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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pang Design Jul 20. 2020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안다!

관찰하는 디자이너, 쿠팡 풀필먼트 디자인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선 다양한 지식을 통해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고도화된 지식이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할까? 


사용자의 입장을 완벽히 알 수 없다면 확신은 금물이다. 쿠팡의 물류를 담당하는 풀필먼트센터 디자인팀은 말한다. 현장을 겪어봐야 아는 디자인이 있다고. 사용자의 경험과 행동을 깊게 탐구하는 이들에게 디자인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는 만큼 아는’ 것이다. 이들의 디자인은 언제나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다.




로켓배송의 비결, 풀필먼트


‘풀필먼트(Fulfillment)’는 주문을 처리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뜻한다. 일반적인 국내 이커머스 회사들과 달리 쿠팡은 자체적인 풀필먼트 센터(이하 FC)를 운영해 주문 건을 더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 속에는 효율적인 물류 운영을 위한 프로덕트를 설계하는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바로 FC디자이너다. 



쿠팡이라는 하나의 End-to-End 서비스는 쿠팡 앱 디자이너와 FC디자이너의 협업으로 만들어진다. 고객이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경험은 쿠팡 앱 디자이너가, 약속된 시간 안에 주문한 상품을 문 앞에서 받아보는 경험은 FC디자이너가 만들어나가는 식이다.



고객이 쿠팡 앱에서 우유를 하나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고객이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재고를 예측해 신선한 우유를 입고하는 과정부터 저장공간을 확보하고 유통기한 관리와 냉장 포장, 배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FC 앱이 사용된다. 또한 고객이 상품을 탐색할 때 볼 수 있는 재고 현황과 배송 시간도 FC의 시스템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FC디자이너는 이 공정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FC 현장과 배송 스텝들의 행동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내가 만들고, 몸소 체험하는 MVP


FC디자이너의 역할은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든 프로덕트를 현장에서 직접 QA(Quality Assurance) 하며 문제를 체득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쿠팡 플렉스는 FC디자인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몇 해 전까지 쿠팡 FC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특정 시즌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문량이었다. 명절, 연휴를 비롯하여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급증하는 주문량을 기존의 배송 인력으로 소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로켓배송’이라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주문량에 유연하게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했다. 고심 끝에 구직자가 스스로 원하는 업무 시간과 작업량을 선택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의 ‘플렉스(Flex)’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이러한 근무 형태의 배송 스텝을 ‘플렉서(Flexer)’라 불렀다.


빠른 실행을 위해 FC디자이너는 곧장 MVP(Minimum Viable Product) 제작에 돌입했다. 정리된 필요조건(Requirement)을 토대로 앱을 만들고, 직접 플렉서 1호가 되어 배송 현장에서 앱을 사용해봤다.


그 결과, 책상 앞에 앉아 디자인을 할 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현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변수를 안고 있었다. FC디자이너에게 플렉서 경험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전 9시, 배송지에 도착한 FC디자이너는 플렉서들과 함께 그날 배송할 상품을 할당받았다. 플렉스의 초기 형태는 배송 지역에 대형 컨테이너 트럭을 두고, 플렉서가 도보로 컨테이너에서 상품을 수거해 고객의 문 앞에 전달하는 ‘워크맨(Walkman)’모델이었다. 


플렉서 체험에 나선 FC디자이너가 한 시간 동안 배송을 마친 상품은 스무 개 남짓. 세 시간 동안 오십여 개의 상품을 배송했다.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 때문에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플렉서 모집도 힘들어 보였다.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플렉서의 수당이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현장이었다. 처음 배송 업무를 경험하는 초보자에게는 보다 쉬운 경로와 적은 물량을 할당해 중도 포기를 방지할 필요도 있었다.


배송 상품 리스트와 상품 박스를 대조하는 과정도 FC디자이너의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플렉서가 운송장 번호 대신 주문자 이름과 주소로 상품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열 자리가 넘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노트북을 열어 운송장 번호가 강조된 기존의 화면을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배송 요청사항 위주로 개선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한 주소에 여러 상품을 배송하는 경우, 같은 주소를 여러 번 방문하는 상황도 문제였다. 주소마다 배송할 상품이 몇 개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화면 디자인이 필요했다. 화면에 정보 하나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플렉서의 불필요한 동선을 줄일 수 있었다. 더불어 매번 박스 더미에서 상품을 찾는 플렉서의 수고로움을 줄이기 위해 상품을 미리 주소별로 분류해두는 과정을 프로세스에 추가해야 했다.





가설 입증이 아닌, 
확실한 문제 발견과 개선


플렉서 체험을 마친 FC디자이너는 팀과 함께 오피스에 모였다. 이날 발견한 여러 문제점 중 가장 큰 문제는 워크맨 모델의 효율이었다. 멀리 떨어진 컨테이너까지 여러번 오가야 하는 동선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놓인 컨테이너로 인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컴플레인이 발생하기도 했고, 상품이 분실될 위험도 컸다.


그러나 FC디자이너는 현장 체험을 통해 많은 플렉서가 자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 많은 배송 물량을 할당받기 위해 캠프를 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플렉스는 도보를 활용한 워크맨 모델에서 자차를 이용해 캠프에서 물량을 할당받는 ‘카플렉서(Carflexer)’모델로 교체됐다. 플렉서를 직접 체험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려웠을 문제였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하나둘씩 개선하면서 플렉서 역시 더 많은 물량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언텍트(Untact)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증가한 주문량을 쿠팡이 무리 없이 소화하는데 플렉스 앱도 한 역할을 했다.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디자인



앱을 제작하는 내내 현장은 문제를 발견하는 곳이자, 동시에 답을 얻는 곳이었다. 문제를 가정하는 것이 아닌 직접 발견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는 것. 이는 디자이너가 내 고객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FC디자이너는 누구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디자인에 임할 수 있다. 끊임없는 관찰과 경험으로 얻는 디자인에 대한 확신. 오늘도 FC디자이너는 고객 만족을 위해 또 다른 현장을 체험 중이다.




Graphic design by Julie

Edited by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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