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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15. 2023

값을 따질 수 없는 나의 노르망디

데이비드 호크니가 사랑한 노르망디에서

첨~~~~~벙!!


데이비드 호크니의 유명한 그림 <더 큰 첨벙>

꼭 그림에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마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런 그림을 그리지 못할 거야.

몇 년 전에 서울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보고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경매가 기록을 가진 화가

비싼 그림을 그리는 화가


그의 이름 앞에는 꼭 자본과 연결되는 수식어가 붙는다.

요즘 누가 촌스럽게 예술가는 헝그리정신에

돈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예술가의 헝그리정신에 부합하는 고흐조차 생전에 자신의 그림이 돈을 벌어주길 바랐다.

유명한 그의 편지 속에 첫 번째 그림이 팔렸을 때 희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당연히 미술도 시장이라는 게 존재하기에 자본이 투입되고 예술가는 직업이기에 돈을 벌어야 생계를 꾸리고 다음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것을 부정하려는 게 아닌 나조차도 어느 순간 돈으로만 생각했던 호크니의 예술을 다시 보는 계기가 몇 년 전에 있었다.


우연히 그가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폐쇄된 영국을 피해 프랑스 노르망디 한적한 시골에 작업실을 꾸렸다. 그곳에서 작업한 내용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고 그걸 책으로 엮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https://images.app.goo.gl/L9kNMhDJeHRPCru2A



그가 낸 많은 책이 있지만 유독 끌렸던 이유는 얼마 후 나도 노르망디로 이주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리상 충청도쯤이라 해야 할까.



프랑스 북서부에 위치한 노르망디는 역사 속에 전쟁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더 먼 옛날부터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한 지역으로 명성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주해야 할 곳이 시골이기도 하고 노르망디 특유의 날씨 때문에 마음이 심란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호크니가 낸 책을 보고 빨리 노르망디에 가고 싶단 생각을 했다. 뭔가 거장과 같은 공기를 맡고 같은 풍경을 본다면 내 작업도 발전할 수 있을 거란 근거 없는 희망 같은?

아니면 쓸데없는 자부심? 무엇이 됐든 심란했던 마음이 부푼 희망으로 바뀌었다. 같은 곳을 본다고 나도 비싼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 텐데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조차도 돈으로만 보던 호크니의 그림과 예술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백발의 이 예술가는 아직도 회화를 탐구하는데 게으르지 않다. 한마디로 안주하지 않는다. 어떤 젊은 예술가도 그러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의 그림을 보고 좌절했던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연 그처럼 지속적인 열정으로 자신의 예술을 연구하고 고쳐나가고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을까.

호크니의 그림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열정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일 것이다.


무엇이든 돈으로 값어치를 매기는 시대에 예술도 아트테크 말까지 탄생시키며 거대한 자본이 오가는 덩치 큰 산업이 되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 첫날에만 몇 천억이 거래되었다는 이야기는 예술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들. 하지만 거기에 해당하는 예술가는 몇 명일까?


나도 내 그림이 세계적인 갤러리나 아트페어에 걸리는 적은 가능성을 꿈꾸지 않아 본 적은 없다. 어떤 예술가인들 내 작품이 대접받고 좋은 가격으로 거래되어 마음 놓고 작업하기를 바라지 아니할까.


하지만 호크니의 그림에 경매가를 붙일 수 있지만 노르망디 작은 시골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스케치를 하고 풍경을 바라보며 그림을 연구했던 경험과 열정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호크니 덕분에 더욱 사랑하게 된 노르망디에서 풍경을 담으며 그의 열정을 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그림은 어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곳을 사랑하고 정성껏 그려내는 마음에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가격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힘들어도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마음이다.



* 글과 함께 그림을 공개합니다.

그림이 글과 함께 읽는 분들에게 좋은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캔버스에 아크릴릭 <고양이와 개가 함께 있는 풍경> 27*19cm


원색의 대비를 좋아합니다. 원색 사용이 강렬하게 보이지만 조화를 통해 공간이 따뜻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과제를 보고 원색을 참 희한하게 잘 쓴다는 칭찬을 흘려가듯이 하셨는데 너무 기뻐 마음이 싱숭생숭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작가의 그림을 살폈는데 앙리 마티스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커튼이나 카펫에 터치를 그의 작품에서 많이 참고하는데 그래도 그의 스타일과는 다릅니다. 참고하지만 달라야 합니다.

이 그림을 가까운 이웃들의 집을 방문하면서 눈에 였던 부분 부분을 가져와 재조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는 동물을 많이 키웁니다. 주택뿐이라 집 지키는 용도로 개를 많이 키우는데 고양이는 거의 주위를 서성이는 길고양이들이 집안에 들어와 식구행세를 합니다. 어디든 동물들이 있는 공간은 따뜻하게 보입니다. 겨울날 춥지만 집안에 들어가면 온기가 느껴지듯 제 그림을 보는 분들도 온기를 느꼈으면 합니다.


-노르망디에서 사는 시골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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