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최고의 여사친이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나에겐 최고의 남사친이라고 자부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여자 3명이 만든 자수 클럽의 유일한 남자 회원이다. 그 자수 클럽은 그 친구까지 총 4명이니까 그 친구는 사실 최고의 남사친으로 검증된 셈이다.
어느 날 그 친구가 같이 옷을 사러 가자고 했다. 이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생각했지만, 내겐 오래된 남자 친구가 있고 그 친구도 형이라면서 혼자 잘 따르기 때문에 오해는 사라졌다. 문제는 쇼핑을 가서 시작됐다. 그 친구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결정장애의 면모를 보이는 거다. 결국, 맞춤 사이즈를 알아서 갖다 주는 인공지능 에이아이로 변신했다. 그렇게 최고의 여사친 데이를 잘 마무리했다. 물론 그 보상으로 커피를 하사해줬다. 이게 초봄의 이야기였다.
계절이 바뀌고 서로 바쁘니까 최고의 여사친 데이 랜선 버전이 출시됐나 보다. 요즘 매일 바지며 티셔츠며 가방이며 뭐가 예쁘냐고 카톡을 보내오는데, 이것이 최고의 여사친의 길인 걸까. 아니면 생일 선물로 사달라는 걸까. 결국 갖고 싶어 하던 오렌지색 티셔츠를 그 친구 품에 안겨줬다. 당분간은 이렇게 귀엽고 웃기고 약간은 귀찮은 일상이 반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