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심어둔 기쁨

by 채율립

지난 금요일에는 모처럼 만의 휴가를 떠났습니다. 연차를 쓸 때도 집에서 쉬기 바빴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춘천으로 놀러 가기로 했어요. 평소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기차를 타러 가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기차를 탄 후에는 아이스 커피를 홀짝이며 창밖 풍경을 오래 바라봤고요. 평소라면 투덜거릴 커피 맛은 대수롭지 않았고, 그저 기차에 앉아있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도착해서 춘천 태생 지인들이 소개해준 숯불 닭갈비를 먹고, 소양강을 보며 자전거 바퀴를 열심히 굴렸습니다. 그리고선 오래도록 가고 싶었던 카페에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셨습니다. 폴라로이드의 새 필름을 뜯으며 그 시간도 사진에 담았고요. 생각해보니 작년 12월 여행을 마지막으로 어딘가를 훌쩍 떠난 기억이 없었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6개월 동안 그렇게 쉬지 않고 달려왔던 걸까요.

저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책에서 발견한 단어가 떠올랐죠. ‘미리 심어둔 기쁨’. 작가는 몇 달 뒤에 떠날 비행기 티켓을 미리 끊어두는 것처럼, 잊고 지낼 즈음 피어나는 기쁨을 ‘미리 심어둔 기쁨’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누릴 기쁨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이 미리 심고 수확하는 태도가 제게 필요하다고 느껴졌고요. 저도 2019년 후반전에는 기쁨의 씨앗을 더 자주 심고, 그 순간을 많이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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