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선 지도가 필요없습니다.
빛 바랜 사진 속이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던 도시, 포르투
리스본에서 보았던
대항해 시대의 영광과 향수 대신,
내가 이 도시에서 본 것은
포르투갈 사람 특유의
털털한 웃음과 소박한 마음이었지.
그저 잠시 머물다 갈 여행자였을 뿐인데,
나를 보며 웃어 준 그 편안한 미소에
한 번 더 따뜻하게 감싸 준 친절한 한 마디에
난 이 낯선 도시에 대한 경계심을
한 순간에 놓아버렸지.
이 나라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잘 사는 도시지만,
이 도시 어느 곳에서도
번쩍거리는 화려함이나 오만한 거드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
그 화려함이나 거만함 대신
도시는 깊은 감성과 우수에 젖어 있었고,
마치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찍은 흐릿한 초점의 바랜 사진처럼
골목 골목마다, 거리 거리마다
이 도시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한 부분에서조차
나는 이 도시의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지.
한 순간 슬픔이 밀려오듯,
여행자가 문득 문득 빠져들게 되는
그 감성적인 순간 말이야.
우수에 젖은 큰 눈망울처럼
왠지 쓸쓸해 보이지만
고즈넉함이 있어 좋았던,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느낌 하나, 기억 하나가 떠올랐던
포르투 구석 구석의 골목들
발바닥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었지만,
그리고, 그 때 나는 지도가 없었지만
지도가 필요하지도 않았었지.
그냥 무작정 걷고, 또 걷고
길을 잃었는지, 나를 잃었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나도 모르는 어떤 느낌에 이끌려
발길 닿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걷고 또 걸었었고,
그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다 주옥 같은 기억으로 남았었지.
이렇게 주머니에 두 손 푹 찔러 넣고,
무작정 느낌 가는대로
마냥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포르투 여행은 충분했었지.
그렇게 이 도시를 마냥 걸어보는 일.
평생에 꼭 한 번 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
포르투에선 지도가 필요없습니다.
마음 가는 곳이 바로 당신의 목적지입니다.
By Courb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