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3법 이후'의 길

by 코트워치

지난주 목요일(12일),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됐습니다.


형법,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이 각각 개정되어
1) 의도적으로 법을 왜곡하여 재판 및 수사한 판검사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고,
2) 14명이었던 대법관 수가 2030년까지 26명으로 증원되며,

3)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해졌습니다.


사법개혁 3법이 공포 및 시행되고 일주일. 뒤늦게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법원행정처·법률신문 공동 주관) 결과보고서를 읽었습니다. 보고서의 첫 꼭지는 '현재 법원이 갖는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채워졌습니다.


'재판 지연, 충실한 재판의 필요성, 사법 투명성 요구, 형사절차에서의 인권 보장 문제, 상고심 절차 개선 요구 등'


보고서를 읽으며 그간 법정에서 만난 사람들, 오랫동안 지켜봐 온 재판의 과정을 떠올렸습니다.


경험과 기억에 기반한, '공정한 판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사안을 다루는 1·2심 재판부의 전혀 다른 판단에 대한 의문, 무엇보다도 재판이 장기화함에 따라 길어지는 피해자들의 법적 싸움…


이런 것들이 '사법개혁'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청회 토론에서 한 발언자는 제도를 바꾸는 동력으로서 '분노', '감정' 등을 언급했습니다.


"어떤 제도라는 것이 항상 합리적으로, 이성에 기반해서 형성된다고 보기는 어려움. (…) 사람들은 겉으로는 이성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결국 가장 결정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 그 중에서도 분노라는 감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임."¹


과거에도 사법부 내·외부에서 법원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개혁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그 바탕에는 분노나 불신과 같은 감정에서 촉발된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1) "김대중 정부에서의 사법개혁 논의는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의정부법조비리 및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 대전법조비리사건 등 각종의 법조비리 사건에서 격발된 시민들의 분노 속에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²


2) "2003년 8월, 최종영 당시 대법원장이 법원 내 기수와 서열에 따른 대법관 제청 관행을 답습하여 대법관 후보를 지명하자 160여명의 법관들이 이에 항의하여 건의서를 작성하는 등 소위 제4차 사법파동이 발생하였다. 일종의 대법관임명제청파동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하여금 나름의 인사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³


3) "수직적, 중앙집중적, 폐쇄적 모습을 가진 사법행정제도는 2017년 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통해 그 모순을 폭발시키며 민낯을 드러냈다. 법원행정처 등이 부당한 방식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위협하는 사법행정제도를 개혁하기 위한 움직임은 숨가쁘게 이어졌다."


그러나 세 번 모두 개혁안이 추진되지 않은 채 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거나, 본질적인 구조 개혁에 대한 합의가 불발되거나, 다른 의제에 묻혀 논의가 사라졌습니다.




2003년 사법파동 당시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는 사법개혁의 첫 번째 지향점으로 '사법의 민주화'를 적었습니다.


사법부가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을 판결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중요한 법적 판단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실현 방안으로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법으로의 변화', '신뢰받을 수 있는 대법원 기능과 구조의 변화', '사법의 독립성 강화' 등을 꼽았습니다.


12·3 내란 이후 법원이 내놓은 일련의 판단에 대한 전국민적인 '분노'와 '관심'에서 출발해 추진된 이번 개혁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그 과정을 잘 기록하고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¹ 이번 개혁은 전국민적인 '분노'와 '관심'에서 출발해 추진됐지만, 사법부의 의견을 반영하고 숙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공청회에서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문제는 사법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기본적인 사회적 인프라여서 한번 잘못 바꾸게 되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점이다. 화가 난다고 그 대상에게 벌을 주는 것이 개혁일 수는 없다'고 짚었다.


² '사법개혁, 좌절과 실패의 역사', 한상희, 2012, 11쪽.


³ 위 논문, 16쪽.


⁴ '사법행정제도 개혁의 성과와 과제', 공두현, 2023, 2쪽.


⁵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 : 사법개혁위원회 백서'(법원행정처, 2005)에 따르면 '사법의 민주화'는 사법에 있어서의 비민주적, 권위주의적 요소를 타파하는 한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적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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