음이다.


과거는 그자리 그대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image.png?type=w773 다들 구역질 한다고 수고많았다


꼭,

약을 먹고 타시길.

왜 그 어떤 블로그도 언급하지 않았는지..



나는 배 멀미가 없는 인간이요 하는 분들도 그냥 드시고 타시길.

본 투비 뱃사람 외엔 전부 구역질 한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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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ballomduel....




그대로 안좋은 속을 붙잡고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10시 15분 부터 12시까지 계속 바다에 있었던 것이다.



내 인생 이렇게 배 위에 오래 있었던 적은 처음이고

돌아오는 내내 잠을 청했으니,

정말 괜히 갔다는 생각만 해댔다.


그렇게 기분이 다운된채 항구 옆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무언가를 구경하러 갈 기분이 전혀 나질 않아서

공원에서 바람이나 쐬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때마침 날씨도 참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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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나가사키 시사이드 공원



다행히 아직 가을이 덜 왔는지

녹음이 남아 있었고

때마침 가니 가족단위의 가족들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무슨 사생대회가 열렸는지 돗자리를 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앉으면 눈 앞에 최고의 풍경이 펼쳐지니

참 그리기 즐겁겠다 했다.

날씨도 정말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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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아이들 그림에 좋은 피사체가 되어 주었던 거대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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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적당히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대로 다시 노면전차를 타고

메가네바시(안경다리)를 보러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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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결혼 사진을 찍는 모습



image_1232625751541055549353.png?type=w773 나는 혼자^~^/


image.png?type=w773 여러모로 공허했던 날


그대로 텅빈 전철을 타고

그냥 이대로 밥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왠지 내내 기분이 꿀꿀했기 때문에




image.png?type=w773 텅빈 전철은 처음 타봤다




그렇게 도착한 쓰루찬

도루코라이스라는 음식이 유명하다길래 와봤다.

이곳도 꽤 유서가 깊은 곳인 듯


image.png?type=w773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많아 조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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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정신없는 가게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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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거? 싶은 도루코라이스가 나온다.

카레 소스를 얹은 돈까스.

그 밑에 라이스(밥)

샐러드

토마토 파스타가 한 접시에 같이 나오는 것이다.


순간 이건 김밥천국의 만수르정식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아 이건 나가사키의 명물이랬지 하면서 납득을 한다.

분명히 역사가 깊은 어떤 음식이다.. 문화다.. 나가사키의 무언가다... 하면서

가게를 둘러보면

거짓말 같이 유명인사의 사인이 정신없이 전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소개 받았던 도루코 라이스와의 추억을

그대로 절반은 내 위장, 절반은 나가사키 바다에 두고 오리라 다짐을 했다.




image.png?type=w773 후식의 밀크셰이크, 시트러스한 맛이 났다. 오렌지 일까?




image.png?type=w773 그리고 또 다시 만난 꽃집

일본 여행 중에 어디서나 꼭 보이는 꽃집.


image.png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



사실,

내가 머물던 모기마을은 전혀 관광할 생각이 없었고

잠시 스쳐지나가는 곳으로 생각하려 했는데

이 날 아침 빵을 사러가는 길 부터 시작해

게스트 하우스에서 받은 마을 지도를 보니 꽤 볼 것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일정을 조정해 마을 관광을 하기로 했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은 마음에.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조금 가다 보면

정말 그 누가 여기까지 올까 싶은 마을이 나온다.



image.png?type=w773 모기 마을의 신사


그냥 생각없이 걷고 걸어서 마을을 그저 보았다.


image.png 일본에선 머리 위에 거미가 있는지 없는지 볼 것


image.png 까마귀 소리 밖에 들리지 않던 모기마을



image.png 까마귀들


image.png 그들에게 편안한 마을은 정말로 평화로운 마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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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처 없이 걷던 나는 어떤 이변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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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미용실을 발견하고 만 것이다.


전부터 많은 시술로 고통받던 모발이 더 이상 말을 안듣자

이 녀석을 그대로 방치하기 보다는 내쫓아 버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계속 자르고 싶었던 참에

미용실을 발견해 버려

화장실도 가고 싶었고

그대로 미용실에 들어가서 커트 얼마냐고 묻고 잘랐다.


