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처럼 일하는 조직

계속 반복되는 화재 참사들

by 코트워치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코트워치 팀은 3월의 절반 정도를 '원고 하나'에 매달려 보냈습니다.


저희는 '(위아래가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그러면 저는 흑백요리사 심사위원처럼 일한다고 대답합니다.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시작했을 때, 심사 방식도 주목받았는데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홀수' 심사위원이 다수결 등으로 빠르게 승패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백종원과 안성재는 서로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시간을 들여 최선의 선택을 찾아갑니다.


저희는 거의 모든 안건에 백종원과 안성재처럼 임하지만, 글 하나를 함께 쓰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함께 취재하고, 기획을 잡아가고, 서로의 아이디어나 초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보다, 함께 이야기 하나를 만드는 일이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원고 하나'에 함께 매달리면서 '혼자서는 쓰지 못했을' 무언가를 완성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곧 발행되는 대로, 전해드려 보겠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착잡한 소식도 이어졌습니다.


2월 24일 서울 은마아파트, 3월 14일 서울 캡슐호텔, 3월 20일 대전 자동차부품공장(안전공업)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¹


질문이 이어집니다.


- 애초에 화재가 왜 발생했는지

- 불길과 연기가 왜 순식간에 번졌는지

-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 왜 대피할 수 없었는지

(…)


은마아파트와 캡슐호텔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기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불법은 아닙니다. '스프링클러'는 열기를 감지하면 물을 뿌려서 초기 화재를 진압하는 장치고, 스프링클러 미설치는 화재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사실일 수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숙박시설이나 아파트가 화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당연한 '취약함'을 우리의 법과 제도가 왜 메우지 못하는지를 자꾸만 묻게 됩니다.


2024년 화재 참사가 발생한 부천의 호텔에도 스프링클러가 없었습니다.


화재에 취약했지만, 소방 법령에 따라 진행된 '연간 자체점검'도, '화재안전조사'도, '소방활동 자료조사'도 그 취약함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방치된 객실 에어컨 전선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닫히지 않은 문으로 불길과 연기가 퍼지고, 비상벨과 대피 방송,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다리차 전개 등 소방의 구조 활동이 실패하는 일련의 일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우리가 2년 전에 아리셀 공장 화재도 그렇고, 이번 (대전 안전공업) 화재도 그렇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공장에서도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구나'라는 것들을 알았기 때문에"라고 라디오에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2024년 아리셀 참사를 겪었지만, 이번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또 2020년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²를 겪었지만, 아리셀 참사를 막지 못했습니다. 저는 2024년 8월 아리셀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한익스프레스 유가족의 모습을 아직 기억합니다.


"비상 대피로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안전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었더라면,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었더라면, 안전점검만 제대로 했더라면 (…) 피눈물 흘리며 아파하실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3월, 이번에는 아리셀 유가족이 또 다른 유가족과 연대하기 위해 대전을 찾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반복을 지켜봐야 할까요.



¹ 2026년 2월 24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대 1명이 숨졌다. 주민들은 '화재 당시 경보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단지 내 소방차 진입이 지연됐다'고 진술했다. 3월 14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캡슐호텔은 좁은 복도, 캐리어 적치 등으로 대피가 어려운 구조였다. 이날 화재로 중상을 입은 일본인 투숙객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² 2020년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설노동자 38명이 숨졌다. 공기 단축을 위해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고, 불씨가 우레탄폼에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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