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urbet Sep 09. 2018

다시, 포르투갈로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포르투

다시, 포르투갈로


정열의 태양과 끝없이 이어진 해변, 넘실대는 파도와 반짝 반짝 빛나는 햇살, 사람들의 소탈한 웃음과 소박한 삶의 흔적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아즐레주 장식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내 기억 속의 로망, 다시 가고 싶은 곳, 포르투갈에 대한 기억들이다.


2006년 리스본 여행 이후 줄곧, 포르투갈에 대한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처음엔 아무런 준비나 사전 정보도 없이 신트라 "페나궁전"의 사진 한 장에 반해 17시간이나 걸려 찾아갔던 곳. 그런데, 그 이후로 17시간의 장거리 비행 동안 지루했던 시간보다도 훨씬 더 오랫동안 포르투갈은 내 마음속에 각인되어 나의 역맛살을 자극하고 있었다. 무려 7년 동안이나 그랬다. 


그렇게 7년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나는 지금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갈 제 2의 도시, 포르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까지는 항공편으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마드리드에서 포르투 구간은 "라이언 에어"라는 저가 항공편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저렴한 만큼 출발 시간이 동 트기 전 새벽이었다. 


1시간 10분.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오랜 기다림과 설레는 기억들로 그 짧은 시간이 7년 만큼이나 길게 느껴졌다. 다시 찾은 포르투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들뜨게 만들 것인가? 


3박 4일의 포르투 여정, 그 짧지만, 오랜 사랑처럼 깊이 정들었던 두 번째 포르투갈 여행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다시 포르투갈로 떠나다


오전 7시 45분. 드디어 비행기는 포르투 공항에 착륙했다. 마드리드에서처럼 이 곳 날씨도 그닥 호의적이진 않았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고, 아침 공기에 차가운 냉기가 서려 있었다.


 추위에 민감한 아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지고, 나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짐짓 눈치챘지만, 모른 척하고 아내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그녀의 화가 폭발하기 전에 포르투의 멋진 풍경이 그녀를 달래주길 바라면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미리 예약해 둔 픽업 차량에 짐을 실었다. 스페인에서처럼 포르투갈에서도 25유로에 공항에서 숙소까지 데려다 주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보다 좀더 비싸긴 하지만, 첫 걸음부터 숙소까지 고생하는 것보다는 일단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짐과 함께 숙소부터 찾아가는 것이 다음 여정을 위해 어쩌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글프지만,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숙소는 도루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였다. 지난 번 파리 여행 때 처음 이용한 이후로 유럽 여행 때마다 아파트를 빌려 숙박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넓은 면적, 편리한 교통과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은 생각보다 크다. 


숙소에 도착하니, 꽤 미남인 포르투갈 청년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이 아파트의 3층, 맨 꼭대기 층이었다. 



포르투의 숙소에서 바라 본 풍경



창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니, 포르투 강변의 빨간 지붕들 너머로 아름다운 도루강과, 도루강 건너 "빌라 노바 데 가이아"의 언덕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아, 이 멋진 전망, 아름다운 풍경. 놀랍게도 하루 숙박비는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채 되질 않았다. 이 멋진 테라스의 티 테이블에 앉아 있기만 해도 오늘 하루 여정은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린 한 동안 멍하니 포르투를 감상했다. 파리의 에펠탑이나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파밀리아처럼 누구나 알 만한 랜드마크는 눈에 띄지 않아도 그냥 그 도시 자체로 아름다운 곳, 포르투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몇 시간이고, 그렇게 테라스에 앉아 이 멋진 포르투를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도루강변에 나가 흐르는 강물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강변의 어느 멋진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저녁 무렵, 숙소에 다시 돌아왔을 때, 포르투는 또 한 번 우리 둘만을 위한 멋진 장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녁 하늘을 물들이는 빨간 기운, 그리고 이에 화답하듯 시시각각 다양한 색감으로 변해가는 포르투. 아주 미세할 만큼 서서히, 하지만 순식간에 포르투는 다른 색감의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중이었다. 



해질녘, 도루강


도루강의 야경



그 절정의 순간, 매직 아워가 종료되었을 때, 포르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준비되어 있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고혹스럽고 매혹적인 야경. 이 아름다운 야경에 우리 둘은 서로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포르투를 여행한다면, 여정 중에 반드시 하루는 정해진 일정 없이 마음껏 포르투의 아름다움을 누려보길 권하고 싶다. 해뜨는 새벽부터 노을지는 저녁, 그리고 별빛 반짝이는 밤까지, 굳이 무엇을 보지 않아도 포르투에 있었다는 기억이 너무나 행복해질테니까 말이다.




2013.10

Porto, Portugal

By Courbet


Instagram: Courbet_Gallery

Naver blog: 낯선 서툰 여행

매거진의 이전글 제국의 흥망성쇠를 지켜온 수도, 리스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