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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Jun 21. 2021

회피형 인간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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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야말로 내 인생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일어났다. 비교적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있다고 믿어온 내 성격과 거의 합치하는 유형을 다룬 페이스북 아티클을 읽은 것이다. 그 제목은 이렇다. '믿고 걸러야 할 회피형 인간들을 알아보자!' 믿고 거른다니. 감히 누가 누굴? 콧방귀를 뀌며 스크롤을 내린다.


그 골자는 이렇다. 인류의 애착 관계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안정형, 불안정형, 회피형. 완벽하게 카테고리화 할 순 없지만 사람은 대체로 이 세 유형 안에서 분류될 수 있다. 그 비율은 대략 45%, 35%, 20% 정도라고 한다. 나는 가장 소수인 20%의 회피형 인간에 가깝다. 솔직히 조금 놀랐다. 나는 항상 내가 예민하고 특이한 감성을 지닌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5분의 1은 되는구나... 안도감과 함께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와 같은 회피형 인간들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후 여러 자료들과 아티클을 더 읽어봤다. 인정한다. 내가 봐도 우리는 인류의 해결할 수 없는 골칫거리임이 분명하다. 인간관계 안에서 (특히 연애에 있어서) 혼자 상처 받고, 혼자 동굴에 들어가, 혼자 실망하고, 혼자 풀고, 혼자 외로워하다가, 혼자 이별하며 그래도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들. 우리는 아슬아슬한 가스라이팅의 외줄을 타며 내 주변인들을 '불안정형 인간'으로 만드는 나쁜 기운의 사람들이다.


회피형 인간


많은 사람들이 믿고 걸러야 한다는, 배우자로서는 최악의 인간 유형이라는 회피형 인간. 전문가들이 정의한 이 유형의 사람과 나는 대략 90% 정도 일치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나는 90% 정도는 믿고 걸러져야 할 사람일까? 그렇게 확언하기엔 나,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지금부터 강력한 회피형 인간 중 한 사람으로서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나만의) 변명을 시작하겠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우리를 '믿고 걸러야 한다'는 여러분의 생각도 조금은 바뀌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성향을 참아달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우리만의 방어기제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말하고자 한다.


구글에 검색한 '회피형 인간'의 최상단에 위치한 블라인드의 글을 변명의 대상으로 삼겠다. 썸과 연애에 치중된 글이지만 충분히 확장해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사례들이 담겨있다. 이 글에 의하면 회피형 인간의 특징들은 이렇다.


1. 처음에는 엄청 잘해준다.


내가 서운해하면 어떻게든 풀어주려고 하고, 나 만나러 왕복 한 시간 거리를 매일같이 달려오던 사람이었음. 내가 오빠 파마머리 어울리겠다고 하니 그다음 날 파마를 하고 온 남자였음.



자, 첫 번째 변명이다. 솔직히 뭐가 잘못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전의 내 글인 <소중함에 속아 익숙함을 잃지 말자>와 비슷한 전개다. 과거 내 글에 따르면 나는 이 '익숙함'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회피형 인간의 잘못이라기엔 남녀로 나뉠 수 있는 연애 시장의 불균형에 따른 남성들의 진화다. 처음에 엄청 잘해주지 않으면 애초에 우리는 당신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으니까. 우리는 박보검과 남주혁이 아니니까! 첫 번째 변명부터 찌질하긴 하다.



2. 연락이 잘 안 된다.


데이트 잘하고 들어가서부턴 연락이 잘 안 됨. 만날 땐 좋은데 떨어져 있으면 이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맞나 헷갈림.

 


두 번째 변명. 연락이 잘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 회피형 인간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연락을 하는 중이다. 아마 날 좋아하는 게 맞나 헷갈린다는 말이 있는 걸로 봐선 '선톡'이 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추측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거 좀, 당신이 먼저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우리도 노력 중이다. 두 번째 변명도 찌질하다.



3. 깊은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뭐 정치 얘기나 스포츠, 경제 뉴스에 관한 얘기는 잘 함. 근데 꼭 자기감정이나 자기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질문에는 침묵, 회피로 일관함. 예를 들어 나와의 갈등에 관한 것?



매우 많이 찔린다. 내 전 여자 친구가 썼나? 나는 연인에게 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특히 갈등에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배려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우리가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아 갈등을 회피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말을 하려다 마는 것이다. 더 깊게 들어가자면 우리는 애초에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원천 봉쇄한다. 그러니 만약 갈등이 발생한다면 우리만의 사고 회로가 작동해 이 갈등은 철저히 '당신의 탓'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물론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부분 또한 건강한 연애에 있어 지양해야 할 점이나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침묵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행위로 독해되는 것에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 우리는 상처를 받고 싶지도, 상처를 입히고 싶지도 않아 입을 굳게 닫는다.



4. 공감능력이 좀 떨어진다.


