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는 거짓말을 한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나는 내 몸이 고장 났다고 믿었다.
회사 복도에 걸린 디지털 온도계는 22도를 가리켰지만, 내 손끝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사무실 안은 18도였다. 아니,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다.
중앙 에어컨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내 눈을 정확히 겨냥해 칼날처럼 찔러왔다.
인공눈물을 떨어뜨릴 때마다 눈알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추워요."
처음 말했을 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두 번째 말했을 때,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이 대리, 갱년기 아니야?"
갱년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갱년기 증상은 오히려 더위 때문에 미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말은 목구멍 어딘가에서 얼어붙어,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되어 식도를 긁어 내렸다.
히스테릭은, 어쩌면 그렇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작은 균열이었다. 이마 위에 내리쬐는 햇빛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교차로에서 파란불이 바뀌기 전에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구가 떨렸고,
누군가 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에 뾰족한 무언가가 자라나는 걸 느꼈다.
남편은 내가 무섭다고 했다.
나는 화를 내지 않았는데, 그는 나를 무서워했다. 내 목소리가 높아지지도 않았는데, 그는 등 뒤로 물러났다.
그날부터였다. 내 안의 히스테릭이 자라나기 시작한 건. 뿌리가 깊었다.
어딘가에서 비밀스럽게 자라났고, 손끝과 눈동자, 목덜미 아래 신경다발까지 서서히 침투했다.
정확히는 일 년 전부터였다. 우리 회사가 이 사무실로 이사 온 날.
공유 오피스 매니저는 특혜를 준 것 마냥 "더 넓은 공간"이라고 했지만, 여기는 창문이 없었다.
창문 없는 지하 저장고 같은 사무실. 형광등 불빛만이 낮과 밤을 구분하는 유일한 장치였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7시에 퇴근할 때까지, 나는 태양을 보지 못했다.
낮인지, 밤인지, 영원히 아침 같고 동시에 저녁 같은 공간.
햇빛이 닿지 않는 피부는 점점 투명해져 갔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이 형광등 빛에 녹아내려 흐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동굴. 이곳은 동굴이었다.
아니, 무덤이었다.
직장은 냉장고 같았다.
정확히는, 창문 없는 지하 저장고 같은 사무실을 흐르는 냉기.
온도는 18도였다.
나는 계속 떨었다. 손가락이 굳었다. 키보드를 치는 소리는 점점 느려졌다.
"추우면 가디건을 더 가져오면 되잖아요."
"목도리를 하세요.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해 주세요."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무슨 배려를 말하는 것인가. 춥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나를 제외한 이들이 이 온도가 적정 온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머릿속에서는 누군가 내게 말하고 있었다.
'너는 왜 참기만 해? 너는 왜 말하지 않아? 왜 네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나는 관리실로 향했다.
"실내 적정 온도는 24도에서 26도 사이입니다."
관리실에 찾아갔을 때, 관리소장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온도 조절 패널에는 18도라고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다른 분들이 더워하셔서요."
"어느 분들이요?"
"그냥... 대부분이요."
대부분. 나는 소수였다. 소수의 감각은 오류로 취급되었다. 내가 춥다고 말하면, 내 몸이 이상한 것이 되었다. 내가 햇빛이 그립다고 말하면, 내가 예민한 것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36도. 남향 아파트의 실내 온도였다.
오후 내내 햇빛을 받아 달궈진 벽과 바닥은 거대한 화덕이 되어 밤까지 열기를 뿜어냈다.
남편은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
"몸에 안 좋아. 자연 바람이 최고야."
자연 바람이라니. 7월에 자연 바람이 어디 있다고. 그는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었다.
하지만 35도의 바깥공기가 36도의 실내로 들어온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선풍기는 뜨거운 바람만 내뿜었다. 나는 땀에 젖은 채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스며 내려오는 것 같았다. 열기가 아니었다. 어떤 무게였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무게가 내 얼굴 위로 짓눌러 내려왔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여보, 에어컨 좀 틀자."
"왜 그렇게 예민해? 조금만 참아."
그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결혼한 지 삼 년 만에 처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하루 종일 시원한 사무실에 있으니까 몰라! 나는 냉동고에서 8시간, 사우나에서 8시간 살고 있다고!"
그때, 그의 얼굴이 잠깐 일그러지는 걸 봤다. 아니, 그건 착각이었을까.
순간 그의 얼굴에 무언가 다른 것이 겹쳐 보였다.
웃고 있지 않은 얼굴.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는 얼굴. 무서워하는 눈빛.
"요즘 감정 기복이 심하시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요."
정신과 의사는 중년 남성이었다. 처방전을 끊으며 말했다.
"스트레스성 신경과민이군요. 요즘 여성분들한테 자주 보이는 증상이에요."
여성분들한테. 그 말이 묘하게 걸렸다.
"약을 드시면 기분이 좀 나아지실 거예요.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질 겁니다."
약. 나는 약을 받아 들었다. 하얀 알약이 손바닥 위에서 굴러다녔다.
이걸 먹으면 나는 정상이 될까? 아니면 그냥 입을 다물고 사는 법을 배우게 될까?
첫날 먹어보았다. 몸이 나른해졌다. 세상이 솜으로 감싸진 것처럼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사무실의 냉기는 솜을 뚫고 들어왔다. 집의 열기는 솜을 태워버렸다.
이틀째부터 약은 효과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세상이 약보다 강했다.
그날 점심시간, 나는 관리실에 몰래 들어갔다.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
아니, 어쩌면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관리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본 것도.
사람들이 모두 식사하러 간 사이였다. 온도 조절 패널 앞에 섰을 때,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18도가 아니었다.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
그래. 18도 치고는 너무 추웠다. 모두가 나를 속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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