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우정 포지션

수아 찬가

by 채율립


제 인생에서 정식으로 첫 회사인 곳에서 처음 이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때는 이렇게 삶이 평탄해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 출퇴근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 원하는 곳에 입사해서 기쁨과 성취가 그만큼 대단했던 것 같아요. 입사한 지 3개월이 되고, 제 반려견 딸기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는 그렇게 고요하고 평안한 일상을 보낸 것 같아요.

옆자리에 앉은 그 시절 동료였던 수아에게 푸념하듯 강아지가 아프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어요. 수아는 그걸 기억했나 봅니다. 딸기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주말이 지나 월요일, 강아지가 괜찮냐고 물어왔습니다. 주말 잘 지냈냐는 인사치레였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였습니다. 놀란 친구는 저를 황급히 다른 동료와 떨어트려 주었고, 차차 마음이 진정됐습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월요일. 제 자리 위에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알 수 있는 작은 취향인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퍼즐과 작은 쪽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알게 된 후 줄곧 이 순간을 떠올리곤 합니다. 너무나 큰마음을 받은 순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동료가 아닌 친구로 저의 크고 작은 일에 담담하게 함께해주고 있고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2018년 하반기부터 2019년이 되면서 참 기쁠 일이 없다고 느낄 만큼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그녀답게 또,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은은하게 위로해주었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평일을 보낸 주말에는 책이라도 읽고, 잘 못 그리는 수채화라도 그리며 그렇게 제 감정을 덜어내곤 하거든요. 그런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친구라 제게 아크릴 키트를 보내준 것 같아요.

그걸 받고 바로 그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마음에 주사를 맞았다고요. 그 친구는 이런 오글거리면서 말랑한 말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사실 마음 한쪽엔 좋아하는 마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반응이 재밌어서 일부러 더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새로운 취미를 선물 받고 불현듯 그녀의 첫 쪽지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본 쪽지에는 진심이 꾹꾹 눌러 담겨 있더라고요. 그 쪽지 문구 중에 앞으로 제게 좋은 생각과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 쪽지를 다시 보는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저도 수아에게 인생 전반에 걸쳐 오래오래 그런 축복을 빌어주는 친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수아가 표면적으로는 싫어하는 낯간지럽고 말랑말랑한 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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