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8년, 글쓴이가 모 포털사이트에 교환학생 생활 중 썼던 포스팅을 가져온 글입니다.
어린 나이에 쓴 글이라 다소 어리숙하고 지금과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져 지금의 제가 보아도 어색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2018.9.19 0:21 의 글
2018.09.16
간만에 늦잠 잔 날.
처음으로 맞이하는 일요일.
동행 유학생들은 피곤한 탓인지 계속해서 악몽을 꾸고,
나도 두번 정도 악몽을 꾸면서 꿈자리가 조금 뒤숭생숭하고 여러가지로 피로가 쌓였던 탓에
간만에 늦잠을 잤다.
사실, 유학오면 여행과 같은 기분이 되어서
아침 일찍 알람 없이도 벌떡벌떡 일어나 질 것 만 같았다.
하지만 내 몸은 여행과 생활을 확실히 구분하는 듯 하다.
매일 매일이 언어와 상황만 다를 뿐,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 개강을 하면 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나는 행복을 찾아서 너무 많은 환상을 가지지 않았던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건 현실인데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늦잠을 자고 늦은 점심을 사서 먹고 근처에 있는 규슈국립박물관에 갔다.
평소 같았으면 간만의 주말 어떻게 보내야할까 하는 고민을 했었을 건데
일본에 와서 계속 무리만 했기 때문에 그냥 아무 생각 없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힘든 사람이 있고,
즐거운 사람이 있다.
나는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다.
어쩔 때는 조금 힘들구나 하지만
어쩔 때는 이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다
확실히 난 내향인이지만,
외향인의 성질도 가지고 있는 걸까
평생의 고민인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은 내향인에게도 외향인에게도 힘이 되는건 확실하다.
이 길을 쭉 올라가면 박물관이 나온다.
건물이 위쪽에 있고 나무들 사이에 있어서 몰랐는데 굉장히 거대했다.
볼 거 없어서 할 말도 없다.
2018.09.17
고죠야 축제
오늘은 다 같이 축제에 가기로 했다.
9월에는 여름 축제가 없을 줄 알아서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축제가 있었다.
그런데, 현지인들도 한자가 어렵다며 잘 모르길래
뭔 축제야 싶었다...
유카타를 입을까 했는데,
가는 길이 멀고 오래 걸으면 허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편안 차림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유카타는 참 예뻤다.
뭔가를 엄청 타고, 한참을 걸려서 축제에 도착했다.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다들 바닥에 앉아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를 굽고 하는 가게가 많아서 뿌연 연기가 가득했다.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정겨웠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가게도 정말 많고
한국 명랑 핫도그 같은 비슷한 핫도그를 팔고 있었다.
그리고 꽤 많이 사먹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치여서 일본식 치킨 가라아게랑 야끼소바를 또 먹었다.
어떤 신사에 기도하려고 줄을 엄청 서있었다.
6명씩 한 줄로 서는 건데도 줄이 어마어마
해가 지니까 또 분위기가 달라졌다.
역시 축제는 밤이 진짜 인 것 같다.
이 날, oo대에서 온 무려 동갑내기 친구도 함께 갔었는데 도중에 무리에서 떨어지게 되어 둘이서 기약 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자, 어떤 형사로 보이는 사람이 급하게
비켜주세요! 지나갑니다!! 하는데 그 분을 선두로 뒤에
아마도 범죄자일 남자가 양쪽으로 형사들에게 붙잡혀 끌려가고 있었다.
분명히 은팔찌도 착용하고 있었기에...
암튼,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것을 봤구나 했다.
그리고 길 한가운데의 토사물
이 날은 사실, 룸메이트가 온 날이었는데 나 만 룸메이트가 없어서 조금 씁쓸하던 참이어서 굉장히 반가웠었다.
편지를 남기고, 내 필살기 말랑카우까지 한 봉지 주고 앞으로 잘지내자며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아마 혼자 지내는 걸 못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만나이 19살 밖에 되지 않았고
나 역시 그 시절엔 어딘가 속하길 원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럴 수 있구나 했다.
그 친구는 2명의 친구를 데려와 방에 재웠다.
한 명은 같이 침대 위에, 한 명은 바닥에.
그리고 스피커폰으로 남자친구와의 전화.
첫날이고 하니 나는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주의를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 찾아왔다
오늘,
늦은 시간까지 방에서 쿵쾅거리며 춤을 췄다.
이건 아니다.
그래서 "어젠 ㅇㅇ가 온 첫 날이라 괜찮았지만 지금 부터는 늦은 시간엔 조심해 줘 ."
라고 말했다.
룸메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착하게도 친구 둘은 알았다며 금방 나갔다.
그래도 어린 친구들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이 사건으로 다시 한 번 더 떠올리게 됐다.
사람의 첫인상.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첫인상으로 정하지 말자 했다.
대개는 첫인상이 8할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좀 더 알기에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고,
같이 지낸 세월이 보통은 짧기에 좀 더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생각 해서
첫인상으로 사람의 인상을 정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행인지 아닌지 나는 인연을 잘 떨쳐내는 인간이라 그 전까지 여유롭게 지낼 시간이 많다.
아직은 룸메가 어떤 타입의 사람인진 몰라도, 분명 나쁜 애가 아닐거라 생각하고 싶다.
왜냐하면 룸메의 어머니의 미소가 생각이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