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새해 계획을 상상하며

by 코트워치

새해 계획에 대해 생각하면서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작년 10월, 대구출입국의 사업장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대학 졸업사진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체류자격상 취업이 제한되는 업종이었습니다. '미등록' 상태는 아니었지만, 출입국의 단속을 피하고자 했고, 장시간 이어진 단속을 피하다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사건 이후 사망한 노동자의 지난 삶과, 단속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정리해 보도했습니다. 그 기사에서 본 졸업사진이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제가 대학을 졸업하며 찍었던 사진과 겹쳐지기 때문이기도 했고, 기사에 실린 부지런한 삶의 궤적이, 그가 계획했을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속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


출입국의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발생해 왔습니다.


2018년 7월,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미얀마 국적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하다 임시 가설물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당시 사망한 노동자의 유가족은 사망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업주가 불법체류 사실을 알면서도 채용했고, 단속 중 발생한 사고는 '사업장에 내재돼 있던 위험이 실현된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지만, 법원은 '사업주가 직접 도주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출입국관리소의 '위험한 단속 방식'에 대한 공론화 및 단속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2019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위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단속 방식의 문제점이 자세히 다뤄졌습니다.


"단속반원들은 식당을 급습하며 단속의 취지를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폭력적인 방식으로 식사 중이던 근로자들을 무조건 제압부터 했으며, 심지어 한국인 근로자에게까지 신원 확인도 하지 않고 수갑부터 채우려 했다. (...) 단속반원들은 망인이 추락한 것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른 외국인들 단속에만 전념했고, 119에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대기 중 이를 목격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운전사였다."¹



'미등록', '불법'이 발생하는 배경


한국에 온 이주민은 여러 가지 사유로 '미등록'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미등록 이주민의 수는 20~30만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고, 그 배경에는 '불법' 신분이 되기 쉬운 구조적 원인이 존재합니다.


특히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경우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사업장을 옮기기가 어렵다는 점, 사용자가 신청을 해야 체류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매년 약 1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가 체류자격을 상실하고 미등록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여러 이주 유입 국가들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력에 대한 구조적 수요와 국가 통제 사이의 긴장 속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방관하거나 선별적으로 포섭, 배제하는 양가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불법' 이주노동은 오늘날 글로벌 이주체계에서 불가피하면서도 제도적으로 생산되는 노동 형태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미등록 이주민이 단지 법을 위반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와 시장의 이중적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임을 시사한다."²




작년 10월 발생한 '단속 중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의 대책위원회는 CCTV 등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출입국 단속반의 철수 시점, 안전조치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단속계획서, 보디캠 영상 등 자료 공개 및 강제단속 중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대구출입국은 유족과의 면담에서 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했고, 법무부는 '단속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추가적인 자료 공개 등에는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¹ 이다혜, '불법고용과 업무상 재해: 단속 중 사망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산재보험 수급권', 2020


² 김선영, '불법성의 생산과 미등록 이주민의 삶',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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