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공항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두고 다투는 2심이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제1별관 대법정을 방청객이 가득 채웠습니다.
재판장은 "(집행정지) 신청인 오동필 씨?"라고 물었고, 누군가 "오늘 출석 안 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방청객들이 "왔어요"라고 웅성웅성 말했습니다.
오동필 씨가 앞으로 나왔습니다.
오동필 씨는 "저는 원고적격은 자연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원고적격을 사람에 한정하기 때문에 그 자연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라고 입을 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20년 동안 새만금에 발을 담그며 아픔을 같이 느껴왔거든요. 원고적격이 어디까지인가를 법적으로 둘 수는 있지만,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고 발을 담갔던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먹고 살았던 사람들이 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동필 씨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입니다.
2003년부터 새만금의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고 기록해 온 그가 이날 법정에서 진술한 짧은 내용 중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원고적격이었습니다.
원고적격은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을 받을 '자격'을 의미합니다.
환경소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공항 건설 계획 같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하려면,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침해받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증명해야 합니다.
오동필 씨는 전북 군산시 남수라마을의 이름을 따서 '수라갯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알려왔다는 점, 갯벌에서의 탐조 가이드 등을 통해 생계 활동을 해왔다는 점 등을 짚었습니다. 반면, 피고 국토교통부 측은 오동필 씨에게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날은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를 구하는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이었습니다. 오동필 씨는 본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고, 소송과 관련된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원고 대리인은 '오동필 씨의 원고적격'을 집중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심 재판부는 소송에 참여한 원고 1,308명 중 공항 소음 피해가 예상되는 3명의 원고적격만 인정했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
1심 재판부는 기본계획을 '취소'했습니다.
피고 국토교통부 측은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리인은 "1심 판결 논리가 너무 허술하고 비과학적이고 추상적"이라며 "행정청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내려진 게 아닌가", "항소심에서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판결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항공 안전과 관련된 조류 충돌 위험, 공항 건설이 갯벌 생태계와 조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본계획이 부실하게 평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판결 직후, 오동필 씨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왜 울었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문규현·문정현 신부가 생각났다. 우리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사실상 지는 싸움을 했다. 그런데 20여 년의 인생을 새만금에 바친, 그러나 이제 한 세대를 더 살 수 없을지 모를 두 노 신부가 마지막까지 패소의 쓰라림을 느낄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래도 한 번 더 져도 된다. 더 싸울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판사가 법정에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이 잘못된 이유를 말해서 눈물이 났다. 패소를 예상했는데도, 우리의 주장이 옳다고 언급되는 것 자체가 좋아 눈물이 솟구쳤다. '기본계획을 취소한다'는 결론이 나올 땐 주체할 수 없었다."
오동필 씨를 비롯해 새만금을 지켜 온 시민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다큐멘터리 수라를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큐멘터리를 소송 증거로 제출하면 보겠다고 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아름답습니다.
*집행정지는 어떤 처분의 효력을 소송이 끝날 때까지 잠시 멈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취소소송이 진행 중일 때 신청할 수 있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인정됩니다. 지난 3월 11일, 재판부는 취소소송 변론을 마친 뒤 집행정지 심문도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