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발레 하는 쿠크다씨

상체(Upper body)

by 쿠크다


오랜만에 같이 발레 했던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이것저것 다른 운동을 해봤지만, 발레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아 아쉽다는 말에 '맞아요 맞아요. 발레만 한 게 없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레 할 때 하체만 쓰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은 상체를 많이 써서 상체가 아프다고 하셨을 때 띠용했다. '발레가 발만 써서 발레가 아니라고요ㅠㅠ' 말하고 싶었지만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다 헤어졌다. 골반을 중심으로 위에 위치한 몸이 발레 할 때 어떻게 쓰이는지 내가 겪은 것을 적기 시작했다.


깜블레 cambré

불어로 활처럼 휜, 활 모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앞, 옆, 뒤로 상체를 활모양으로 휘게 하는 동작이다.


깜블레의 뜻대로 몸을 활처럼 쓰다가는 바로 그날 밤에 등이나 허리에 파스를 붙여야 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상체를 치밀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허리부터 몸통 전부를 냅다 움직이기보다 코어와 등은 단련된 근육으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가슴부터 어깨는 유연하게 써야 한다. 빗금 친 부분의 유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앞, 옆, 뒤로 상체를 움직이며 깜블레를 한다.


앞 깜블레

앞으로 깜블레를 할 때는 하체가 땅에 박힌 듯 곧게 유지하며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게 중요하다.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다 보면 상체가 앞으로 쏟아지거나 엉덩이가 뒤로 쏟아지는데, 이걸 방지하기 위해 코어의 힘을 잘 유지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고개 숙여 폴더 인사하는 모양새와 비슷하지만, 바들바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근육이 바들거린다.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가끔 힘들면 혼자 몰래 안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물론 혼자 숙이지 않은 거 발각되는 건 주의해야 한다.

앞 깜블레

사이드 깜블레

옆으로 하는 깜블레는 골반과 복근을 잘 잡고 가슴 부분만 늘리는 느낌으로 옆으로 움직인다. 자칫 잘못하면 상체 몸통 전부가 옆으로 쏠리게 되는데 그러면 잡아놓은 중심이 와르르 무너진다. 가끔 바 놓고 사이드 깜블레 하다 중심 잃고 꽃게처럼 옆으로 슬금슬금 이동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옆 깜블레


백 깜블레

뒤로하는 깜블레는 제일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이해하지 못한 채 따라 하다 보면 허리를 크게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발레를 배우는 초창기에 뒤로 확 젖혀지는 발레리나의 몸이 부러워 잠깐 심취해 허리를 뒤로 휙휙 꺾고 한동안 요통에 시달린 적이 있다.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다. 정형외과에 가고 싶지 않다면 백캄블레는 허리가 뒤로 젖혀지는 게 아니라 가슴과 등이 뒤로 젖혀진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

백 깜블레


어떤 방향이건 깜블레를 안전하게 하려면 바로 코어랑 등 근육을 키워야 한다. 매트운동할 때 등운동 시간이 제일 힘들다. 대체로 엎드려서 내 힘으로 상체를 들었다 올렸다 하는 운동들인데 힘이 없으니 할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하루도 비명을 지르지 않은 날이 없다. 앞판 뒤판으로 근육이 착착착 장착되기만 한다면…. 깜블레 주몽 활처럼 휠 수 있을 거 같다.



폴드 브라

뽀르 드 브라[ port de bras ]

‘팔의 움직임’ 또는 ‘움직이는 기법’을 말한다. 하반신의 움직임과 아울러 상반신의 아름다움은 뽀르 드 브라로 결정된다. 발레는 하반신과 상반신, 즉 다리와 팔의 부드러운 조화에서 그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된다.

-네이버 발레용어사전-


솔직히 폴드 브라고 나발이고 팔을 균형 잡는데만 썼다. 체력적으로 순서를 생각하랴, 다리 근육을 정확히 쓰는데 집중하느라 팔 쓰는 건 일단 버려뒀기 때문이다. 버린 거 어떻게 아셨는지 원장님은 허수아비같이 뻣뻣한 팔을 발레리나의 폴드 브라로 바꿔주셨다. 팔 신경 쓰면 순서를 틀리고 순서를 신경 쓰면 팔 모양이 흐트러지고 나중에는 눈알이 뱅글뱅글 돌았다. 약간 좀 설렁설렁하려고 허수아비 모드로 바꾸면 무서운 시선이 느껴져 흐트러질 수 없었다. 밀착 코치를 받고 난 뒤, 겨드랑이 안쪽이 너무 아팠다. 겨드랑이를 타고 내려오는 근육까지 욱신거려서 다음 수업 때 말씀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흡족해 하셨다.


폴드 브라는 어떤 동작이든 부드러운 곡선을 유지해야 한다는데 내겐 늘 난제다. 어깨에 구슬을 떨어뜨리면 또르르 굴러갈 수 있도록 모양을 잡아야 한다. 관절에 힘이 너무 들어가거나 힘이 아예 없으면 손목이나 팔꿈치에서 투둑 하고 끊기는 느낌이 난다. 스스로 적당함을 찾아 부드러운 선을 만들어야 한다.


뒤에서 본 앙오

폴드 브라 또한 깜블레 처럼 등 근육이 잘 받쳐줘야 안정감 있게 할 수 있다. 폴 드 브라의 한 동작으로 앙오(두 팔을 머리 위로 모은 동작)가 있는데, 등 근육에 힘이 있으면 승모근이나, 견갑골이 손을 따라 올라가지 않고, 목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등 근육에 힘이 없는 상태에서 앙오를 하면 승모근과 견갑골이 딸려 올라가 머리와 어깨가 붙어버린다. 앙오의 뒷모습만 봐도 등과 견갑골을 바르게 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조금만 느슨해져서 맘대로 하면, 뒷모습을 보고 원장님이 바로 찾아와 힘주는 포인트를 다시 잡아주신다. 대부분의 레오타드 디자인 등이 훤하게 파져 있는데, 아마 등 근육을 감시하려는 빅픽쳐가 아닐까 싶다.


일상생활 하면서 다시 어깨 굽고 상체가 다 딱딱하게 굳은 채 발레 하러 갔다 수업하면서 교정하고 평상시에 다시 굽는 무한 굴레에 빠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상체 쓰는 법을 배우고 나서 달라진 점이 많다. 등에 힘이 생기면서 굽은 등이 많이 펴졌다. 어깨를 펴고 다녀서 그런지 산처럼 솟아있던 승모근이 약간 낮아진 느낌이 든다. 과거에 얼마나 승모근에 힘을 쏟으며 살았는지 새삼 실감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철저히 느낌일 뿐이지만 안정감 있는 폴 드 브라를 위해 열심히 힘을 줬더니 팔뚝 밑에 살도 점점 단단한 근육으로 바뀌는 것 같다. 내 상체 근육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글을 쓰면서 깨닫는다. 발레를 통해 몸을 나누고 쪼개어 쓰는 방법을 배우며 신기함과 즐거움을 함께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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