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얻었나

by 컨트리쇼퍼


꿈이었다. 분명히 꿈이었다. 그런데 깨어나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손바닥에 쥐었던 모래처럼, 의식이 선명해질수록 그 잔상들은 더욱 빠르게 사라져 갔다.

핸드폰 화면이 차갑게 빛났다. 새벽 3시 17분.

아직 밤이 깊다. 다시 잠들어야 한다. 눈을 감으면 돌아올 것이다. 그 꿈이, 그 안에 숨어있던 무언가가.


"영감을 얻고 싶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들렸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가까웠다.

귓바퀴를 스치는 바람 같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메아리 같기도 했다.

눈을 뜨려 했지만 눈꺼풀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가위눌림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보통의 가위눌림과는 달랐다. 몸이 마비된 것이 아니라, 마치 투명한 끈으로 침대에 묶여있는 것 같았다. 숨은 쉴 수 있었지만, 그 숨마저도 누군가의 허락 하에 쉬는 것 같았다.


"영감을 얻고 싶나?"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무언가 달랐다. 목소리에 형체가 붙기 시작했다. 먼저 그림자가 보였다. 천장에 일그러진 실루엣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점점 선명해져서, 마침내 내 얼굴 바로 위에 그것이 있었다.

개였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가 아니었다. 코 부분이 기괴하게 늘어나 있었고, 털 대신 거친 돌 같은 피부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그 험상궂은 외양과는 반대로, 눈만큼은 놀랍도록 순했다. 어린아이의 눈처럼 맑고 슬펐다.


"영감을 얻고 싶나?"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 자체가 틀렸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 개는 내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평생 영감을 구걸했잖아."


그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맞았다. 나는 평생 영감을 갈구하며 살았다.

빈 종이 앞에서 펜을 들고 몇 시간씩 앉아있었다.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 날이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자책했다.

꿈에서라도 뭔가 떠오르기를, 눈뜨는 순간 찬란한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박혀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건... 그건 소원이 아니었어. 그냥 꿈을 꾸고 싶었던 것뿐이야."


목소리가 나왔다. 놀랍게도 입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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