분명 내가 화내야 하는 상황인데, 내가 화를 내면 자신의 잘못 보다 내가 화를 낸 것에 초점을 맞춤. "응 미안. 근데 네가 화를 내서 내 기분이 좀 별로네." 나는 상대에게 비난이 아니라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한 것뿐인데 그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임.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인정한다. 우리는 우리의 메시지보다 메신저 자체로서 우리의 자존감을 더욱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내 자존감을 낮추는 당신에게 날카로운 꼬리를 치켜세우는 것이다. 사람이 화가 나면 언성이 좀 높아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좀 높아질 수도 있는' 것 자체를 용인하지 못한다. 아마도 바로 위의 3번 유형과 결합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깊은 대화'를 이미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혼자서! 답답하게! 속으로만!



5. 자기표현 능력이 떨어진다.


고민이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건 기본이고, 감정도 쉽게 안 드러냄. 가까워졌는데도 벽이 있는 느낌임. 애정표현도 잘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도 거의 연례행사 수준임.



2번, 3번, 4번과 비슷한 이유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으론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구태여 표현해야 할 이유를 모르고 산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는 많은 은유와 분위기로 당신들에게 이미 사랑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거든. 사람마다 표현 방법은 다 다른 건데. 이걸 나쁘다고 볼 수 있나? 차라리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하는 것이 우리를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이다. 애정을 갈구하는 것 같다고? 불안정형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여러분은 항상 말하지 않는가. 연애는 맞춰나가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 부분에 있어 무조건적인 회피만을 택하진 않는다. 그저 쑥스럽고 예술적인 감성을 가진 것뿐. 오히려 우리는 자기표현 능력이 지나치게 풍부하다.



6. 나한테 바라는 게 없다.


나에게 뭘 요구하거나 기대한 적이 없음. 근데 반대로 자신에게도 기대하거나 바라지 말라고 함.



정확하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연애나 인간관계에 있어 당신들에게 바라는 게 없다. 흔히 말하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인간들이다. 아마 높은 확률로 인간에게 큰 지지나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나를 떠날게 분명해 보이는 사람, 불확정적인 미래에 많은 정을 주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는 우리의 불쌍한 과거에서 시작된 일이다. DNA의 문제. 어찌 보면 우리는 피해자다. 다만 가해자를 지목할 수 없을 뿐. 또 한 가지 더, 나는 지금처럼 유연한 사고가 당연해진 사회에 이러한 개인주의가 그리 큰 문제인가 싶다. '나는 나 너는 너'가 왜 연애에는 통용될 수 없는가. 요즘은 부부들도 계좌를 따로 관리한다던데. 개인적으로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탐독해보길 권한다.



7. 애매한 관계를 선호한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것 같은 관계. 의무도 없고, 기대하거나 바라는 것도 없고, 책임도 없는 관계를 선호함.



6번과 연결된다. 특히 썸에 있어서 그렇다. 우리는 당신에게 딱히 바라는 게 없기 때문에 애매한 관계가 된다. 하지만 이를 마냥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신중한 사람일 뿐이다. 우리는 도도한 고양이 같은 사람들이거든. 글쓴이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도 당신이 그리 매력적인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우리도 다른 유형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면 마냥 애매한 관계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을 지려고도 들지 않기에 때때로 밀당의 고수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다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그런 소리를 왕왕 듣는 사람이었거든. 의외로 우리와 같은 회피형 인간들은 인기가 꽤 많다. 의도치 않는 매력이 있는 것이다. 특히 불안정형 사람들에게. 크흠.



8. 싸우면 동굴에 숨는다.

9. 동굴에 나와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다투면 기본 몇 시간씩 연락이 안 됐음. 아 물론 다투는 일도 없음. 애초에 얘랑은 다툼 자체가 불가능함. 그냥 나 혼자 지랄 발광하다가 걔가 동굴 속에 들어가면 끝나는 나 혼자만의 다툼임. 내 전 남자 친구는 며칠씩 잠수를 타진 않았지만, 자기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음. 혼자 답답해져서 어떻게든 동굴에서 꺼내기 위해 내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 사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함...
보통 싸우고 나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끝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데, 그런 게 없음. 뜬금없이 오늘 점심메뉴를 나에게 보내거나 뜬금없는 유튜브 링크를 보내며 마치 우리 사이에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함.



자 드디어 많은 연인들을 분노의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바로 그 문제에 도달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부분이 뭐가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싶다. 요즘은 맨스 케이브 (Man's Cave)라고 해서 성공한 남들의 독립공간을 멋있다고 인정하는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왜 감정의 동굴은 마냥 나쁜 것으로 평가되는지 의아하다. 아마도 '나 혼자만의 지랄 발광'이 통하지 않아서인 듯싶다. 물론 그렇다고 '잠수'를 용인하자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회피형 인간이나 잠수를 타진 않는다. 오히려 대놓고 말하는 편이다. "나한테는 지금 개인적인 시간이 너무나 필요한 시기니까 잠시 시간을 좀 줄래?" 이 개인적인 시간은 회피형 인간들을 차치하더라도 현시대 많은 사람들이 강력하게 갈구하는 시간이다. 불멍이 왜 유행을 하는데?


