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러분들입니다.
삶이 고달파서 연재 브런치북도 밀려 부랴부랴 시 한 편 대충 썼는데요.
(내일 나오는 '코커 스패니얼'입니다. 솔직히 별로니까 딱히 읽을 필욘 없습니다.)
요즘 작가 멤버십 때문에 뭐 얘기가 많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소위 '돈 되는 이야기'를 쓰느라 여념이 없으신 거 같은데요.
솔직히 여러분 브런치스토리에 쓴 본인 글이라도 읽어보긴 하세요? ㅎㅎ
(No diss.)
각설하고 오랜만에 찌꺼기 같은 글을 배설할 생각인데요.
저도 자야 되니까 후딱 지껄여 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브런치스토리가 돈 안 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제가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게 2019년이니 이제 어느덧 이 공간에 글을 싸지르는 것도 7년째네요.
초창기만 해도 이곳은 나름 블로그 대안 플랫폼으로 '힙'했죠.
좋은 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요?
나쁘게 말하자면 '틀내' 나는 커뮤니티가 다 됐습니다.
퇴사, 육아, 우울증, 이혼, 동기부여, 투자 같이
메이크업만 조금씩 바꾼 키워드로만 이 판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글의 퀄리티가 좋냐? 나름의 에센스가 있냐?
그것도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좋아했던 이 공간이 뭐랄까...
어느새 82cook이나 엠팍 같은 아줌마, 아저씨 사이트가 다 됐달까요?
가끔 뭐 읽을거리 없나 싶어 서재를 열심히 뒤적거리면
어릴 적 아버지 서재에서 맡던 향만 진하게 나더군요.
물론 그게 나쁘단 건 아닙니다만, 그런 소리 혹시 들어보셨나요?
브런치스토리를 '독립출판'의 대안으로만 쓰니 트래픽은 갈수록 떨어지고
돈이 안 되는 글만 쌓여갑니다.
여긴 그냥 인생 한탄하는 경로당 같달까요.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나 정동, 솔직히 근 몇 년간 단 한 군데에서도 못 느꼈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진짜 이곳의 '글'을 읽고 씁니까?
다음은 많은 분들이 징징거리는 '노출'인데요.
네, 뭐 저도 초창기 브런치스토리에서 여러 자극적인 글로 조회수 달달하게 빨아먹은 적이 있는데요.
어떤 식으로 노출이 되는진 잘 모르고 관심도 별로 없지만,
통계를 뜯어보니까 도메인이나 무슨 카카오톡 어디서 보고 들어왔다는 사람이 많더군요.
키워드인지 센텐스인지 타이틀인지
어떤 기준으로 '올라가는' 글이 되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산해서 찾는 정보가 아니라면,
이제 사람들은 '브런치스토리'로 무언갈 읽지 않습니다.
인정해야 돼요.
여긴 그냥 작가가 되고 싶은 (저를 비롯해서) 수많은 글싸개들의 공중화장실입니다.
'양질의 텍스트 콘텐츠 확보'와 '팬덤화'
사실 플랫폼이 생겨난 이후부터 꾸준한 브랜딩이죠.
브런치스토리는 이름 말고 달라진 게 딱히 없습니다.
좋은 글에 많은 독자가 붙는 건 당연하니까요.
순문학 하는 사람들이 고깝게 보는 지금의 웹소설 시장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처럼요.
어떤 추진력만 있다면 이곳도 '문피아'나 '노벨피아'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그럼 우리는 거기 걸맞은 글을 좀 쓸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냥 인스타그램의 링크 인 마 바이오 하나 띡,
이력서 올려놓듯이 "나 브런치 작가요 엣헴!" 하는 명함 중 하나로 쓸 생각이면
이 플랫폼의 미래도 없습니다.
가끔 보면 여기가 브랜디드 광고판인지 일기장인지 정신병원인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구독자 한 번 모아보겠다고 읽지도 않은 글 꾸역꾸역 좋아요 품앗이할 시간에
제발 글을 씁시다. 글을!
무슨 말을 하든 나만의 철학과 해석이 보이는 "글" 말이에요.
브런치 팀도 좀 맞아야겠죠?
카카오 계열사들 다 무너지고 있는 중이지만,
기업이란 곳이 설마 돈 안 바라고 하는 사업이 진짜 있겠습니까?
수수료라도 떼먹어야 하니 멤버십 사업을 시작하는 것일 테고
이것마저 수익화의 일정 포션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플랫폼 사업을 접을 각오도 충분히 하고 있겠죠?
이제 브런치스토리는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앞서 말한 틀내 나는 커뮤니티로 남아 홀애비 냄새 진하게 풍기는 사이버 헌책방이 될 것이냐.
진짜 '구독 경제'를 위시한 전문가, 덕후의 블로그 플랫폼이 될 것이냐.
'종합 콘텐츠'라는 뭉뚱그린 이름으로는 안 됩니다.
지금처럼 십 수개 카테고리를 나눠봐야 여기,
사람들이 '직접 들어와서' 무언갈 읽지 않아요.
검색도 유튜브로 하는 시대에,
휘청휘청하는 카카오가 SNS 주요 지면을 브런치스토리에게 내주진 않겠죠?
이미 커머스 파트가 차지하고 있기에도 버겁습니다.
혹자는 '지금은 글을 원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텍스트힙 열풍이 쉽사리 사그라들 것 같나요?
저는 '글'이란 잔잔하게 오래가는 콘텐츠의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능이 재밌으면 다채널화 되고,
드라마나 영화도 재밌으면 대본집으로 소장하는 것처럼요.
브런치가 자랑하는 <출판 프로젝트> 있죠?
이거부터 공신력 있게, 더 화려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좀 더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요.
아, 더 훈수 두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슬슬 귀찮네요.
이만하면 제 감정도 제법 해소된 것 같으니 일단락하겠습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좀 해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