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교환학생2018_삶7

제가 어떻게 일본어를 하냐구요?

by 시골쥐 아무개

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 11. 12. 22:55의 글




삶이 늘 특별할 순 없지만,
지루하다 싶은 순간엔 가끔은 특별한 순간을 넣어주어야
조금은 이 세상에 살고 있는게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와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어쩌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간단하다.
내가 유서깊은 오타쿠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절
"강철의 연금술사"를 가장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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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5번을 돌려 볼 정도로 정말 푹 빠졌었다.

그 만화를 볼 때 즈음의 나는 꽤 삶의 의욕이 없었을 때였다.
목표의식 없이 살 때 즈음
할 일도 없고 만화나 보자 싶어서
어릴 때 무서워서 못 봤던 강철의 연금술사가 떠올랐다.

20대가 되어서 다시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고
이런 만화를 꼬맹이들이 보는 채널에서 방영했단 말이야? 하는 충격 다음으로
일본에 이런 만화가 하는 충격을 두번째로 받았다.

평론가가 아니고, 이 포스팅은 작품 소개를 테마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

다만,
삶의 의욕이 없거나 내 인생의 환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여하튼,
서론이 길었지만
키타큐슈 만화 박물관에 강철의 연금술사전을 한다는 것을
나가사키행 버스를 기다리면서 알았고
운좋게 학교에서 발견한 강철의 연금술사전 포스터 뒷장에
내가 정말로 존경하고 좋아해 마지 않는 "박로미"라는 성우분의 이벤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애니메이션 다음으로 성우 분들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던 터라
박로미 성우님의 라디오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다니기도 했었고
큐슈에 있으면서 이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못했기 때문에
어찌됐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강철의 연금술사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홍콩에서 온 친구 미호가 같이 가겠다고 해주었고
나는 홍콩에서 온 미호와 함께 키타큐슈로 가게 되었다.

image.png?type=w773 현장 발권시 나오는 티켓




키타큐슈까지는 꽤 가까웠다.
거의 1시간 반정도 걸렸으니
부족한 아침잠을 채우다 보니 금새 도착했다.

image.png?type=w773 고쿠라 역




우리는 고쿠라 역에 내렸고,
내리자 마자 내리쐬는 키타큐슈의 분위기에
"여기는 당일치기로 오기엔 아까운 곳이었네."
라는 말을 했다.

날씨의 영향도 있었는지,
키타큐슈의 고쿠라역은 그야말로 정말 좋은 향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상냥하게 부는 바람부터,
바삐 움직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요한 곳.

그래서 내리자마자
또 오고 싶다 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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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쿠라역 근처에 큰 시장이 하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장을 찾아 갔다.

둘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시장으로 가서 무언가라도 먹자 라는 생각에
급하게 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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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오늘 맥주의 온도는 5도 라고 합니다




역에서 걸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탄가시장

image.png?type=w773 다이쇼시대부터 이어져왔다고 하는 탄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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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앞에 두고 신호를 기다리니,

시장은 어딜 가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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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의 계절이 끝나고 국화의 계절이 와서
그 빈공간을 채우고 있다.
요즘은 어딜 가나 국화로 꽃꽂이 한 곳도 많고,
길거리에도 많이 피어있기 때문에 가을이 더 즐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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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컨셉인지 정말 오래 되어서 이렇게 된건지 알 수 없는 간판


image.png?type=w773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고기만두(8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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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별로 였던 떡




대충 배를 채우고 나와서
고쿠라성으로 향했다.

역사적 이유 때문에 일본의 성은 그다지 찾아가지 않았었는데
동행했던 친구가 가고 싶다고 해서 한번 구경해 보자 하고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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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어딘가 모르게 평화로웠던 고쿠라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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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착한 고쿠라 성.

