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발레 하는 쿠크다씨

렛츠'고' 포인 플렉스

by 쿠크다
메인.jpg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발레의 처음은 포인 플렉스다. 포인은 발목, 발등, 그리고 발가락을 몸 바깥쪽으로 곧게 뻗어내는 것이다. 플렉스는 반대로 발뒤꿈치를 몸의 바깥쪽으로 뻗는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음악에 맞춰 따라 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바 순서 나갈 때 한 발로 업을 선 채 다른 발로 동작을 하는 순간이 많다. 한 발로 버티고 버티다 힘이 빠져서 종종 “따흑” “악”같은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원장님은 발끝으로만 서려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다. 앞꿈치를 지탱하는 발등을 시작으로 무릎의 힘과 골반의 중립이 세트로 몸을 지지해 끌어올려야 안정감 있게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원장님의 말씀이었다. 살아가면서 손등에 힘을 줘 본 적도 없는데 살면서 발등에 힘을 줘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언제부터인지 원장님은 내가 포인 플랙스를 할 때마다 스멀스멀 다가와 발등을 만져주셨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주물러 주시는 건가 했는데, 어느 순간 발등을 있는 힘을 다해 꺾으셨다. 정말 이러다 발등뼈가 부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파 막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꺾일 정도로 발등에 힘을 줘야 한다고 하셨다. 평소에 쓰지 않았던 근육들이 움직인 건지, 쥐가 날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를 만들어야 업을 설 때 버틸 수 있다고 하셨다.


발등.jpg 내가 그림


발레리나들의 발등을 보면 일반사람들은 기이하다 생각될 정도로 튀어나와 있다. 이걸 ‘고’라고 부른다. 발등이 많이 튀어나올수록 고가 높다고 표현하고 더 아름답다고도 여긴다. 웨이트 운동을 할 때 중량을 더하듯 발등의 힘을 키우기 위해 스트레치 밴드(세라 밴드)를 발 끝에 감고 포인, 플랙스를 한다. 보조도구로 발을 꺾어서 고를 만들어주는 Footstrecher (포인기라고도 불린다.)를 쓰기도 한다. 고가 높은 발처럼 보이게 하는 발등에 붙이는 뽕(?) 같은 보정용품도 봤다.

포인기.jpg https://footstretch.eu/author/footstretch/


확실히 수업 전에 열심히 포인 플렉스를 하고 업을 서면 요상한 비명을 지르는 일이 줄어들었다. 토슈즈를 신거나 업을 설 때, 발등에 힘이 없으면 발목이 꺾여 다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고’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안전장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원장님 발등도 단단히 근육이 잡힌 것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만져보면서도 정말 신기했던 게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딸아이 운동화가 도착해 아이에게 신겨봤다. 손가락이 넉넉히 들어가야 하는데 약간 미묘하게 뻑뻑하게 들어갔다. 신을만하다는 아이의 말에 과감히 가격표를 뗐다. 신고 나가보니 발가락이 좀 아프다는 아이의 말에 “으이그!!”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딸아이보다 체구가 작은 친구에게 저렴히 넘기기로 하고 놀이터에서 신겨보기로 했다. 엄마가 “근데 우리 애 발이 좀 뚱뚱해…” 하며 아이가 운동화를 신어보려 발을 꺼냈다. “뚱뚱하다뇨! 고가 이렇게 예쁜데!” 타고난 ‘고’가 이런 거구나 싶어서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포인 플렉스 몇백 번을 해도 안 나오는 발등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참으로 탐나는 발이었다.

슬프게도 운동화는 맞지 않았다… 졸지에 신데렐라의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1 발레 하는 쿠크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