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20년째 매주 일요일에 통화하는 손주
어른 세대와의 소통법
매주 일요일이 저녁 즈음에 전화기를 듭니다.
'할머니'
홀로 남으신 할머니께 전화를 드립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성준이예요."
"어구구. 우리 손주. 한 주 잘 지냈어?"
할머니와의 10여분 통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군에 입대 후, 훈련병 시절 대였습니다.
아버지께 전화가 왔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단다."
철렁.
장손이라며 나를 많이 사랑해 주셨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직 군에 들어간 지 100일이 되지 않아, 따로 휴가가 없었지만,
100일 휴가 중 며칠을 먼저 당겨 쓰는 것으로, 조부상을 치르러 나왔습니다.
할아버지는 군인이셨습니다.
장손이 군대에 갔을 때, 참 좋아하셨지요.
그리고 언젠간 절 보러 군대에 오실 줄만 알았는데.....
그렇게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나니, 홀로 남은 할머니께 손주로서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제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맡벌이를 할 때, 저를 돌봐 주셨습니다.
관계가 각별했죠.
할머니 역시도 장손이라며 저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그 사랑에 보답하고, 군대에서부터 매주 일요일에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군에 다녀온 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매주 주일에 전화를 드리는 루틴이 무너진 적은 정말 한 손에 꼽습니다.
할머니께서 손주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을 알기에,
해외에 있던지, 주말 근무로 회사에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짬을 내어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전화 통화의 내용은 매번 비슷합니다.
할머니께 안부를 여쭙고, 제 주변 사정을 소개드립니다.
그리고 나면, 할머니께서는 매주 꼬박꼬박 전화를 넣는 저를 칭찬해 주십니다.
그러면서 어릴 적 함께 추억하는 일화들을 들추며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통화 말미에는 자녀와 가족에 대한 안부를 전한 후 통화를 맺습니다.
어언 20년을 매주 통화 했으니, 할머니께서 나이를 드시며 경험하는 변화를 관찰하게 됩니다.
최근 들어서는 치매의 모습도 감지됩니다.
원래도 하셨던 말씀을 재차, 삼차 여러 번 하셨는데
그 반복 횟수가 점점 많아지셨고,
부모님을 통해 들었는데, 단기 기억이 깜빡깜빡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체력도 많이 약해지셨습니다.
이제는 요양원에서 생활을 하시는데, 확실히 이전만큼 거동을 하시진 못하시더라고요.
그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르신과의 대화 노하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은 공감을 많이 해드리면 좋습니다.
어르신이 말씀이 많은 편이라면, 굳이 많은 말을 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적절한 추임새 정도면 대화는 술술 진행됩니다.
(반대로, 다소 무뚝뚝하다고 느껴지는 말수가 적은 분들과의 통화는.... 1분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둘째로는 공감과 비슷한 것인데, 속에 있는 화를 말로써 풀어드리는 것도 참 좋은 방법입니다.
어르신께서 어디에 가다 속 편하게 이야기할 곳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귀에서 조금 멀리 두고, 어르신의 화를 풀 수 있게끔 장을 마련해 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셋째로는 어릴 적 함께 보낸 일화라든지, 혹은 더 이전인 할머니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함께 추억할 거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있고요. 미처 몰랐던 조부모님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르치려는 말입니다.
이미 오래 삶을 사셨기에, 머리로는 맞을 수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기에 맞는 말이라 하더라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치 이야기(?) 이건 아이예 꺼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정치 이야기를 하신다면, 스마트폰을 귀에서 더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그만입니다.
(대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어렵겠지만요.)
이런 내용들이 이 책 186page에 '어른 세대와의 소통법'에 나옵니다.
노인 세대가 되면 크게 4가지 어려움에 직면하는데, 질병 / 빈곤 / 외로움 / 역할 상실이 그것이라 합니다.
'외로움' 이것이 정말 무서운 것 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가며, 나 혼자 남아있는 것 같은 쓸쓸함.
자식과 손자가 있어도 왕래가 없는데서 오는 허탈함과 상실감.
이런 것을 잘 관리해 드려야 건강하게 오래 사실 수 있습니다.
저자는 187page에 노인층이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은 우선 통제력을 잃어버렸다는 데서 온다. 주도권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서다.
그럴 수 있겠다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나는 어떨까를 생각해 봅니다.
저라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 편이 더 쉽고, 앞으로 살아가는데 용이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맞고, 또 다른 분야에서는 틀렸을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움켜쥔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세월의 변화와 함께 오는 세대교체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188page에 재미있는 말이 있어 옮겨 봅니다.
어른께 말할 기회를 드리자.
그리고 성심성의껏 들어드리자.
'자식 키우면서 말도 안 되는 자녀의 소리에는 그렇게 귀 기울이지 않았던가.'
우리 부모들도 우리를 그렇게 키웠다. 이제 우리가 귀를 기울일 차례다.
이 문장은 좀 명언 같습니다.
할머니와의 매주 통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여 죄송스럽고, 더 오래 통화하지 못해 이 또한 죄송스럽지만,
손주로서, 사랑하는 할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효도이기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