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urbet Mar 27. 2016

포르투를 여행하는 법

포르투에선 지도가 필요없습니다. 


빛 바랜 사진 속이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던 도시, 포르투


리스본에서 보았던

대항해 시대의 영광과 향수 대신,

내가 이 도시에서 본 것은

포르투갈 사람 특유의

털털한 웃음과 소박한 마음이었지.


그저 잠시 머물다 갈 여행자였을 뿐인데,

나를 보며 웃어 준 그 편안한 미소에

한 번 더 따뜻하게 감싸 준 친절한 한 마디에

난 이 낯선 도시에 대한 경계심을

한 순간에 놓아버렸지.



Porto, Portugal, 2013



이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잘 사는 도시지만,

이 도시 어느 곳에서도 

번쩍거리는 화려함이나 오만한 거드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


그 화려함이나 거만함 대신

도시는 깊은 감성과 우수에 젖어 있었고, 

마치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초점의 바랜 사진처럼

골목 골목마다, 거리 거리마다

이 도시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한 부분에서조차

나는 이 도시의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지. 



Porto, Portugal, 2013



한 순간 슬픔이 밀려오듯,

여행자가 문득 문득 빠져들게 되는

그 감성적인 순간 말이야.


우수에 젖은 큰 눈망울처럼

왠지 쓸쓸해 보이지만

고즈넉함이 있어 좋았던,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느낌 하나, 기억 하나가 떠올랐던

포르투 구석 구석의 골목들


발바닥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었지만,

그리고, 그 때 나는 지도가 없었지만

지도가 필요하지도 않았었지.


그냥 무작정 걷고, 또 걷고

길을 잃었는지, 나를 잃었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나도 모르는 어떤 느낌에 이끌려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걷고 또 걸었었고,

그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다 주옥 같은 기억으로 남았었지.


Porto, Portugal, 2013



이렇게 주머니에 두 손 푹 찔러 넣고,

무작정 느낌 가는대로

마냥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포르투 여행은 충분했었지.


그렇게 이 도시를 마냥 걸어보는 일.

평생에 꼭 한 번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포르투에선 지도가 필요없습니다.

마음 가는 곳이 바로 당신의 목적지입니다.


By Courbet







작가의 이전글 사진, 니가 있어 참 다행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