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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Jun 15. 2016

홍콩 트레일의 백미,
드래곤 백 트레일

뉴욕타임즈 선정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


쇼퍼홀릭들의 천국, 미식가들의 천국, 그리고 마천루의 숲과 백만 불 야경으로 잘 알려진 홍콩은 뜻밖에도 하이커들의 천국이다.


 홍콩에 의외로 산과 구릉지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사실, 홍콩섬과 신계지에 이르기까지 홍콩은 그 절반 이상의 면적이 산지로 되어 있다.


그리고, 홍콩에는 도심의 백만 불 야경 못지않게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까닭에 하이킹은 홍콩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가 활동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홍콩의 하이킹 코스는 크게 보면, 빅토리아 피크에서 출발하여 홍콩섬 구석구석을 한 바퀴 돌아 일주하는 홍콩 트레일, 홍콩섬 스탠리에서 출발하여 신계지까지 홍콩을 종으로 횡단하는 윌슨 트레일, 신비로운 란타우섬을 일주하여 란타우 피크 정상까지 오르는 란타우 트레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맥리호스 트레일 등이 있고, 그 외에도 군데군데 잘 정비된 트레일 코스들이 있어 하이커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천국이 없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구간에 해당하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이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시작하여 홍콩섬 서편을 돌아 애버딘, 자딘스 룩아웃, 타이 탐 베이를 거쳐 홍콩섬 동쪽 끝의 섹오 반도로 이어지는 홍콩 트레일은 비교적 평이하면서도 산과 바다와 도시를 아우르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 홍콩 하이킹의 입문 코스로도 제격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 구간에 해당하는 드래곤스 백 트레일은 뉴욕타임스로부터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로 선정될 만큼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그야말로 홍콩 트레일의 마지막 절정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빅토리아 피크에서 출발하여 홍콩 트레일을 따라 그 마지막 구간인 제 8코스 드래곤스 백 트레일까지 모두 걸어가 보았다. 


물론, 구간별로 수차례로 나누어 도전한 결과이지만, 나는 전체 코스를 완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오랜 여정은 결국 홍콩 트레일의 하이라이트, 드래곤스 백 트레일을 더욱 빛내기 위한 힘겨운 과정이었음을……


드래곤스 백 트레일은 타이 탐 베이에서 출발하여 홍콩섬 동쪽의 섹오 반도를 일주한다. 직전 구간인 제 7코스의 마지막 종점인 타이완 마을(Tai Wan Village)에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섹오 로드를 지나 바로 건너편에 귀여운 용 그림이 그려진 드래곤스 백 트레일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코스를 이어서 가지 않는다면, 7코스가 끝나는 지점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쇼케이완(Shau Kei Wan) 역에서 출발하는 섹오행 9번 버스를 타고 중간에 내리면 된다. 하이킹하기에 좋은 계절이라면, 상당수 사람들이 이 곳에서 내릴 테니, 대충 분위기 봐서 따라 내리면 될 것이다.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입구에서 처음 20분 정도는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다지 가파르진 않지만, 바위나 돌이 많아 신발이 불편하다면, 조금 애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20분여를 오르고 나면, 그때부터는 용의 능선을 따라 완만한 경사가 이어진다. 이제부터는 전혀 힘들지 않은 평이한 코스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오른편으로는 아름다운 섹오 해변이, 왼편으로는 평화로운 타이 탐 베이와 스탠리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 홍콩에 이보다 더 멋진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아시아 최고의 하이킹 코스’라는 훈장이 결코 과장된 수식이 아니었음을 이 곳에서 확인하게 된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용의 능선을 걷는 이 느낌은 또 어떤가…… 자연으로의 회귀랄까?  이 편안하면서도 상쾌한 느낌이야말로 홍콩 하이킹의 참맛이 아닐까 싶다.


이 멋진, 그리고 기분 좋은 하이킹 코스를 따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나는 섹오 반도의 정상인 섹오 피크에 서 있게 된다.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곳, 섹오 피크……그 중심에 서 있으니,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6개월 전 빅토리아 피크에서 처음 출발하여 8개의 홍콩 트레일 코스를 거쳐 이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간다. 무려 50킬로미터의 대장정이었고, 그 오랜 과정은 모두 섹오 피크의 정상에서 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렇게 정상에서의 달콤한 휴식이 끝나고 나면, 이제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은 언제나 쓸쓸하다. 오르막길보다는 덜 힘들지만,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사실이 쓸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정상에서 내려간다는 사실은 언제나 슬픈 현실이고, 생각보다 그 순간은 빠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너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는 현실은 마음을 슬프게 한다. 산의 교훈은 이렇게 언제나 인생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그래서 옛말에 산을 좋아하면, 현자가 된다 했던가…… 산을 오르는 동안 우리는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섹오피크에서 내려오다 보면, 중간에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왼편으로 가면 다시 트레일 입구로 돌아가 버스를 탈 수 있고, 오른편으로 가면, 빅 웨이브 비치를 거쳐 섹오 마을까지 걸어갈 수 있다. 왼편 코스로 가면, 총 2시간 코스로 하이킹을 끝낼 수 있고, 오른편 코스로 가면, 총 3시간 코스로 하이킹을 끝낼 수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 오른편 코스가 낫다. 하늘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을 직접 내려가 또 걸어보는 것. 이보다 더 멋진 하이킹은 없을 것이며, 그 감동 또한 갑절일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하이킹, 홍콩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 나에게는‘드래곤스 백 트레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보지만, 개개인의 취향은 각자가 다른 법이니, 나의 취향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산은 누구라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찾아가 보면 어떨까?  


드래곤스 백 트레일의 멋진 풍경은 언제라도 당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글/사진) 꾸르베(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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