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by 채율립

1년에 한 번은 꼭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떠난다. 언제부터인지 4명을 이어주는 자본의 결속력인 곗돈을 붓고 있는데, 그 자본의 결속력이 여행의 동기와 자원이 되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에는 강릉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요가와 명상, 서핑을 한데 묶은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요소가 많은 만큼 1박 2일 동안 소화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했다. 수련회가 연상되는 이번 여행, 수련회에는 꼭 방장이 있지 않나. 방장도 미리 선출했다. 수련회 가면 꼭 밤에 혼나는 방장이 있기 마련인데, 제일 먼저 태어난 4월생 친구가 번쩍 손을 들며 자원했다.


강릉 바다에서 비치요가라는 걸 처음 해봤다. 반짝이는 햇살과 청량한 바다를 느끼면서 하는 요가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비치 요가 다음 순서인 서핑은 물이 무서워서, 컨디션이 안 좋다는 각자의 이유로 이탈해 근처 카페에서 휴식을 갖기로 했다. 따듯한 커피와 빠질 수 없는 달콤한 케이크 2개를 함께 주문했다. 그 카페에는 비밀병기인 테라스가 있었는데, 직원분이 우리를 좋게 봤는지 추천해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가 보니 한 눈에 펼쳐진 푸르디푸른 바다와 금빛 논. 다른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시간을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여행 내내 요가복 차림이라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추레한 여행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순간에는 쫄쫄이를 입고 있어도 마냥 행복했다. 게다가 케이크를 먹어서인지 조금 있던 두통도 싹 사라졌다. 역시 케이크는 만병통치약인 모양이다. 멀쩡해진 상태로 각자의 눈과 마음에 오래도록 바다를 담았다. 또 언제 이렇게 다 같이 푸르른 바다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엔 하늘을, 올해는 바다를, 앞으로의 여행에는 또 무엇을 담게 될까. 이번 여행에서는 두 눈 가득히 차고 넘치게 푸르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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