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발레 하는 쿠크다씨

그랑 바뜨망 (Grand Battement)

by 쿠크다

보통 바 워크는 쁠리에로 시작해서 그랑바뜨망으로 끝난다. 중간에 하는 동작들 패턴도 비슷하지만 배워보니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달랐다. 그랑 바뜨망은 바워크의 마지막이다. 계속된 동작으로 녹초가 된 상태에서 그랑바뜨망이 시작된다. 그랑 바뜨망의 음악이 제일 웅장하다. 그 도입 음악이 마치 학교 수업 마치는 종소리 같다. 바닥난 에너지를 다시 한 줌 한 줌 끌어모아 몸을 일으킨다. 동작이 큰 대신에 순서도 단순하고 시원시원하다. 그래서 처음 발레를 배울 때부터 그랑 바뜨망을 참 좋아했다.

아이가 아기였을 당시 밤에 학원을 다녔는데, 하루 동안 쌓인 육아 스트레스를 그랑 바뜨망으로 타파했다. 개운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침표 같았다. 요즘도 어쩌다 시간이 모자라 그랑 바뜨망까지 하지 못하고 수업중간에 집에 갈 때가 종종 있다. 감자탕 먹고 나서 볶음밥으로 마무리를 못하고 뜨는 것처럼 미련이 가득한 채로 학원을 떠난다.


바뜨망(Battement)
‘두드리기’, ‘부딪치기’라는 뜻. 제5포지션에서 한쪽 발을 앞, 뒤, 옆으로 들었다가 내리는 동작을 말한다. 무용수는 한쪽 다리와 무릎을 곧게 펴고 다른 쪽 다리에서 멀어지도록 움직인다.

쁘띠 바뜨망 (Petit Battement)
움직이는 다리로 지탱하는 다리의 앞과 뒤를 반복해서 작게 치는 동작이다.

그랑 바뜨망 (Grand Battement)
한쪽 발에 체중을 두고, 다른 쪽 발로 빠르고 힘차게 공중으로 다리를 던지듯 차는 자세이다.

-출처 : 네이버 발레 용어사전-


쉽게 말해서 바뜨망은 앞 옆 뒤로 발을 차내는 것. 쁘띠는 작다는 뜻으로 무릎 아래로 작게 차내는 것. 그랑은 크다는 뜻으로 다리 전체를 크게 차내는 것이다. 차내는 것은 발로 차는 것과 다르다.


어느 날, 온 힘을 모아 그랑 바뜨망 음악에 취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으로 신나게 찼다. 그날따라 다리가 뻥뻥 잘 올라가서 와우 내가 다 뿌셨다!!! 하며 내심 뿌듯했다. 원장님이 쿠크다씨는 태권도 도복을 입어야겠다고 하시며 태권도 발차기와 바뜨망의 차이를 보여주셨다. 원장님의 시범 하나로 무엇이 다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송판을 격파하듯 발을 차는 것이 아니라 상체의 흔들림 없이 고정하고 허벅지를 던지듯 듯 차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동작 하나에 강인한 파워가 팍팍 느껴지는 태권도 발차기와는 달리 그랑바뜨망은 상체의 꼿꼿함을 유지하며 부드럽지만 강하게 허벅지를 던져야 한다. 이 느낌을 내기가 정말 어렵다. 상체의 중립에 과하게 집중하면 다리가 던져지지 않는다.

다리 던지는 느낌을 몰라 삐걱거리면 가끔 원장님이 내 무거운 허벅지를 잡고 휙 휙 던져주신다. 그제야 아 이게 던진다는 느낌이구나.. 하고 이해만 한다. 혼자 하면 왜 안되는 걸까.


https://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9190



https://ballet979.wordpress.com/2017/10/25/battement/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중심 축이다. 다리를 앞, 옆, 뒤로 차낼 때 중립으로 서 있는 몸의 축을 던지는 다리 방향에 맞게 옮기면 수월하게 다리를 차 낼 수 있다. 특히나 다리를 뒤로 차낼 때 앞, 옆으로 차는 것과 똑같이 몸을 꼿꼿이 세우면 다리는 아예 올라가지 못한다. 그때 곧게 서 있던 몸의 축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면 뒤로 던지는 그랑 바뜨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뒤로 차는 바뜨망을 할 때 바 잡은 손을 살짝 앞으로 옮겨 축을 움직인다.


정리해 보자면, (발레의 모든 동작이 그러하지만) 고관절의 유연함과 지지하는 상체의 근력, 중심을 축을 적시적기에 이용하는 것이 되어야 원하는 느낌의 그랑바뜨망을 표현할 수 있다. 단순하고 시원시원하지만 내면엔 곧고 강인한 힘을 지니고 있는 그랑 바뜨망은 내 삶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보통 바 워크 할 때 바 하나에 두 명이 앞뒤로 선다. 그랑 바뜨망을 할 때는 앞, 뒤로 크게 차다 다른 사람을 찰 수 있기 때문에 시작 전 간격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앞사람의 움직임에 지레 겁먹고 너무 뒤로 자리 잡아 바의 지지대를 발로 차서 극한의 고통을 맛본 적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간격을 생각하지 않고 너무 가깝거나 거리를 두면, 어떻게든 상처를 주고받기 마련인 것 같다. 무엇이든 적당한 간격 유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랑바뜨망을 통해 다시 마음에 새긴다.


주어진 하루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지만, 일상 속에서 내가 시작하고 끝맺음을 맺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엄마와 아내가 되고 나서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짠하고 끝나는 법이 없다는 걸 배우며 살아간다. 바워크를 하면 내 몸으로 기승전결을 만들 수 있다. 쁠리에로 내 몸의 움직임을 나 자신에게 알리고 탄듀, 론드 잠 등 다양한 동작을 거쳐 몸의 에너지를 마무리 짓는 그랑바뜨망까지. 동작을 외우고 배워가면서 나를 알아간다. 매번 같은 순서에 같은 동작을 해도 그 순간의 마음과 몸 상태에 따라 자세가 달라지고 집중할 요소들이 달라진다. 내 몸으로 매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요즘 발레가 내 삶 속에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더욱 많이 하며 산다. 앞으로 더 감사한 마음으로 발레를 해야겠다.


무릎도 다치고 집안에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갑작스럽게 발레도 글도 쉬었습니다. 읽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다시 써 내려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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