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by 컨트리쇼퍼


나는 나를 오래도록 부끄러워했다.

십 대,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를 지나 이제 오십을 앞두고서야, 그 부끄러움이 내 삶의 일부였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수투성이였던 시간들이 내 존재를 증명해 주는 조각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시간은 기억을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재단할 뿐이다. 삼십 대까지만 해도 이십 대의 실수들이 불현듯 찾아와 내 발목을 붙잡곤 했다. 밤중에 잠이 깨면 몸을 벌떡 일으키고, 이불을 걷어찼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과거의 내가.


사람들은 말한다.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십 대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내 치부를 안주 삼아 씹었다.


"야, 너 그때 술 취해서 언덕에서 썰매 타다가 청바지 찢어진 거 기억나? 겨울도 아닌데 말이야."


그들이 웃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어갔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관심을 갈구했던, 그 어리석은 소녀는 이미 죽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서 나는 영원히 그 모습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삼십 대가 되자 나는 연을 끊었다.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간혹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도 사라졌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과거를 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지우는 것이다.

사십 대가 되어서는 꿈에서나 과거가 찾아왔다.

몇 달에 한 번씩, 불규칙하게. 허우적거리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던 나.

몸이 영원할 줄 알고 술을 퍼붓던 나. 그 모든 것이 부끄러웠다.

누군가는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이 삶이 좋았다. 홀로 있는 것이 좋았다.

핸드폰은 거의 보지 않았다. 연락 올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날, 오랜만에 메신저 알림음이 울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마치 누군가 내 가슴속에 손을 집어넣어 심장을 움켜쥔 것 같았다.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손가락이 떨렸다. 무엇을 안다는 걸까. 나는 한 시간 동안 그 문장을 응시했다.

답장을 쓰려다 지웠다. 다시 쓰려다 지웠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사진이었다.

그건… 나였다. 반지하, 단칸방, 술에 절어 나자빠진 젊은 나. 한평 남짓한 그 좁은 방을 나는 기억했다.

대학 시절이었다. 삼십 년 전. 하지만 그날 밤은 기억나지 않았다.

어디서 구한 사진이지? 그 집은 오래전에 허물어졌을 텐데.

누가 찍은 걸까. 누가 그곳에 있었을까.


"너 누구야?"


메시지는 즉시 읽혔다.


"내가 누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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