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만 내꺼지만)
부부는 자정을 앞두고 술상을 차렸다.
노란 테두리에 요란한 색 알파벳이 그려진 유아용 접이식 책상이
부부의 술상이었다.
맛살과 저녁에 만든 쥐포채볶음이 오늘의 안주다.
소박한 책상에 걸맞는 소박한 안주라니!
주방에서 차린 술상은 두어걸음 옮겨 마루바닥에 내려놨다.
아이들이 깰까봐 거실로 진출하지도 못하고 주방과 거실 중간 어정쩡한 곳에 세팅완료.
캔맥주 두 개를 노란 술상에 올려놓고
노트북 검색을 시작했다.
땡!
자정이 되었다.
사이트는 버벅대기 시작했고,
긴장감을 감추느라 부부는 말이 없었다.
사이트가 열렸다.
그런데, 아랫쪽 절반이 하얗다.
[다시, 새로고침]
그 순간 힘없이 페이지가 열렸다.
그냥...스르륵- 열렸다.
이 순간이 좀 영화같고 스펙타클 할 줄만 알았다.
"뭐야?"
남자는 노트북 화면에 눈을 바짝 댔다.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등짝을 찰싹 때렸다.
"됐네~~~~"
뭔가 당첨됐다는 기쁨 하나로,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다.
"축하해"
세상에...결혼 11년만에 그들 소유의 집을 갖게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여기까지는 '가능성'이다.
겨우 계약금만 마련할 수 있는 부부 형편에
수억에 달하는 집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으니까-
일단,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냥 마냥 좋았다.
부부는 지금 자정이 넘었던 말던 부모님들께 전화걸어 축하받고 싶었다.
그 마음을 꾹꾹 모아 맥주를 따서 한모금씩 들이켰다.
자연스럽게 서랍장에서
입주공고문과 모델하우스 안내문을 꺼내
행복한 고민을 시작했다.
당장 다음 달 입주할 사람처럼
확장을 하네~ 마네~
붙박이장 옵션을 넣네~ 마네~
마냥 좋아서
핑크핑크한 생각만 했던 밤이었다.
그날로 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아무리 생각해봐도
청약당첨은 부부에게 신이 주신 특별한 기회였다.
(너무 아름다운 주방 창문 뷰. 설거지하면서 아주 조금 힐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