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새내기 기자의 언론사 창업기를 연재합니다.
2022년 2월, 뉴스쿨 1기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닥치고 언론고시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볼 만한, 믿을 만한, 일할 만한 언론사를 직접 만드는 건 어떨까요.”
‘일할 만한 언론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눈에 띄었습니다.
취재를 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과 언론사를 직장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생기던 때였습니다. 한국에만 6000개 넘는 매체(2019년 기준)가 있다지만, 일할 만한 곳은 많지 않아 보였고요.
그래서 지원서를 썼습니다.
창업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언론사 취업’이 목표가 아닌 저널리즘스쿨에서는 누구를 만나게 될지, 무얼 배우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궁금증을 품고, 충무로 뉴스타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건물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저희는 주로 지하 리영희홀에 머물렀습니다. 1기는 평일, 월화목 오후 7시마다 강의가 있었습니다.
3월 14일부터 12주 동안 이어진 교육에서 저희가 취재에 주로 활용했던 도구는 정보공개청구와 데이터 분석이었습니다.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하면 정부기관이 생산한 문서의 목록이 보입니다. 그중 비공개 문서가 보고 싶으면 공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직접 청구할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상반기 저는 울진군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을 취재하고 싶었습니다.
“소방 인력이 원전을 방어하러 간 사이 삽시간에 마을이 불길에 휩싸였다”, “소방차 두 대만 있었어도 마을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등 이재민들의 말을 보고, 원전에 인접한 마을들이 겪을 수밖에 없는 위험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원전, 산불, 이재민’을 키워드로, 최종 과제였던 취재 기획안을 준비했습니다.
울진군에 산불 피해 이재민 현황을, 산림청에 산불진화전략도를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경상북도에는 당시 울진군 북면 119 신고 내역과 소방차 출동 내역을 청구했어요.
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정보를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후에는 이때 목적을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들었지만, 당시에는 (제가 기자는 아니지만) 어떤 취재를 하고 있고, 어떤 작업물을 만들려고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곤 했어요.
제 긴 설명을 듣던 담당자분은 “그래서 유튜버 같은 거예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그 자료는 받지 못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가던 6월부터는 확보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복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성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봤지만, 현장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해가 가장 컸던 마을인 신화2리에 갔습니다.
울진 부구터미널에 내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신화2리는 아주 작고 조용했습니다. 안쪽으로 올라가니 움푹한 마을의 형태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산불 피해가 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주변 나무들은 단풍이 든 것처럼 갈색이었고,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흰색 컨테이너가 15동 설치돼 있었습니다.
주민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을 떠나 부구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엔 한울원전에 들렀습니다. 원전 부지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경계에 있는 나무들까지 불에 탄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집에 돌아와 기획안을 썼습니다.
저는 뉴스쿨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에 직접 가보는 일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물론, 현장에 간다고 해서 늘 새로운 사실이나 관점을 얻는 건 아니었습니다. 수확이 없어 허탈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너무 늦게 갔기 때문일 때도 있었고,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일 때도 있었습니다.
(취재 경험이 쌓이면 그런 허탈한 순간도 줄어들까요?)
한 달 뒤, 완성한 기획안을 들고 들어간 면접에서 “강의 끝나고 뭐 하고 지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운전면허를 따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동 문제로 울진의 다른 마을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워 면허를 따기로 결심했거든요.
코트워치 최윤정 기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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