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배달을 마친 뒤에야,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손은 자동적으로 바구니를 들고,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빨리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들만 골라 담았다.
맛도, 영양도, 특별히 따질 겨를은 없었다.
계산대 앞에는 한 명의 편의점 직원이 빗발치는 손님들을 정신없이 응대하고 있었다.
좁은 공간 안에서 이어지는 말소리와 계산음, 따뜻한 공기 속에서 김이 서린 삼각김밥 포장지.
그 와중에도 내 생각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
도전특별시로 수도가 개편된 이후, 이 도시에서 로봇이나 AI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거라고 우려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걱정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인구는 줄고, 경제는 무너졌고, 기술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그렇게 로봇도, 미래도, 함께 사라졌다. 서울특별시는 망했고, 그 잔재를 지우기 위해 이 도시는 새 이름을 얻었다. 도전특별시. ‘과거는 잊고, 미래를 건설하자’는 표어 아래, 사람들은 과거를 말하지 않았고, 뉴스는 더는 정치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각자의 삶을 꾸려가기에도, 하루하루를 버티기에도 충분히 고단했기 때문이다.
직원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저기요…. 거래 불능이라고 뜨는데요? 혹시 다른 카드 없으세요?"
"네? 아닐 텐데… 다시 한번만 확인해 주세요."
기계음은 다시 같은 대답을 내놓았고,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카드를 받아 들고, 나는 서둘러 앱을 열었다. 뒤편에선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재빨리 몸을 옆으로 비켜서며 잔액을 확인했다. 그리고, 숨이 멎는 듯한 숫자와 마주했다. 계좌는 텅 비어 있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일이었다. 오늘이 28일. 날짜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편의점을 빠져나오며,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뇌는 먹구름처럼 무겁고, 위장은 쪼그라들어 갔다. 임상시험약을 먹으려면 밤까지는 기다려야 했고, 지금 당장 돈을 구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진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나눈 유일한 공통점이 삶을 끈질기게 견디는 방식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진한은 요즘 픽업 운전 알바를 하고 있었다. 창업 지원금에 계속 떨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었다.
"빠르게 인정하면 덜 억울하다니까."
진한은 늘 그 말을 했다. 단념도, 낙관도 아닌, 체념과 비슷한 어떤 담담함으로.
그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차를 몰았다. 한편으론 그가 부럽기도 했다.
그런 평정심, 그런 여유. 그건 나에게 없는 것들이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경적 소리.
"안정화! 정신 안 차려?"
차를 갓길에 급히 세우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진한에게 말했다.
"야! 너 미쳤어? 귀청 떨어질 뻔했잖아."
진한은 잔소리를 이어갔다.
졸음운전, 벌금, 비자 갱신, 숨 고르기. 익숙한 말들.
나는 말없이 그의 말을 받아넘겼다. 피로와 굶주림, 그리고 자존심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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