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ㄴㅇㄹ
배트를 짧게 잡고 휘두른다. 나에게 정면으로 들어오는 공을 있는 힘껏 스윙한다. 발사각은 커야 하며, 몸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올바르게 힘을 전달하기 위해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결하게 찍어낸다. 이렇게 날려버린 공은 높은 궤도를 그리며 당장 담장 밖으로 사라진다.
가끔 이렇게 주제넘는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그야말로 무맥락에 놓인 글을 쓰다 보면 신기하게도 무질서 속의 질서를 이룬다. 마치 새들의 날갯짓은 저마다 다르지만 일정한 군집을 이루며 뻗어가는 것처럼 무논리정연한 나의 글에도 질서가 깃들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소금은 짜다, 동해 바닷물도 짜다. 하지만 한강은 싱겁다. 그래도 된장국은 맛있다. 우리네 마음속에는 각각의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 어떻게 보면 기억의 편린에 불과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대로 살아가는 게 당연한 나이 든 몸에는 항상 똑같이 반응하는 것이 그 사람의 태도나 양식이 마치 자판기에서 콜라를 뱉어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 플랫폼에 기차가 도착했다. 예정보다 1시간이나 지연되었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비록 비도 오고, 부장이 지랄하고, 회사로 돌아가면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따가 집에 가면 비디오 가게에서 빌린 주성치의 홍콩 영화 한 편이 날 기다리고 있고, 맛있는 야끼만두도 사 가지고 갈 참이다.
무심코 재생한 소니 워크맨이 간직한 재즈 한 곡으로 객실을 거닌다. 유유히 발걸음을 차곡차곡 쌓다 보니 B-12의 의자엔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제가 키우는 거예요". 한 꼬맹이의 말이 꽤나 거슬린다. "정말 귀엽구나, 그런데 여긴 내 자리란다 꼬마야".
무언가를 누군가에 빼앗기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유쾌한 기억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 든 간에, 그것도 고양이에게 내 자리를 도둑맞다니 억울하다. "그건 얘 마음이에요". 세상에! 네 마음만 있나? 내 마음도 있다. 다 커서 유치한 말다툼을 벌이기 싫은 나는 낮잠 자는 동물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려본다.
제길 역무원이라도 불러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내 재킷 왼쪽 주머니에 고양이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깻잎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깻잎을 좋아하는 나는 유사시에 언제라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는 습관이 있다. 그리고 동물 유튜브에서 봤는데 깻잎을 그렇게 좋아한다고.
"깻잎이 아니라 캐닙이겠지." 갑자기 불쑥 나타난 한 남자가 의표를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