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편한 직장인의 재테크 가이드
나의 집을 못 찾겠군요
한국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의 걱정은 대부분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다. 늦은 밤 산책을 하다 보면 서울 마천루의 불빛들이 하나하나 밤을 수놓지만, 정작 내가 편히 누울 곳은 서울의 좁은 방뿐이라는 생각에 오늘도 사람들은 그렇게들 부지런히 일어나서 남들보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14년, 필자가 군대에 있을 때, 서로의 목표에 대해 의논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 번은 한 동기가 이렇게 말했다. "연봉 3천만 원이면 충분히 집도 사고 원하는 것 다 할 수 있어" 그때 그 친구가 원하던 서울 노원에 위치한 아파트 값이 약 2억이었으니 산술적으로 불가한 일은 아닐 테지만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동안 집 값은 가만히 있나?" 직장인은 철저히 기업과 계약 관계로 벌어들이는 월수입으로 생계를 충당하며 쪼개고 쪼갠 돈으로 아득바득 저축하며 일상생활을 살아간다. 그래도 목표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저축금을 쌓아가면서 소소하게 통장을 채워간다.
하지만 그렇게 모았던 돈은 불어나지 못한 채 거의 액면 가격 그대로를 유지한다. 이미 집값은 전보다 세 배가 조금 넘게 올랐는데 말이다. 이런 케이스가 최근 의외로 비일비재하다. 물론 집값이 비상식적으로 비싸진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때 그냥 큰 고민 없이 미국에서 제일 좋은 기업 500개를 모아놓은 'S&P 500' 지수 추종 ETF를 꾸준히 매수해 놓았다면 물가상승률을 지극히 상회하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방법이야 말로 쉽고 간결하게 내 집을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너무 뻔한 방법인가?
하고 안하고의 차이
사실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는 ETF다. 그런데 왜 이토록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변동성 때문일 것이다. 내가 피땀 흘려 모은 돈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믿음. 주식으로 쪽박 찬 사람들의 우스운 실패담은 모두에게 변동성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글을 쓰는 지금은 주식투자 붐이 한 번 왔다가 대내외 악재로 인해서 자산 가격들이 서리를 맞은 상태다.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라, 혹은 안전한 달러나 금을 사라는 말들이 풍문처럼 향 간에 떠돌고 있는 요즘이지만 나는 사실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이런 변동성은 계속해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불꽃같은 상승장도 다시 올 것이다. 지금껏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랬다. 위기도 왔지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그래서 완전히 시장을 떠나는 건 어떻게 보면 가장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 될 것이다. 당신이 시장을 떠나는 순간이 아마도 자산 가격이 가장 저렴할 때가 될 테니까 말이다.
다만 그 시점을 알 수 없기에 내가 하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남는 시간 동안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식, 채권, 금, 부동산을 비롯한 다양한 자산들은 변동성이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선 조금은 저렴하고 가치 있는 기회에 내가 열심히 벌어들인 노동 소득이 투입되어야 한다.
현금은 좋은 것이지만 시간이라는 유한하고 귀중한 자원과는 교환할 수 없다. 긴 시계열로 보면 모든 자산엔 사이클이 있었다. 이를 맞추기 위해 마켓 타이밍을 시도하는 것도 대단한 도전이 되겠지만, 꾸준하고 느긋하게 다시 상승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적립식 투자를 해보면 어떨까? 아마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
인간은 태생적으로 안락하고 안전한 환경을 가지려는 욕구가 있다. 앞서 말했던 내 집 마련이라는 기틀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설계상의 특징이 재테크라고 하는 분야에선 독이 되기도 한다. 가장 비쌀 때 사서 가장 쌀 때 팔게 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전자.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동시에 주주들에게 주가 상승이라는 큰 선물로 보답해온 역사가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주가의 등락을 살펴보면 매일매일 꾸준히 상승해온 모습은 아니었다.
글로벌 대내외 산업의 변화와 노동자 임금 구조, 금리 인상, 경제 위기 등 다양한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도 있었고 때론 휴지조각으로 변할뻔한 위험을 보여주며 기사회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과거를 보면서 샀어야 했는데 하지만 돌이켜보면 누구에게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이해와 연구로 자산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위험에 뛰어들만하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지나쳐 일을 그르칠 필요는 없다.
자산 시장에서 때로는 과감하게 인간 본성에서 벗어나 공포에 뛰어드는 일이 생각보다 안전할 때가 많다. 나 역시 회사를 다니며 주식 투자를 병행하는 주식 투자자중 한 명이며 매일 벌어지는 글로벌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거나, 잠을 설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시장을 떠나진 않는다. 계속해서 사이클이 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