아마도 연애에 있어서 이 '동굴'은 3번, 5번과 마찬가지로 그저 속으로만 생각하는 우리의 신중함에서 기인한 행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화 없이 본인만의 동굴로 파고드는 회피형 인간들을 두둔하진 않겠다. 내가 90%만 회피형 인간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나는 연인 간의 갈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동굴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외의 인간관계에서는 동굴로 숨어든다. 그런 지난한 관계는 나에게 큰 의미를 주진 않기 때문이다. 관계도 절취선을 따라 잘라내면 그만이니까. 우리는 손절에 칼 같다. 그러나 나 또한 사람이기에 그런 순간을 종종 아파한다. 알면서도 파고든다. 우리는 고양이이자 고슴도치니까.



10. 간섭받는 거 싫어함.


어디가? - 왜 가? - 누구랑 가? - 뭐 타고 가? - 언제 가 이런 식으로 물어보면 자기가 감시당한다고 느끼는지 대답을 피할 때가 종종 있음. 잦은 연락도 싫어하고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어 함. 연애는 왜 하고 싶어 하고, 외로움은 왜 타는지 묻고 싶을 정도임.



6번과 마찬가지인 독립성의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잦은 연락이 싫고 개인적인 순간을 배려해달라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고착화된 연애방식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애는 왜 하고 싶고 외로움은 왜 타냐고? 그것이 인간이다. 이것만큼 아이러니 하나 적확한 변명이 또 있을까. 여러분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묻길 바란다. 본인은 정말로 이 질문에 있어 떳떳한가. 나는 그저 본인에게만 관대한 여러분을 오히려 더 힐난하고 싶다. 죄가 없다며 돌을 던지는 것도 죄가 된다.



11. 계산적으로 행동한다.


자기가 더 손해 보는 행동은 절대 안 함. 뭐 이건 날 덜 좋아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전 연애를 살펴봐도 자기에게 헌신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거 같았음.



맞다. 우리는 개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기에 계산적으로 행동한다. 실제로 내가 비교적 오랜 기간 연애를 지속할 수 있었던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헌신적이고 안정형인 유형의 인간들이었다. 아마 이 점이 회피형 인간의 가장 뚜렷한 특징일 것이다. 연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조용히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 세 가지 애착 유형 중 가장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타입인 것이다. 그런 만큼 복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편이고. 하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에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걸 마냥 나쁘다고 볼 수 있나 싶다. 우리 모두 장르만 다를 뿐 본인의 이익을 위해 지금도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히려 이런 부분은 대개 장점으로 작용하고 실리주의자로 높게 평가되곤 한다. 더 거시적인 부분을 살펴봐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12. 멀어지면 다가오고 다가가면 멀어지는 청개구리임.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다 하고 놓으면 나에게 한동안 잘해주다가 내가 그 행복에 취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면 벽을 선사함. 사귀는 사이인데도 나는 어장 속에 있는 물고기 같달까



이 부분은 단언할 수 있다. 우리는 당신이 멀어지면 다가오고 다가가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타이밍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우리는 너무나 독립적인 나머지 당신이 일정 부분 이상 다가오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그것이 비단 가장 가까운 연인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멀어지면 다가간다고 느끼는 것은 당신들만의 착각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당신이 멀어진지도 몰랐다. 그저 내가 바라는 거리감을 잘 지켜줬기 때문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간격을 잰 것일 뿐이다. 이래서 우리가 밀당의 마법사가 된 것일까? 우리에겐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 당신에게 청개구리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은 사과하겠다.



이후 더 추가된 사항들이 있으나 대개 비슷한 관점에 살이 덧붙인 정도라고 판단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블라인드의 글을 마저 확인해보시길.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열심히 따라 읽어왔을 여러분들께 우선 큰 사과를 전한다. 이 변명들에는 나름의 논리를 장착한 척하는 비논리만이 가득하다. 어쩔 수 없는 회피형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나 스스로가 쓰레기 같은 인간임을 인정하기 싫은 발버둥 정도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다.


하지만 우리 회피형 인간을 제발 '믿고 거르지'만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명확히 알고 있으며 때때로 그 원인을 전혀 모르겠는 이유들로 우리는 이기적인 회피형 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한없이 나쁘기만 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합리주의자이자 '진정한 사랑'이 언젠가 나타나 이런 불안정한 나를 안정적으로 케어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철없고 이기적인 이상주의자들이다.


그래서 서로의 바운더리를 존중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며 남을 인정하고 수긍할 줄도 안다. 스스로의 성격적 변화가 필요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독립심에 자긍심과 자아도취를 느끼긴 하나 그것이 모든 관계에 있어 언제나 우리가 정답임을 피력하려 들지도 않는다. 우리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으며 당신들을 혐오하고 싫어하며 관계 자체에 큰 스트레스를 느끼나 동시에 아무도 모르게 당신들을 애정하고 있다. 이는 확실하게 주창할 수 있다. 우리 회피형 인간들은 너무나 사랑을 갈구하기에 당신들을 시험하며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나쁘지만 아픈 사람들인 것이다.


이해의 손짓까지 요구하진 않겠다. 다만 여러분들의 주위에 나와 같이 상황과 환경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한 번만 더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한다. 또 나와 같은 회피형 인간들에게도 두 마디만 전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회피형 인간들아 힘내! 우리의 예민함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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