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답에 가까운 문장'을 판결문에 남기기 위해

by 코트워치

코트워치 기자들은 지난 몇 달간 카페에서, 사무실에서, 법원에서 '그들'의 지난 투쟁을 들여다봤습니다. 소송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지향점은 모두 조금씩 달랐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막는다'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은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갇히지 않도록 한다'

'이주노동자가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다'

···


저희는 그들의 투쟁에 '세상을 바꾸는 소송'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후·환경'과 '이주 인권' 분야의 소송 기록을 모으기 시작했고, 몇몇 분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각 소송이 갖는 의미와, 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 소송 이후 남은 과제 등을 질문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노트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세상이 당연하다고 믿는 중력의 작용을 막아서는 활동 같다고 느꼈습니다.



*정답으로 이어지는 길


오랫동안 이주노동자의 권리에 관한 소송을 맡아온 한 인터뷰이는 '정답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답은 이런 것입니다. "내국인 근로자가 스스로의 안전과 건강 등을 지키기 위해 취업을 기피하거나 직장을 이탈할 수 있는 것처럼 외국인 근로자도 열악한 환경의 사업장에서 이탈할 필요가 있다."¹


정답에 도달하지 못한 한국의 법은 '이주노동자는 특정 사유에 한해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고, 횟수는 3회로 제한된다'고 규정합니다.


유해 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보호장구를 제공하지 않거나,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가 없는 노동자에게 건설기계(지게차) 조종을 강요해도 '사업장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현 직장에서 이탈할 수 없습니다.


소송을 통해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법에 제동을 겁니다. '정답에 가까운 문장'을 판결문에 남기기 위해 전략을 세웁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단체 및 개인과 연대하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기준'을 법원에 제출합니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아 법정에서 발언합니다. 오랜 문제의식을 담아 소송을 제기하고,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갑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


코트워치는 다음 주 오픈을 목표로 '세상을 바꾸는 소송' 데이터베이스 페이지를 준비 중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서 활동해 온 분들의 자문을 받았고, 소송이 만들어온 변화가 잘 보이도록 페이지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최윤정 기자는 8월부터 시작된 준비 과정을 되돌아보며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코트워치 팀이 여러 사람과 협업하여 새로운 페이지를 만드는 건 처음 해본 시도였는데요, 예상한 것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후·환경'과 '이주 인권' 두 분야만 다뤘지만, 이후에 더 많은 변화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다음 주 공개될 데이터 페이지와, 앞으로의 기록도 함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¹ 헌법재판소 2020헌마395 결정문에서 재판관 9명 중 2명이 밝힌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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