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꽃이 만발하면서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드는 나날. 내 주변엔 유달리 라일락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매년 라일락이 피면 기록해뒀던 자신만의 스팟을 찾아 향기를 맡으러 다닐 정도로. 그녀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장전한 여러 방의 총알이 떨어져 간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속상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들른 꽃집에서 ‘무스카리’라는 꽃을 샀다고 했다.
무스카리의 꽃말은 ‘실망’, ‘실의’. 그래서 그런지 무스카리를 볼 때마다 작은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게다가 라일락과 비슷한 향기가 난다고. 한참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을 떠올리게 됐다. 그 선생님이 대학에 가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프리지아를 선물 받으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프리지아래, 무슨 꽃이야, 이러면서 깔깔 웃던 여고생들이 이제서야 그 의미를 찾은 것이다.
프리지아의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의 순간에 서로를 뜨겁게 응원하며 프리지아를 선물하기로 했다. 라일락에서 무스카리, 프리지아까지 이어진 향기로운 이야기는 이렇게 서로의 시작을 응원해주자는 이야기로 점철됐다. 꽃의 향기가, 이 대화의 향기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구겨진 마음을 당연히 펴주진 못하지만, 쾌쾌함을 걷어내는 페브리즈처럼 잠깐의 향긋함은 선사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