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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좋아 Jul 16. 2024

미술관 소개 책 읽기의 즐거움

All the Beauty in the World_chapter 1,2

20대에 중국을 배낭여행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고요한 이른 아침, 고성을 둘러보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지저귀는 새소리, 살짝 이슬이 맺힌 촉촉한 풀들.

햇살이 오르며 이 멋진 공간을 많은 인파가 몰리기 전 거니는 맛이 좋았습니다.

생각은 자연스레 은퇴 후 어떤 삶을 꾸리고 싶은가로 훌쩍 뛰어넘어갔습니다.

유적지를 둘러보니, 큰 빗자루로 나뭇잎을 쓰는 관리원이 보였습니다.

'아. 나도 나중에 은퇴를 하면,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어떨까?'

많은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그때 그 감정이 좋았습니다.

옛 것에 대한 고찰과 탐구를 역사의 현장에서 할 수 있으며,

거니는 관람객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있고,

고요 속에 사색하며 나에게 주어진 남은 생을 아름다운 곳에서 마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부의 고충을 생각해 보니, 언 20년 전의 꿈꿨던 일은

잠시 좋은 추억으로 기억에 넣어두려 합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책은 2023년 말부터 2024년도 상반기에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책입니다. 당연히 읽고 싶었습니다.

메트로폴리탄은 가본 적이 없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그곳에서의 경비원의 삶도 무척 궁금했습니다.

소제목인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남자의 이야기' 역시도

무엇이 저자를 메트에 있게 만들었는지 의문을 갖게 했지요.


첫 번째 챕터는 '1.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간단하게 경비원이 하는 일을 생각해 보면, 서 있는 것입니다.

허리와 무릎, 발바닥 등 계속 서있기만 하면 많이 피곤하겠죠?

이들이 관리해야 할 것은 '인명''재산'입니다.


저자는 사랑하는 형을 20대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 상실이 책 전반부에 진하게 묻어 납니다.

뉴욕에서의 삶이 크게 바뀐 것과 형의 부재는 분명 연관이 있었을 겁니다.

저자는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뉴요커의 삶에서 쳅터 1의 제목의 삶으로 변화합니다.


쳅터 2는 '2. 완벽한 고요가 건네는 위로'입니다.

저자는 전시실 한 방의 작품들에서 등장한 인물의 숫자를 세었습니다.

그마만큼 저자는 시간이 많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전시물을 바라보는데 '몰두가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guard의 모습인지 관람자의 모습인지 살짝 헷갈렸지만,

관객이 없는 텅 빈 공간에 서 있다면,

작품에 몰두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부럽다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군에서 야간 보초를 섰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둠 속에서 먼 산을 바라본 기억.

정해진 guard 시간은 느리게 갔지만, 시간은 흘러 재대를 했고,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살짝 비현실적이게 다가옵니다.


작가는 page 43에서 "마침내 완벽한 고독으로 충만한 하루를 시작하며 짐을 벗듯 가벼운 마음이 된다."라고 썼습니다.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고독이 필요하게 했을까? 의문을 던졌는데, 뒷 글을 읽으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요즘 투자서나 자기 계발, 사회심리류의 책을 읽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의 문체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아이고. 이러다 이 책 못 읽는 것 아냐?'

저는 메트로폴리탄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저자의 에세이 또한 챙겨 읽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제 마음이 분주했나 봅니다.

그런데 인간은 참 대단하지요.

수십 페이지를 읽으며 자연스레 책 내용에 빠져들어 의미 있는 책 읽기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지면에 실리지 않는 명화를 온라인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저자는 web 주소를 알려 줬습니다.


오늘 제가 pick 한 그림은 [The Harvesters] Pieter Bruegel the Elder Netherlandish 1565입니다.

중앙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나뭇잎이 그리 풍성하지 않아 수고한 일꾼에게 그늘을 충분히 제공해 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로 열사람 정도가 옹기종기 앉아 휴식도 취하고 식사도 합니다.

그 당시 의복을 엿볼 수 있는데요. 한 여성이 입은 옆 트임이 있는 치마가 제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이런 패션이 있었구나!)

원근법을 활용하여 멀리 있는 인물은 작게 그렸는데, 오른쪽 나무 근처의 사람을 너무 작게 그렸네요.

(전쟁에 쓰는 투구인 줄 알았습니다.)

사람 키 만한 밀밭인지 어떤 작물인지 모르겠지만, 깔끔하게 벤 바닥이 너무 깔끔하여 놀랐습니다.

그림의 한계일까요.

저 멀리 푸른 공터도 보이고, 그 뒤로는 강인지 바다인지 그 위에 배도 띄었네요.

중앙 나무 뒤로 숨은 푸른색 지붕의 건물은 아마도 교회이겠죠?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이런 그림이 참 좋네요.^^


사색할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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