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

단순한 사실을 넘어 사건의 본질에 닿아 있는 답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by 코트워치

지난 월요일, 윤석열 피고인의 재판.


검사: 두 번째 통화를 들으실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이날 증인은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과 수방사령관의 통화를 두 번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총',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 말하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처음 증언했습니다.


(증인은 당시 수방사령관의 차량을 운전하며 수행했습니다.)


검사는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고, 변호인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변호인: 재판장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묻고 있습니다.

검사: 평가가 아니라 당시 상황에 대한 겁니다.


이런 공방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증인에 대한 신문(말로 물어 조사하는 일)은 질문대답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인터뷰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신문은 인터뷰보다 엄격하고 더 인위적입니다.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는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고, 증인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이나 상태를 말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질문과 대답의 성격을 매번 따질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위와 같은 공방도 가끔 벌어집니다.



기자들에게 기삿거리 던져주기


다시 처음의 장면으로 돌아가볼까요.


검사의 질문을 받은 증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증인: 믿음이 깨진 것 같습니다.


변호인은 이러한 문답에 대해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하고, 계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기사로 내보내면서 정치적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압박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대통령 목소리를 듣고 믿음이 깨진 것 같다'는 증언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뭘까, 기자들은 왜 이런 증언을 전달하고자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대통령의 지시가 군인 한 사람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되는 법정 신문에서도, 단순한 사실을 넘어 사건의 본질에 닿아 있는 듯한 대답을 듣게 될 때가 있습니다.



증인의 말을 듣는 이유


최근 내란 법정의 신문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본 이유는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해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는 건 평소에도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듣기 위해 인터뷰를 준비한 건 (코트워치 팀에서는) 처음이었거든요.


인터뷰 또한 누군가의 증언을 듣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 인터뷰에 응하신 유가족분께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일단 촬영에 들어갔고요. 캠코더 옆에서 유가족 아버님과 김주형 기자의 대화를 지켜봤습니다. 어느 순간, 아버님이 희생자인 아들을 대신해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생자 입장에서 느끼는 최초의 감정은 억울함일 수 있겠구나.


제가 읽은 글¹에는 "진정한 증인들은 죽은 자들"이라는 재인용이 나옵니다.


학살에 관해 증언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학살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이지만, 희생자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는 희생자들을 위해 말을 해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유가족의 증언을 듣는 이유. 단순히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사라는 사건에 관한 희생자 당사자의 증언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¹ 히토 슈타이얼, "진실의 색: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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