가격은 이런 구석진 곳의 미용실이라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전부터 한국은 어떤 노동에 대한 인권비가 터무니 없이 싼 나라였으므로

이것은 정당한 가격임에 틀림이 없다 라는 생각을 하며

머리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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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순히 일자로 잘라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러면 재미없잖아 하면서

홀로 재미있는 실험을 내 머리에다 하신 아주머니.

긴장되서 숨도 못쉬고 있으니

뒤통수로 긴장감이 느껴지는지

긴장하지 말라며 거침없이 가위질을 하셨다.



그리고 결과는

내 나름, 대성공

처음으로 뒤통수를 살리기 위해서 살짝 층을 내봤는데

산뜻해보이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 머리를 어디서 또 어떻게 할까...

너무 감사하다며,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내부 사진을 좀 찍어가도 될까요 라고 하니

청소 해 놓는 편이 좋았네 하며 하하 웃으시는 아주머니.


부라부라 게스트하우스 덕에 마을에 외국인이 다 온다며

처음엔 다들 신기해 했다며 부라부라 게스트하우스가 아주 고맙다고 하신다.

나 또한 덕분에 모기마을을 알게 되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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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아무 시술하지 않았던 상태의 머리로 조금은 돌아간 것 같다




image.png 한결 산뜻해진 머리로 찍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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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개 한 번 켜더니 눈길 조차 주지 않고 떠나던 고양이.

나도 너처럼

관심 없는 것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등을 돌려버리는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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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고양이 구경을 하다

숙소로 돌아와서 머리 구경을 하다 보니


내 방에 다른 한명의 게스트가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온 로한.

그녀는 10년 전에 2년 정도 도쿄에서 생활했다고 했다.

그리고 내일 나가사키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왔다고.


그녀는 늦은 밤, 어둠으로 가득해 어디가 어딘지 구별이 안가는 모기마을을 헤매다

하루 먼저 왔다고 지도도 없이 이어폰을 꽂고 휙 지나가는 인간을 저 멀리에서 슬쩍 따라 왔다.

허세 넘치는 인간도 사실 그걸 알고 있었고.




나는 모기 마을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이미 생각해 놓은 상황이었고

뭘 먹을지도 다 생각해 놓았었다.

그런데, 가게는 닫혀 있었다.

정말 장사 멋대로 하는 군 하고 그대로 마트로 향했다.

편의점도 없고 마트 도시락을 사먹을 수 밖에 없구나 하며

뒤를 슥 돌아보는데 저 멀리서 로한이 지도를 들고 나를 계속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먼저 말 걸겠지 하는 생각에 마트에 들어가서 도시락 구경을 했다.

그러자 로한이 한 발 늦게 들어와 겸연쩍게 인사를 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려던 가게가 문을 닫아서 여기 왔어."

이미 다 봤겠지만.

그러자 로한도

"나도."


그렇게 둘은 도시락을 사서 사이좋게 숙소로 돌아가

도시락을 까먹으면서 짧은 영어를 써가며 떠들어 댔다.

그러던 중 로한은,

"너 어디서 영어 배웠어? 영어 잘한다."

서양인이 반드시 영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한 동양인에게 하는 칭찬을 한다.

"학교에서."

그리고 너도 꽤 잘하는 편이야. 프랑스인 치고는.



이 날은 달이 참 예쁜 날이었다.

24일이 만월이었고,

그 후로도 계속 달이 엄청 밝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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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정신없이 달빛을 찍고 나니,

어디서 한국어가 들려 보니

한국인 부부가 차를 렌트해서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서 스태프와 영어로 대화하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러다

한국인 남자가

"그냥 여기다 대면 안된대?"

하며 투정을 부린다.

여기서 '여기'라는 것은 게스트 하우스 입구다.


스태프가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어 스태프의 말을 부부에게 한국어로 전했다.

이곳은 (도로고 숙소 앞이니) 주차가 안되니까 저 쪽에 무료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합디다.

부부는 알았다며 차를 뺐다.


그리고 그렇게,

나가사키 그리고

뜻밖의 모기마을에서의 여정이 끝났다.


여행은 언제나 뜻밖의 이벤트에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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