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코트레터를 씁니다.
제 겉옷과 가방은 법정 의자 아래 있고요. 코트레터 마무리를 위해 몸만 잠깐 통로로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의 마지막 공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오전 9시 20분에 시작한 재판인데요. 아직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특검 구형 장면까지 지켜보고 전달해 드리려 했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 특검 측은 증거조사와 변론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피고인 측이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변론을 진행하는 차례입니다.
재판부는 시간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았고, 오전에 첫 번째로 시작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의 변론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후 5시 45분쯤, 암 투병 중인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먼저 변론하기로 했습니다.
내란 재판의 방청객들
내란 재판은 방청객들을 선착순으로 받습니다. 법정에 못 들어간 대기자들은 법정 안의 방청객이 떠날 때마다 하나씩 들어갑니다.
오늘 저는 법원 '오픈런'을 했습니다.
일찍 서두른 덕에 오전 공판은 바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문제는 오후 공판이었습니다. 오후 공판 줄을 서기 위해 조금 일찍 빠져나왔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오후 12시 30분부터 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법정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네 시간 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않도록 적당히 '회피'하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내란 재판에 오는 방청객들은 대부분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이들입니다. 굳건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이에 동조하지 않으면 '좌파'라고 부르며 "우리도 (방청석) 자리가 없는데 좌파가 여기에 왜 오냐", "저 사람은 좌파 아니냐" 같은 말들을 합니다.
법원에 온 한 민원인이 피고인 윤석열의 변호인에게 "지금 누구를 변호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가, 입구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싸움이 붙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왕인가요?
오전에 들은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의 변론은 제게 "대통령이 왕인가요?"라는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변론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할 수도 있죠. 비상계엄 선포할 테니 준비하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다가 안 하실 수도 있죠"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크고, 국민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가진 대통령의 판단과 권한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에 무슨 '잘못'이 있으며, 검사나 판사가 무슨 권한으로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느냐는 겁니다.
탄핵심판 때부터 반복적으로 들어온 내용이지만, 형사재판의 끝 무렵까지 이런 말들을 듣고 있자니, 어떤 기사들로 이 재판을 매듭지어야 할지 여러 고민이 스칩니다. 예정대로 오늘이 마지막 공판이 될지, 하루 더 일정을 잡을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인데요. 저는 다시 법정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202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