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주파수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건 기적이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기적이란 건 대개 파멸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내 팔목 안쪽에 박힌 칩이 또 따끔거린다.
태어나기 전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이 작은 장치가 내 운명을 결정한다.
27.3 헤르츠. 내 고유 주파수다. 이 숫자가 나를 규정하고, 제한하고, 때로는 질식시킨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멈춰 선다. 저 앞에서 걸어오는 남자 때문이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이상하다. 공기가 일렁인다. 주변의 가로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저기요."
내 목소리가 떨린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그 순간, 세상이 기울어진다.
팔목의 칩이 미친 듯이 진동한다. 뜨겁다. 아프다.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달콤하다.
남자의 팔목에서도 붉은빛이 깜빡인다.
우리는 정반대 극이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를 밀어내면서도 끌어당기는.
남자가 한 걸음 다가온다. 주변의 유리창들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또 한 걸음. 가로등이 터진다. 불꽃이 흩날린다.
"그만 오세요."
내 목소리는 간청이면서 동시에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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