일본 성의 특유의 느낌이 나는 곳.
한국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친구도 나에게 한국인들이 왜이렇게 많냐고 물어봤지만,
홈쇼핑에서 기타큐슈 패키지 광고를 굉장히 열심히 했나보다 라는 답 밖에 생각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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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날이 따뜻해 아직 단풍이 덜 들었는데
조금 옆에 있는 키타큐슈는 벌써 단풍이 다 들어 떨어지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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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가을을 더 길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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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773 가을이야 말로 정말 색이 많은 계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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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더 잘 보이며
그들의 웃음소리가 배로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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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앞서 봤던 풍경이 또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꼭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길에 대해서는 미련이 많은 인간인 듯 하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은 것이 보이기도 한다.

길을 가다, 원폭피해자위령비가 있다는 걸 보고
인연이구나 하는 마음에 갔다.


image.png?type=w773 평화로운 공원




원폭피해자위령비가 있던 공원은 여느 공원과 같이 평화로웠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 홀로 서있는 위령비는
나가사키에서 만난 위령비처럼 고요한 고통이 스며들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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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展

성우 박로미님의 토크쇼는 3시5분 시작인데
전시회는 2시 10분즈음에 들어가 버렸다.
행사장이 다른 건물에 있었으니 정말 서둘러서 그 많은 작화를 봤어야 했으니
급한 마음에 땀이 날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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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급했지만, 전시회는 전시회 나름 정말로 좋았다.
아라카와 히로무작가님의 붓의 결을 정말 코앞에서 보는 것 만으로도
황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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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카와 히로무 작가님이 데뷔 전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는
"귀족백성" 이라는 책에서 언급되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입원을 해서, 낮에는 소돌보기(홋카이도 낙농업집안) 혹은 병간호
끝나고 밤에는 원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정말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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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 한계를 뛰어 넘고
그렇게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대작을 탄생시킨 것이다.
게다가 연재 도중 임신과 출산을 했음에도 단 한번의 휴재를 하지 않은
정말 괴물과도 같은 작가님이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님의 캐릭터들도 전부 에너지가 넘친다.
전에, 작가님의 캐릭터는 왜 다들 통통한가요? 라는 식의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비쩍 말라 있으면 밥도 못 얻어먹고 다니는 것 같아서 불쌍하잖아 "
라고 하셨다고.

특히 강철의 연금술사 내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이 주체적이고
강단있는 성격의 캐릭터가 많아 굉장히 애정하기도 했다.

그 중 "올리비아 암스트롱" 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좋아했는데,
주인공 엘릭이 중앙사령관에서 일하는 동생의 추천서를 가지고 오자
읽지도 않고 "나 의외의 타인이 한 평가는 필요없다. 내가 직접 판단한다."
라며 추천서를 찢어버렸다는 이야기..

이렇게,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과 맞아 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호감이 가는 것 같다.


image.png?type=w773 올리비아 암스트롱





여하튼,
전시회는 즐겁기도 즐거웠지만,
사실 작품 감상 내내 굉장히 슬퍼졌고 부끄러워졌다.

가까이서 본 작화들이 정말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스크린톤의 세밀한 작업도 가까이서 보였고,
어느 한 장면은 정말 붓 결 하나하나 어떤 감정이 담겼는지 느껴졌으며
조금은 투박해 보이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최고의 표현을 담아냈기 때문에
한 때 이 작가님과 같은 작품을 그리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도 초라해져서
조금은 눈물이 날 뻔 했다.

그리고 내가 이 업계를 너무 우습게 보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이 좋다고, 그림 좀 잘그린다는 칭찬 좀 들었다고
나도 내 작품 하나 그리고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쉽게 해댔다는게 굉장히 부끄러웠다.
물론 못할 건 없지만,
얕 본 건 사실이다.


만약 내게 이 작가님처럼
낮에 일하고 밤엔 잠을 아껴가며 작품 활동을 할 열정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 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이 작가님이 더 대단해 보였다.

인쇄물에선 보이지 않았던
작화들의 디테일과 작가님의 인생이 겹쳐보이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탓에
박로미 성우님의 이벤트장에 가는 내내도 눈에 초점이 나가버린 상태였던 것 같다.

