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과 연극in 폐간 사태

by 코트워치

올해 2월, 광주지방법원은 배우에 대한 성폭력 혐의를 받는 광주 지역 극단의 대표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2018년부터 이어져 온 '연극계 미투 운동'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광주지법에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립니다.


연극계 성폭력 가해자들이 수사를 받고, 하나둘 판결이 확정되는 가운데 '연극계 미투 운동'을 공론화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뤄온 곳이 있습니다. <웹진 연극in>이라는 연극 비평 플랫폼입니다.


연극in은 매년 '미투 이후'를 다루는 기획 기사를 통해 가해자 처벌을 넘어 연극계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길을 모색해 왔습니다. 오늘로부터 딱 1년 전인 작년 8월 29일에는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와 나눈 좌담을 게재했고요.


아직 전국 곳곳에서 '연극계 반성폭력 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전국 독자들과 나누어 온 연극in이 올해 폐간 위기에 놓였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연극in 폐간 사태'와, 공공의 문화자산이 기관의 일방적 결정으로 사라지는 문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잠정 휴간' = '폐간'이라는 경험


지난 6월 5일, 서울문화재단은 공지를 통해 '연극in이 관련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잠정 휴간한다'고 밝혔습니다. '잠정 휴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연극계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그 이유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해 온 <웹진 춤in>이 '휴간' 공지 이후 사실상 폐간 수순을 밟았기 때문입니다.


98444_2971522_1756462749689832234.png (출처: 웹진 연극in)


'웹진 연극in 폐간 대책위원회'(이하 연극in 대책위)는 ▲서울문화재단의 일방적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 공공이 만든 문화 자산에 대한 권리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공론화를 위한 포럼을 열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관련 '예산 삭감'을 이유로 내걸었지만, '연극계 미투 운동' 등 민감한 사안을 가감 없이 다뤄온 공론장을 퇴출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존재합니다.¹ 기관이 '승인한' 담론만 논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연극in을 대체하려고 한다는 주장입니다.²


'잠정 휴간'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도 불명확합니다. 서울문화재단 2025년 지출예산안을 보면 연극in 발행을 위한 예산으로 7천4백만 원이 배정돼 있는데요. 사업 담당자는 위 예산 항목에 대해 "(예산안이 작성된) 연초 이후에 예산 삭감이 추가로 이루어졌다"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인 삭감의 사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 대한 예산 삭감'이 '연극in 잠정 휴간'으로 이어진 의사결정 과정을 묻자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서울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재단의 업무에 관한 중요 사항을 정할 때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잠정 휴간' 결정 전까지 공개된 재단 이사회 회의록에는 관련 논의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공공의 예술을 보장하라'


완전히 일치하는 사례는 아니지만, 2020년 남산예술센터 폐관 당시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센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서울예술대학교와, 서울예대와 임대 계약을 맺은 서울시가 '더 이상 임대 계약을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뒤 폐관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시민들을 위한 '공공극장'은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공공기관이 예산, 사업 성과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을 결정할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나 거버넌스 기구가 없기 때문에 발생해 온 일입니다. 연극in 대책위 요구안에 '공공의 문화자산에 대한 권리보장을 제도상에 명문화하라'는 항목이 포함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98444_2971522_1756462738270031546.png (출처: 연극in 폐간 대책위원회 X(구 트위터))


이와 같은 공공기관의 '예산 배정 및 집행 결정'은 법적인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법원은 대체로 기관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사업 선정 기준이 불공정하다'거나 '불합리한 외부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법원이 개입해 기관의 결정을 철회하도록 하지는 않습니다.³ 공공기관의 운영 규정상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기구의 권한을 명시하거나, 의사결정의 과정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¹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윤수련 연구교수 The Theatre Times 기고 글 "누가 공공을 두려워하는가? 웹진 <연극in> 폐간과 관련한 대학로X포럼에 대한 기록" 참조


² 서울문화재단은 휴간 공지가 올라온 이후인 7월, 예술작품 정보를 모아 공개하는 포털 사이트 '스파크(Seoul Portal of Artwork Certified, SPAC)'를 오픈했다.


³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62600 판결 "그 기준의 해석·적용에 관해서도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기준을 마련한 행정청의 해석이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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