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에서

by 컨트리쇼퍼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를 찾아 헤맸지만 아무도 엄마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폐허가 된 도전시청 자리에서 엄마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엄마는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그 자리에는 그동안 엄마가 썼던 글들이 빼곡하게 널려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종이들, 빗방울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이 번져버린 글씨들. 나는 그 글들을 하나하나 주워 집으로 가져갔다. 오래된 퍼즐을 맞추듯, 찢긴 종이들을 조심스럽게 맞춰나갔다.

엄마가 쓴 이야기들은 진짜였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의 상상이었을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에서 내가 알던 엄마와는 다른, 더 깊고 복잡한 존재를 발견했다.

엄마는 무슨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걸까. 엄마의 글들이 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잊힌 기억 어딘가에 엄마의 기억과 내 기억이 만나는 지점이 있었다.

도전보육원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억지로 먹어야만 했던 약들, 규칙적인 병원 진료들. 엄마의 말처럼 우리가 이용당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거대한 거짓에 가려져 진실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날부터 나는 엄마의 글에 나왔던 인물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은 진짜 존재했던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엄마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인방이라 불렸던 사람들, 골든타운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도전특별시의 숨겨진 비밀들. 모든 것이 실재하고 있었다. 엄마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의 무게를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났다.

어떻게든 세상에 이 진실을 알려야만 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더라도. 엄마의 기억은 진짜였다. 엄마의 고통도, 엄마의 사랑도, 엄마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것들도 진짜였다.

나는 엄마의 딸로서,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 진실을 세상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비록 엄마는 기억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엄마가 남긴 글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을 넘나드는 기억들 속에서, 진실을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었다.




요양병원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을 참으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엄마와 아빠를 그곳에 두고 나오는 일은 언제나 마음을 찢어놓았다.


"또 언제쯤 방문하실 계획이신가요?"


경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올 거예요."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것만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하느라 바쁘시진 않으세요? 대부분 한 달에 한 번 오시는 것도 엄청난 일이거든요.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경애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차라리 꾸준히 오시는 게 나으세요. 처음에 자주 오시다가 나중에 안 오시면, 노인분들은 상심이 더 크시거든요. 자기가 혹시나 버림받지 않았나 많이 불안해하세요... 그게 저희로서도 가장 안타까운 일이거든요..."

"일은 자유로운 편이라서 괜찮아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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