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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bet Sep 16. 2016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홍콩,
삼수이포

진짜 홍콩을 만나다


카오룽 북부에 위치한 삼수이포는 홍콩 최대의 거리 시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몽콕의 레이디스 마켓과 야시장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시장이라면, 삼수이포는 관광객들보다는 현지 홍콩인들에게 보다 친숙한 시장이다. 


삼수이포에는 서울의 용산 전자상가처럼 거대한 전자제품 시장이 있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휴대폰, 컴퓨터, 카메라 등은 홍콩섬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물론, 이 물건들이 제대로 된 신제품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최신 모델의 휴대폰 가격이 정상가의 거의 반값이다. 아마도 짝퉁 모델이거나, 중고품을 수리해서 판매하는 리퍼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삼수이포에는 갖가지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재래시장이 있다. 의류, 옷감, 식품, 주방기구, 골동품, 헌책, 비디오, 테이프, 잡동사니 고물 등 없는 것이 없을 만큼 파는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다. 


혼잡한 거리를 방황하며,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사람들이 웅성 웅성 모여 있는 장면들을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이 장면의 주인공은 대부분 신기한 기능으로 무장한 생활 용품들을 파는 장사꾼들이다. 


이들은 제품의 사용법을 직접 시연해가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사꾼들처럼 말이다. 


이런 싸구려 물건들은 대부분 부실하여 금방 고장 나거나, 막상 사고 나면 별로 쓸 일이 없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간혹 정말 유용하게 잘 쓰게 되는 물건들도 있어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복잡 다양한 거리에서 나의 흥미를 자극했던 물건들은 잡동사니 고물들이다. 


도대체 저런 물건들을 누가 살까 의아할 정도로 먼지가 뽀얗게 쌓인 오래된 고물들을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정돈되지도 않는 채 아무렇게나 바닥에 펼쳐 놓고, 쌓여 있는 이물 건들은 정말 종류도 다양하다. 


마치 어느 집 창고에 쌓여 있던 오래된 살림살이들을 전부 다 가지고 나온 듯,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이런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꽤 쏠쏠하다. 운이 좋으면, 간혹 정말 진귀한 옛 물건 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 돈 주고 구하기도 어려운 아주 오래된 쾌종 시계나 필름 카메라들, 표지가 누렇게 바랜 옛 LP판과 턴테이블. 이 중에서 정말 제대로 된 물건들을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행운이다.


삼수이포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다. 홍콩섬 센트럴처럼 세련된 옷차림의 멋쟁이들도 없고,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도 없지만, 이 곳에는 그 보다 더 흥미로운 홍콩 서민들의 삶이 있고, 그들의 삶과 떼가 묻은 오래된 물건들이 있다. 




삼수이포는 사실, 홍콩 내에서도 개발이 더딘 오래된 구시가 중 하나다. 이 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지어졌고, 간혹 1920년대 또는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도 있다. 


정말 보기만 해도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오래된 담벼락이 위태로워 보이긴 하지만, 이런 풍경이야 말로 전형적인 홍콩 로컬의 모습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자주 보았던 옛 홍콩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다. 


삼수이포의 골목을 걷고 있으면, 내 오랜 추억 속의 홍콩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새삼스레 되살아 난다. 그리고, 그 시절 소중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들도 함께 뇌리 속을 스쳐간다. 


이 오래된 건물들은 불결하고, 위험스럽고, 때론 음울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나는 홍콩섬 도심의 화려하고 세련된 고층 빌딩들보다는 이런 맨 얼굴 그대로의 홍콩이 좋다. 





이 오래된 거리를 걷고 있으면, 마치 돌아갈 수 없는 옛 추억 속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거창하게 타임 머신을 타고 떠날 필요도 없다. 단지, 지하철 몇 정거장만 더 기다려 내리면 그만이다. 


이 복잡하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엿보이는 흥미로운 골목골목을 찾아가는 것. 

홍콩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홍콩의 유명한 관광 명소들을 다 둘러보았다면, 좀 더 깊숙이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홍콩 로컬의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 있는 거리의 뒷골목으로…… 


그곳에는 홍콩섬의 화려한 백만불 야경 뒤에 숨겨진 대다수 홍콩 서민들의 진실된 삶의 모습들이 있다. 


삼수이포. 홍콩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홍콩의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글/사진) 꾸르베(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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