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발레 하는 쿠크다씨

폴 드 브라 (Port de bras)

by 쿠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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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을 어려워하는 나를 지켜보시던 원장님은 내 곁에서 늘 함께 호흡을 해주셨다. 본인이 직접 숨소리를 크게 내며 들이쉬고 내쉬면서 동작을 잡아주셨다. 옆에서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니, 그 소리만 따라가며 호흡을 하면 편하게 동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발레를 하며 움직이는 생각 주머니 하나를 원장님에게 맡긴 느낌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원장님이 나를 위해 크게 호흡을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다 과호흡이라도 오면 어쩌나. 마냥 다른 사람의 숨소리에 내 호흡을 의지할 수 없기에, 그 호흡을 음악에 맞춘 하나의 안무처럼 외우려고 노력했다. 이해가 안 되면 머리에 억지로 때려 넣는 것은 발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뜬금없이 말하자면 난 사실 폴 드 브라(팔 동작)를 잘 못한다. 발레에서 브라(bras)는 '팔'이라는 뜻이다. 폴 드 브라 (Port de bras)는 '팔의 움직임'에 대한 명칭이다. 정확히는 못한다고 생각해서 안 했다.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인데, 발레를 혼자 머릿속으로 스스로 레벨을 나누며 해왔다. 1. 발 동작- 2. 턴 아웃- 3. 폴 드 브라 - 4. 시선처리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레벨을 나누며 '아직 중심 축도 제대로 못 잡으면서 무슨 폴 드 브라를 같이 해.' '다리도 이렇게 부들부들 떠는 주제에 지금 이 와중에 손동작도 하겠다고??' 하면서 스스로에게 주제 파악을 강요했다. 겸손하게 더 많이 배우겠다는 의지였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이 레벨 타령이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이걸 호흡을 배우면서 알았다.


동작과 호흡을 통째로 외우면서 폴 드 브라(팔 동작)와 호흡의 연관성을 알았다. 이것이 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써 내려가기가 참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폴 드 브라를 하는 팔과 손이 호흡을 풍선처럼 품고 있다는 것이다.

폴드브라.jpg 퍼런 게 풍선

발 아치에 탁구공 만한 공기주머니를 달고 있다면, 상체의 호흡은 내가 만든 폴 드 브라만큼의 공기주머니를 안고 있는 것과 같다. 팔 안쪽 근육으로 품은 공기를 가두었다가, 폴 드 브라 모양이 바뀌면서 가뒀던 숨을 내쉰다. 처음엔 조화가 안 맞아서 많이 삐그덕 대는데 계속 연습을 하다 보면 폴 드 브라로 호흡을 지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람빠짐.jpg 호흡을 놓친 내 모습


바닥에서 시작된 발 아치의 호흡이 코어를 통해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가며 올라가 폴 드 브라로 부드럽게, 때론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느낌을 찾으면 동작을 할 때 불필요하게 힘주던 근육들이 어떤 것들인지 하나씩 알아간다. 그 근육들에 힘을 빼면서 비로소 몸에서 중요한 근육들만 집중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단련하고 또 단련하며 이 느낌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나의 외면. 몸으로 익히는 이 '중심 잡기'라는 내면에서도 이루어졌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했는지, 지금도 그것이 중요한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불필요하게 애쓰던 삶의 방향도 되짚어 보고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이리저리 휩쓸려 불안하고 혼잡했던 머릿속과 마음도 함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발레가 온전히 나를 돌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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