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제과점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는 자동문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향에 먼저 압도되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냄새 속에 묘하게 인위적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크고 넓은 유리 진열장 안에는 정성스레 배열된 페이스트리들이 놓여 있었는데, 몇몇 빵 위에는 진짜 금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도무지 먹는 것이라기보다, 진열장에 영구 보존되어야 할 전시품 같았다.
나는 그 빵들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눈으로는 들여다봤지만, 발은 이미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침 여섯 시부터 시작된 배달 알바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몸은 무겁고 속은 비어 있었다. 배고픔이 진열장의 윤기를 사치로 바꾸었다. 고급스러운 향기조차 내 몫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 매장 안쪽에서 다가온 직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어딘가 딱딱했다.
“죄송하지만, 바깥에서 기다려 주실 수 있을까요? 빵이 다 구워지면 저희가 알려드릴게요. 앞으로는 매장 안에서 기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저 없이 매장을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닿자, 몸 안에 눌러두었던 어떤 감정이 얇게 갈라졌다. 순간, 바로 맞은편 건물 벽에 걸린 광고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도전특별시’
푸른 하늘 아래, 한껏 웃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박제된 희망처럼 거기 있었다. 그들의 웃음이 마치 내 쪽으로 비추는 햇빛처럼 느껴졌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광고판을 사진으로 찍었다. 앱을 열어 습관처럼 업로드를 눌렀다.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당연했다.
잠시 후, 제과점 직원이 포장된 빵 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는 봉투를 건네며, 마치 매뉴얼을 읊듯 단단한 말투로 덧붙였다.
“저희 VIP 고객님께 드릴 빵이니까 배달 잘 부탁드립니다. 아시죠? 고객님이 직접 받으셔야 해요. 절대 문 앞에 두고 가시면 안 됩니다. 전에 그런 실수로 다른 배달원이 배상까지 했거든요.”
나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인사했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결심하고 있었다. 이 빵집의 배달은 다시는 받지 않기로. 하다 보니,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자꾸만 늘어갔다. 마음속의 선이 조금씩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배달 주소는 익숙한 동네 골목 끝, 오래된 원룸촌이었다. VIP 고객이라기에 조금 더 반짝이는 장소를 예상했던 나는, 그 순간 짧은 의문을 품었다. 이름만 들으면 입 안에 고급스러운 설탕과 향신료가 감돌 것 같은 그 빵집의 단골이, 이런 반지하에 산다고? 습관처럼 헬멧을 벗고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며 생각했다.
‘반지하 주거 퇴출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하지만 이런 장면 앞에서, 뉴스는 늘 멀리 있고 현실은 그대로였다. 먼지 냄새가 진하게 피어오르는 골목 어귀에서 나는 다시 한번 초인종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음만 길게 울렸다. 여기서 돌아설 수는 없었다. 매장 직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직접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번에도 문제가 생겨서…’
나는 빵 봉지를 조심스레 안고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창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고, 살짝 틈이 벌어져 있었다. 숨을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빵 배달 왔습니다…”
말이 채 끝나기 전, 나는 그 장면을 보았다. 작은 원룸의 중앙, 낡은 의자 위에 올라선 여자. 목에 감긴 끈.
시간이 뚝 끊어진 것 같았다.
“저기요! 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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