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을 소개하세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안정화입니다. 스무 살 무렵, 이름을 바꿨어요.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이유로요.
사주는 초년운이 나쁘고, 말년도 순탄치 않다더군요. 그래서 이름을 바꾸면 뭐라도 달라질까 싶었는데, 그게 그거더라고요. 삶은 여전히 굽이굽이 험했고, 운이라는 건 이름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봐요.
-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어처구니없게 들릴지 몰라도, 무대 위에 선다는 게 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도전시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그런 말은 감히 꺼낼 수 없었어요.
그곳의 가훈이 뭔지 아세요? "생산적인 인간이 돼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각진 말이었지만 우리는 그걸 진짜처럼 받아들여야 했죠. 지금 제 삶이 ‘생산적’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미를 찾아보려 애쓰는 중이에요. 그래서 여기에 지원했어요. 하루하루를 조금은 덜 휘청거리며 살아보기 위해.
노크도 없이 열린 카운터 문, 얼굴을 들이미는 건 언제나 남기현이었다. 세 번째 수능을 준비하는 그는, 매일 정해진 순서처럼 불만을 털어놓았다.
“1-2번 자리 이어폰 때문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대체 몇 번 말해요? 커널형 쓰라고 좀 전해 주세요!”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매번 비슷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쪽지를 꺼내 들었다. 지정석 A로 가, 조용히 성두리에게 다가갔다. 두리는 커널형 이어폰을 착용 중이었다. 나는 쪽지를 내려놓았다.
‘잠시 밖으로 나와 주시겠어요?’
탕비실에서 마주한 그녀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또 걔예요? 남기현? 저 인간은 진짜…"
이어폰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거 커널형 맞다고요. 걔 그냥 미친 거 아니에요?”
사실, 두리의 말투는 거칠었지만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늘 이렇게 중간에서 무언가를 조율해야 했고, 그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말들만 반복하게 되었다. 정작 나도 화가 나고 서러웠지만, 그 감정은 오래전부터 스스로 무디게 눌러왔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말할 틈조차 없었다.
카운터로 돌아왔을 때, 예원이 내 자소서를 훔쳐보고 있었다.
“언니, 이거 진짜 낼 거예요?”
웃음을 참지 못한 얼굴이 얄미웠다.
“그냥… 잘 안 써져서, 연습 삼아 쓴 거야.”
“이렇게 솔직하게 쓰면 진짜 망해요.”
그녀는 내 책상 위를 정리하며, 자연스레 공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변호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점점 더 일에 의욕이 없어졌고, 더 이상 이 독서실에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청소를 마치고 수능 D-7일이 적힌 표지판을 바꿔달며 두리가 말했다.
“이딴 수능, 언제까지 해야 돼요? 2055년이면 됐지.”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겹고 오래된 시스템 속에서, 우리 모두는 발을 질질 끌며 끌려가고 있었다.
그때,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매달 250만 원. 팀 단위 청년 파견제도. 당신의 재능이 일이 될 수 있도록 도전특별시가 함께합니다.”
그건 분명 진한이 말하던 그 제도였다.
“언니, 우리 이거 같이 해봐요.”
두리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 이번에도 대학 떨어지면 진짜 끝인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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