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정품 고생"을 사야 한다.

성장하는 글쓰기

by 이지앨리엇
이왕 고생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쌩 고생이 아니라 "정품 고생"을 사야 한다.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한다.

돌아보면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고생이라면 하루라도 일찍, 그리고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어떤 것이 스스로에게 "덜 고생" 인지 알게 된다.


경험은 정말 자산일까?

갓 20살이 넘었을 무렵,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경험은 자산이다" 라는 말. 어디서 들었는지 누구를 통해 들었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의 나는 그 말에 꽤나 매료됐었다. 그렇게 다니던 학교를 중퇴하고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편의점, pc방, 영화관, 카페, 음식점, 백화점, 동물원, 놀이공원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작은 가게에서부터 대기업까지 규모도 다양했다. 흥미를 끄는 일이면 바로 도전했고 대부분 할 수 있었다. 처음 목표에 맞게 다양한 직업 정체성을 경험하는 것이 즐거웠다.


좋아 보이는 말의 함정

처음 현실의 벽을 느낀 것은 20대 중반이 되어서였다. 군대 전역 후 호기롭게 도전했던 사업이 망하게 되었고 나는 더 이상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었다. 이제는 제대로 된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지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에 다양한 도전과 경험, 열정을 녹여 써 내려갔고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한다. 대부분 면접조차 가지 못하고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지만 당시에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었다. "일하는 사람이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기브 앤 테이크

시행착오 끝에 "증명이 가능한 객관적인 커리어" 를 만들고 나서야 첫 취업에 성공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고용시장에 대해 그리고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다. 세상으로부터 무엇인가 얻었다면 그만큼 다른 것을 내주어야 한다. 나는 경험을 얻었지만 학위를 내어주었다. 덕분에 대기업은 포기했지만 N잡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회사란 10가지를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보다 1가지를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함을 알게 되었다.


20살 무렵, 만약 내가 제도권을 따랐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번엔 꼭 다른 방식으로 경험을 쌓아볼 것 같다. "일단 부딪혀 보자"로 시작하는 "싸구려 경험" 이 아닌 계획을 통해 실행하고 남들에게도 증명할 수 있는 "정품 고생"으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네게 맞는 직업, 내게 맞는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