놀러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머리를 뎅하게 맞은 듯 했다.


image.png?type=w773 당신은 괴물입니다 아라카와선생님



한 때 그림을 업으로 삼고 싶었던 인간으로써
이번 전시회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더더욱 나를 그 업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펜을 놓은지 n년이라 감도 잡히지 않고,
그리고자 하는 마음도 완전히 사라졌었기 떄문에
그 당시 집에 오면 종이에 코 박고 그림 만 그려대던 시절이
그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여러모로 많은 감정이 오간 전시회였다.


image.png?type=w773 어디한번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박로미 성우님의 이벤트장엔 이벤트 시간 10분 전 즈음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이 가득차서 무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 였다.

겨우 까치발을 들고 보니 개그콤비가 와서 열심히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언제즈음 나타나시려나 하고 목 빼놓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박로미님이 등장하고
나는 정말 넋이 나간 듯
많이 걸은 탓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그것도 잊고 토크쇼에 열중했다.

토크쇼 중간중간에 얼핏 새어나오는 에드워드 에릭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토크쇼에서는 녹음 당시 가장 몰입했던 순간에 대해 얘기하는데,
n화에서 에드가 굉장히 화를 내야하는 씬이 있었는데
정말로 몰입해버려서 테스트 때 펑펑 울었었다고 한다.
그리고 테스트 때 울었으니 본방송에선 울지 않겠지 했지만
본방송에서도 똑같이 울어버렸다고.
나도 그 편 보고 울었었다.


또한,
음향감독이 꽤 까다로운 사람이었는데
박로미 성우님의 연기에 대해서 너무 리얼해서 편집이다 라는 말을 했고,
성우님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반박을 했다고.
그런데 그에 대해서 음향감독은
"이 만화는 아이들에게 고통을 알려주기 위한 만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겨서는 안돼.
그런데 네 연기는 너무 리얼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길 거야."
라고 했다고.
도대체 어떤 연기인지..그 연기 실제로 보고 싶다.


또한 박로미성우님이 여기 저기서 많이 말씀하고 다녔던 것인데
당시의 본인과 주인공 에드는 정말로 닮았고,
본인은 에드에게 선택받아서 여러가지 에너지를 빼앗겼었다고.
(노래방에서 4~8시간 소리지르면서 목을 갈던가, 어려가지 연습을 하며..)
하지만 결국 에너지를 빼앗긴 것이 아니고,
마지막엔 본인과 에드는 일심동체인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 에드와 알폰스 형제는 주로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한 때 슬럼프가 와 어쩌지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교토로가는 9시 신칸센을 타고 있었다고.
그렇게 기차를 타고 가는 중
아, 기차 안에서의 시간이 그 형제에게는 리셋의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곤 눈물이 펑펑 쏟아졌었다며.
그래서 본인도 기차 속에서 리셋의 시간을 가지고 잘 쉬다 돌아갔다는 이야기.



또한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에는
애니메이션 시작 전에
연금술은 이해, 분석, 분해로 이루어 진다 라고 하는 대사.(나레이션)
본인도 무대를 기획하기도 하는데,
무대도 그런 식으로 이해, 분석, 분해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 질 때가 많다고.
그리고 뭐든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고.


그렇게 호응매너가 그리 좋지 않았던 관객을 끌고 한시간 동안 열심히 에너지를 발산하고 가신
박로미성우님..
나도 언젠가 내 분야에서 저런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다.

늘, 동경했으며 그런 사람을 실제로 보니
나도 저 분 처럼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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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이라해야할까, 나의 인생에서 참고하고 싶다라고 해야할까.
나는 꽤 나의 인생이 부족함 투성이라고 느끼는 인간으로서
줄곧 나의 이상적 인생관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곤 했다.

그 '사람'은 늘 바뀌지만
대부분은 겹친다.

당당하며,
말에 강단이 있으며
인생을 즐기는 듯 하며
본인의 일을 사랑하며
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또한 어떤 것에 있어서 여유가 있어보이는 사람(재력보다는 행동이나 말투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찌 보든 상관 없지만,
나는 꽤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노력을 하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도 인생에 대해 고민하거나 나 자신에 대해서
가져왔던 고독의 순간들이 그렇게 무쓸모 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어찌됐든 지금 인생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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