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코비, 불면증을 겪다.

by 코비

침투 6일째.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게 하나 있다면, 그건 '수면'이야.

우리 행성같은 순수한 정신계에선 수면이라는 개념이 없어. 하지만 인간은 일정한 에너지를 소비하면 몸이 피로해지니까 수면으로 에너지를 보충해야지. 그럼 에너지가 떨어지면, 수면을 취하면 되잖아. 이론은 완벽한데 문제는...


"인간. 난 잠이 안온다."


나는 자고 있는 인간을 흔들어 깨웠어. 요즘 여기를 너무 자주 오는 것 같아. 그런데 인간세계는 이론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아. 따로 물어볼 데도 없고, 이 인간은 무해한 것 같으니...


"네? 저는 잘 자고 있었는데요. 이거 진짜 민폐예요."


인간은 벙벙한 얼굴로 부스스 몸을 일으키며 말했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잠을 잘 자는 그 방법을 알려달란 말이다. 인간."


"휴. 불은 끄셨죠? 소음도 차단했고요?"


"인간. 너는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나? 나는 어둡고 조용하고 시원한 환경을 마련했어. 취침 전에 커피, 알코올 등 수면을 방해할 수 있는 화학약물도 멀리했고."


"근데 왜 잠이 안오는데요?"


"뭐랄까. 난 잠이 안온다기보다, 잠을 자고 싶지 않아."


"잠을 잘 자려고 저 난리를 쳤는데 잠을 자고 싶지 않다니요?"


"분명 피곤하고 졸린데 자려고 하면, 너무 자기가 아까워."


"잠깐, 혹시 회사에서 하루종일 시달렸는데 이대로 하루가 가는게 아깝다거나."


끄덕.


"사실은 자야하는걸 모르는건 아니지만 겨우 얻은 나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거나."


끄덕.


"그래서 침대에서 웹툰보고, 인터넷 서핑하며 쓰잘데없는 기사나 클릭해보고, 유튜브보고, 나무위키같은 백과사전에서 아무거나 검색해보고. 몇시까지만 해야지 하다가 시간지나면 또 연장해서 몇시까지만 해야지 하다가 그 시간도 지나고. 그러면 팽팽 놀아버린 나에 대해 죄책감들죠?"


"아무거나 검색한다니. 나는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거다."


"아 예예~ 정보수집활동~ 외계인도 의외로 정상인데? 그거, 정상이에요. 직장인 불면증."


"직장인 불면증?"


"네. 직장인 불면증요. 직장에서는 사실 내 시간을 주고 돈이랑 바꾸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 시간이라도 내 맘대로 통제가 안되니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지는거예요. 원래 사람은 없이 살면 지독해지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면 낫는데?"


"나처럼 일 안하면 낫지요. 전 벌써 다 나았는데요."


"인간, 지금 나랑 농담따먹기나 하자는거냐?"


"어.. 죄송해요. 근데 제 생각에는 그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쾌락을 느끼는 자기파괴적 행동이거든요? 사실 외계인씨도 그만해야겠다고 머리로 생각은 하지만, 사실 거기서 은근한 만족감을 느끼니까 그게 안 고쳐지는거예요. 그냥 고치려고 생각하지 말고, 비슷한 기분을 주더라도 덜 파괴적인 일을 하는건 어때요?"


"덜 파괴적이라니? 말이 좀 어렵잖아."


"아, 내 말은, 자기 싫다고 스마트폰 보고 그러면 진짜 잠 안와요. 거기서 블루라이트 나와서 교감신경 자극하잖아요. 차라리 딴짓 안하는 거는 포기하구, 스마트폰으로 딴짓하는 대신 진짜 만화책이나 소설책 같은 걸 보세요."


"알았다. 인간."


"그럼 저 이제 다시 자러가도 돼요? 저 진짜 좋은 꿈 꾸고 있었는데.."


인간은 벌써 눕고 있더군. 정말 어이없는 인간이야. 하지만 아까는 제법 정확했어.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았다니까. 해볼까, 덜 파괴적인 딴짓...



알라딘에서 만든 투비컨티뉴드라는 곳이 생겨서

동시 연재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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