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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성 May 12. 2022

다소 전략적인 퇴사 방법

아마 대부분 모르는 직장인 꿀팁 가이드

퇴사에 관하여


브런치에 이직, 퇴사, 입사에 관한 글이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 직장인들에게 회사란 시지프스 신화처럼 매일 돌덩이를 올렸다가 내리는 고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곳이기도 하며, 어쩌면 가족보다 더 얼굴을 보며 지내는가족 같은 회사 동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내 커리어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꿈을 키우는 산실이기도 하다.


정든 곳이지만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이미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진 지 오래. 회사는 더 이상 우리를 보살펴주지 않는다. 사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은 없는 듯하다. 오히려 업무를 통해 스스로의 발전을 꾀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꾀하고자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주는 워딩은 꽤나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생계를 꾸려가는 곳에서 벗어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에, 어떤 모임에서도 이 단어를 꺼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집단 공감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퇴사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게 볼 것이 없다. 보다 좋은 산호초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해저를 살아가는 물고기의 숙명이다. 먹이가 부족하기 전에 서둘러 채비를 마치고 떠나자, 포식자가 오기 전에 우리의 생명을 내놓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물론 그전에 검토해봐야 할 것이 있다.


ROUTE 1. 더 이상 아니다 싶을 때


직장 상사와의 스트레스, 업무 불일치, 급여 문제 등등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직서를 내기 전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입사할 당시를 떠올려보자. 면접 볼 때는 야근을 감수하고서라도 당장 일을 하며 진취적으로 업무를 해나가는 청사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사라지고 일요일 저녁에 벽에 기대 다가오는 월요일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존재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초롱초롱했던 눈빛과 진지함, 피어오르는 정열은 사라진채, 어두운 내면이 감돌 때. 그때 우리는 이곳을 떠날 결심을 한다. 그래도 일단 참자.


ROUTE 2. 그럼에도 정말 아니다 싶을 때


하지만 당장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적게나마 모아둔 돈이 있겠지만 이곳을 나가게 되면 그나마 있던 돈까지 갉아먹기 쉽다. 이럴 때는 직장을 구하고 퇴사하는 릴레이 식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나마도 여의치 않으면 고향집에라도 내려가자. 눈치가 보여 직장을 구하게 된다.


간혹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로 빠지는 루트가 있다. 그리고 아예 새로이 직업을 선택하는 전직 루트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곧 비용임을 명심하자. 선택함에는 응당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택을 했다면, 후회 없는 선택을 만들어 보자.


ROUTE 3. 성장의 한계, 새로운 터전


직업이란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너무 교과서적인 말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 일하면서 조금 더 능숙해지고, 조금 더 멋있는 나로 성장해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인정받는 모습은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이상이기도 하다.


물론 당장 열심히 해서 대기업을 들어가자는 뜻도 아니다. 입시를 준비해서 대학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그토록 바랬던 대학은 Goal이 아닌 그저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목표를 이루면 의외로 허무할 뿐이라고.


이렇게 성장은 의외로 중요한 요소이며, 어떤 사람에게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회사에서 존중받지 못하거나,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획일화된 업무 프로세스, 군대 문화에 실증을 느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리고 성공한다.


그래서 결론은


퇴사라는 단어는 강렬하다. 그래서 끌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여유로운 휴양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회에 속한 일원이 되어 내게 주어진 몫의 일을 해나가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다.


나는 일을 하는 것이 좋고 즐거웠다. 그러다가 불현듯 "나는 왜 일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그저 돈 벌고 싶고, 친구들처럼 쇼핑이나 좋아하는 게임이나 실컷 하려고 시작했다. 앞서 설명했던 다양한 케이스를 배제한 채 참 단순하게 내렸던 결정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직업이라는 하나의 업보를 짊어짐으로써 오늘도 무게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하루를 살아보자고 생각한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쳇바퀴는 재밌기 때문에 햄스터가 그렇게 열심히 뛰는 것 아닐까? 삶의 타래에서 소소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략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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