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4시간 출퇴근

by 소띠




오늘도 출근시간만 2시간 15분 정도 걸린 거 같다.


출퇴근 시간으로 하루 24시간 중 4시간을 땅에 버린 지 이제 1년 6개월여 정도가 지났다.


하루의 4시간. 일주일이면 20시간, 한달이면 80시간이다.

그게 이제는 벌써 1440시간 정도가 되었다.

2025 최저시급으로 치면 14,443,200원 정도 약 1500만원 정도를 땅에 버리고 다녔다.


아침마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 아침마다 버스시간에 고군분투하고, 아침마다 교통상황이 어떤지 예측해서 움직여야 하고, 아침마다 밀쳐지고 미는 사람들, 내 살에 닿는 사람들, 흐름에 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마음과 기분을 유지하기란 힘들다.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이력서 한줄의 경력과, 몇번의 프로젝트 경험들.


선임들도 모두 퇴사하고 나만 공연히 남은. 이제는 5인 이상 사업체도 아닌. 여기서 내가 해야할 것은 무엇일지. 회사의 복지란 휴가 쓸 때 지금 왜 써야하는 지 육하원칙으로 설명해야하는. 휴가 눈치를 뒤지게 주는 거 정도 일까? 회사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누가 자리를 비우는게 너무 티가 많이 나서 그런 걸까. 뭐 하튼.


이 상황은 결국 내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지만, 일단 가장 가까운 사람의 출퇴근 시간이 나에게 회의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이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참아내고 버텨내는 게 어렵다.


아침 6시 30분에 겨우 일어나 겨우 씻고

겨우 광역버스를 7시 30분~35분에 탄다.

그러면 지하철역에 랜덤으로 8시 20분~9시 사이 랜덤으로 나를 내려준다.

그런 뒤. 지하철을 타고 1번의 환승을 거쳐 7개 역을 지나

10분을 걸어가 여기 회사에 도착하는 것이다.

(회사는 9시 30분까지 출근한다)


그럼 보통 9시에서 9시 40분 그 사이에 도착한다(?)


나는 항상 6시 반에 일어나 7시 10분에 나서는데 가끔 교통 이슈로 지각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필사로 뛰어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태풍? 폭우? 폭설? 그럼 뭐. 답이 있나. 앞의 앞의 버스를 타야지.


이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내 인생에서 방법이 없는 거 같다.

나는 솔직히 회사의 주력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어서 기술직군으로 왔는데. 지금은 내가 그럴 만한 기술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흔한 발로 채이는 사람이라서.. 이직을 어떻게 했었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요즘은 그냥 보조적인 부서에서 가늘고 길게 일하는 게 최선인 거 같다. 그냥 회사만 집에서 가깝다면 아무 곳이나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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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와이프는 유연출퇴근제인 회사에서 일한다.


9시까지 출근한다는 가정하에 7시 40분쯤 일어난다.

그리고 준비하면 8시 10분쯤? 20분쯤 나온다.

회사까지는 자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8시 40~50분 사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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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그런 일이 있다.


내가 먼저 나와서 출근하는 중인데.

와이프는 이후 기상해서 준비하고 출근까지 찍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가는 중..


그게 근데 와이프 잘못도 아닌데 괜히 와이프한테 짜증을 내버린다.

그냥 내가 아침저녁으로 체력적인 한계가 있어 그런데 삶의 의미까지 찾아버린다. 그게 짜증을 내도 될 만한 이유도 아닌데 마음이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이 든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은 이렇게 살아야 되는데 내가 또 이러지 않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도 와이프한테 짜증이 심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러했다.


그냥 아무곳이나 이직할 까? 내 직무가 아니더라도 회사가 가까운 게 와이프와 나 사이의 관계가 더 낫지 않을까 고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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