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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17. 2023

인상파 화가처럼 노르망디에서 살아남기

오늘도 날씨 체크는 필수!!

노르망디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나는 여기 살기 전까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옛날 전쟁영화에서 본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 다일까.


치즈 중에 한국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까망베르치즈

노르망디에서 생산되는 치즈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파리관광 오는 사람들이 들르는 근교여행 코스 중 하나인 몽생미셸은 노르망디의 자랑이다. 바로 옆 지역인 브르타뉴 지역과 가끔 소유 논쟁이 있는 것 같지만,


그리고 필수 코스 중에 코스 오르세 미술관이나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보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미술사에서 가장 사랑받고 인기 있는 사조 중 하나 인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하고 많이 남긴 풍경 중 하나가 여기 노르망디 지역이다.


모네의 유명한 정원이 있고 대작 수련을 그려냈던 지베르니

수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한 아름다운 절벽 에트르타

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옹플뢰르까지


여기 곳곳이 그들이 흔적이 있다.

그런데 왜 그들은 노르망디를 사랑했을까. 살다 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일단 날씨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널뛰듯 변하는 날씨.

그리고 겨울이면 해가 반짝 났다가 금세 흐려지고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는 울적한 곳.



나의 구글 날씨 체크 앱이다.

이럴 순 없다.

일주일 내내 비라니

크리스마스 시즌에 비소식 ㅎㅎ

 뭐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매번 날씨를 확인할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다.


여기 노르망디는 일 년 내내 푸르르다.

비가 자주 내려 풀들이 겨울에도 풍부하고 그걸 먹고 자란 어린양은 세계 최고급 고기로 거래된다고 한다.

실제로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하지만 맛있는 양고기를 얻은 대신 날씨 탓에 사람이 멜랑콜리 해진다.

우리가 흔히 서양 예술의 근간이라 하는 멜랑콜리를 여기 날씨로 인해 뼈저리게 아니 뼈 시리게 느낄 수 있다.


나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주부이기에 빨래를 해야 한다. 그래서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빨래가 빠삭하게 잘 마르느냐 아니면 눅눅하게 오래 기간 말려야 하느냐.

아마도 겨울 내내 빨래는 벽난로 옆에서 오징어 굽듯 몇 번을 뒤척대다 건조될 것이다. 잠자기 전에는 벽난로에 건조대를 바짝 붙여놓고 아침이 되면 냄새를 안 남기고 잘 말랐는지 점검하는 것도 참 일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날씨는 중요한데 밖에 나가 그림을 그렸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는 얼마나 더 민감했을까.


인상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직접 풍경을 보고 그릴 수 있게 튜브형 물감이 양산된 영향도 있다.

물감을 제조해서 사용했을 당시에는 스케치만 간단히 바깥 풍경을 보고하고 작업실에서 채색을 해서 인상주의 전 풍경화를 보면 현장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인상주의 대표화가 모네의 풍경화를 보면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다.

이렇게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노르망디의 이런 날씨도 사랑했을까. 그림을 그리려면 스케치북이 바람에 날아가고 물을 흐트러지고 물감에는 모래가 날아와 덕지덕지 붙고 손은 장갑을 끼지 않으면 시렸을 텐데. 날씨가 변덕스러워 좋은 날씨라 생각해서 나가도 금세 안 좋아져 작업에 시동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모네의 그림을 보면 물감에 모래가 섞여있는 원화도 존재한다.


그래서 실제로 바람이 많이 부는 요즘 같은 겨울

바깥에 나가 그림을 그려보았다.


https://youtu.be/GvSRT2 KLh5 I? si=2 qkZe2 mWzmNRJeff



실제로 해보니

스케치를 하다가 스케치북이 넘어가고 이젤이 넘어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 프랑스 노르망디에 와서 야외에 나가 그림 그리는 걸 즐긴다. 특히 풍경화는 꼭 밖에 나가 스케치라도 하고 색을 유심히 관찰한다.

앞서 말했듯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와 빛 때문에 여기는 다채로운 색을 띠고 있다.

특히 해가 질 무렵과 뜰 무렵은 더욱 색이 다양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저녁노을 사진보다 더 아름답다
해질 무렵 꼭 예전에 그려진 풍경화같다

여기서 살수록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아마도 그들이 사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나무의 자세들 격변하는 날씨가 빛의 조리개 역할을 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의 색들.

그들은 변화하는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장소를 찾고 그려냈을 것이다.

아마도 여기가 단조롭게 매일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화창한 날씨였다면 파리의 유명한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노르망디는 그들이 그림을 그리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오늘도 바깥으로 나가 시린 손을 비비벼 스케치북에 앉아 그들은 이 풍경을 어떻게 느꼈을까 생각한다. 잠깐 반짝이는 순간이나 볼에 닿는 아찔하게 시린 바람을 담아내고 싶었던 화가들.


불편하지만 그래도


오늘 또 노르망디를 사랑하게 될 이유가 더 생겼다.



*오늘의 그림을 공유합니다

7월쯤 그렸던 노르망디 해변.

그날따라 날씨가 쨍쨍하고 물이 들어가기에 마치 더운 날씨라 부랴부랴 챙겨 해변으로 향했다.

나는 물에 들어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다리가 불편해서 챙겨 온 미술도구로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 안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면 사람들의 소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희한하게 자연의 소리와 나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들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온다.

보는 이들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해변 그림에 소리를 담고 싶었다. 고요하고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소리.

그 느낌이 부디 보는 사람들에게도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


여기는 여름이라고 마냥 시원하게 해변을 즐기면 안 된다. 반드시 날씨가 장난을 부려 추워지는 구간이 있다. 꼭 여름이라도 몸을 보호하는 외투가 필요하다.

해변에 비키니와 패딩이 공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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